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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내 귓불에 대고 혼잣말처럼 읊조렸지
"봄까지만…."
"따뜻한 봄까지만 곁에 있어 줘…."
그때만 해도 계절이 이리 빨리 오리라곤 생각지 못했어
어제가 입춘
간간히 눈발이 날렸어도 입춘
이제 머지않아 꽃이 피고 함께했던 기억이 떠나겠지
시간이 조금 늦춰질 뿐, 아무리 애를 태우고 인정하지 않으려 조바심을 부려도
운명은 이미 정해진 길을 차분하게 펼쳐가고 아무리 돌리고 늘여도 운명의 탄성계수가 흐트러지지 않는다는 거. 너무 늦게야 알게 되었어
이제 봄.
그가 떠나가도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어
봄이 왔어.
봄이….
나는 다시 먼지 쌓인 필통을 꺼내
연필을 깍아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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