집을 나설 때도 병원에서 돌아와 들어설 때도,
우리에 좌정하고 기척 않는 삼월이 여사.
(언니가 아침진지를 챙겨 주고 출근한 모냥이네)
마스크를 벗어 빨랫줄에 걸어 놓고 손을 씻고 안으로 들어와 옷을 갈아입으며 거실 문을 열었다.
문 여는 소리에 반갑게 달려와 턱을 괴고 앉아 앓는 소리를 내는 것을,
'왜? 어쩌라구? 내가 니 시다바리가?'
내 말이 면구스러운지 의뭉스러운 눈으로 괜스레 기지개를 켠다.
참...
저 눈 좀 보소!
라면을 삶아 앉았는데,
하도 궁딩이까지 흔들어 싸서 상을 밀쳐 숨어 앉았는데도 고개를 빼고 일편단심이다.
'이거, 눈치 보여 라면도 못 먹겠네!'
아무래도 속는 느낌이 들지만, 하도 간절하게 하소연하니 진지를 챙겨 올렸다.
'아줌니, 소식해야 오래 산댜!'
뒤통수에 뱉은 내 말을 들었나 몰라?
어젠 물기 때문에 그냥 두었던 장독 뚜껑 금 간 데를 은박테이프로 보수하려고 옥상에 올라서는데, 어느새 삼월이 여사가 앞장선다.
식사도 하셨고, 옥상에 올라가 킁킁거리며 기웃거리기도 했으니 신명이 났다.
온 집 안을 미친년처럼 혼자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니,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진다.
라면을 먹으며 본 텔레비전의 헌혈 동참 호소 광고.
여차저차 적십자 혈액원에 들어가 회원 가입을 하고 로그인을 하려니 비빌번호가 오류다. 임시 비밀번호를 메일로 보내준다더니 종무 소식이다. 5회 중 3회가 같은 반복이니 더 해봐야 소용없다는 판단에, 안내 된 대로 콜센터에 도움을 얻가로 한다.
"전화번호가 등록되지 않았는데요?"
뭔 x 소리인지... 전화번호와 이메일 등록은 회원가입 필수 항목이고 또 전화번호로 개인인증도 거쳐야 회원가입이 되는데! 회원 가입이 안 되었으면 어찌 아이디 검색은 되는 거고?
몇 차례 인증을 위한 절차를 거치고,
"녜, AB형이시고..."
'아니, 회원 가입하는데 혈액형은 왜 물어본 데요?'
"아, 녜. 회원 가입하시려면 적게 돼 있어요"
'뭔 소리유? 혈액형 항목은 없는데, 내 혈액형은 어찌 알았데요?'
어쨌건, 인력으로 신상을 다시 접수하고 로그인 후 홈페이지에 들어가 기웃거리다가 <헌혈 기록 조회> 항목이 보여 검색을 해 보니 2회의 기록이 열린다. 10년 이내의 기록이란다. 그러면 10년 이전에 두 번의 헌혈을 했다고? 상세 검색란의 날짜를 보니 2013년부터 검색이 가능하다.
'이건 또 무슨 황당 시추에이션?'
휴무일에 집에 다니러 왔다가 포천군 소흘면에 있던 직장으로 복귀하던 길에 서울역 앞에서 한 것이 마지막이다. 두어 시간이긴 했지만, 헌혈 후 식은땀을 쏟고 정신이 아득해지는 후유증을 겪고 나서부터다. 내가 결혼할 무렵이다. 결혼한 것은 20년이 더 지났다. 그러니 최소 20년은 지났다는 건데, 2회 헌혈의 기록은 또 무슨 상황여? 이저리 따져도 아귀가 안 맞는다.
기억으로는, 그때까지 7~8번은 한 것 같다. 헌혈증은 병원 다니시는 어머님을 드렸고.
개판 오 분 전이다.
쥐박이가 대통령 되면서, '사기업이라면 있을 수 없는 일들이라'라고 일갈했듯 한심하다.
빈정 상해서 바로 회원 탈퇴를 하려는데, 탈퇴 이유를 쓰는 항목이 있다.
<지금이 어떤 시대인데, 회원 가입 시스템조차 엉망이니, 언제까지 감성팔이로 신뢰가 가겠소?>
그리고 미련 없이 나왔다.
참, 그것은 알고 계시나? 많은 분이 착각하고 계신데...
적십자 혈액원은 수혈한 피를 무상으로 공급해 주는 곳이 아니라는 것.
기념품을 주고 수혈받은 피를, 필요 병원에 유상으로 판매하는 단체라는 것(물론, 가공과 보관이라는 수고는 하겠지만….)
어쨌건 그렇고...
커피와 함께하는 끽연에, 열어 놓은 창으로 들려오는 바람종 소리가 평화롭다.
식구들 돌아와 인터넷 먹통 되기 전에 숙제 시작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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