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ㅁ안방' 카테고리의 글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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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ㅁ안방59

영념하다. 술밥 먹고 들린 커피숍.  직원에게 에스프레소를 주문하는 내 목소리에 깜짝 놀라 뒤돌아보며 던지는 사장님의 립서비스,  "에스프레소 주문하는 소리에 오신 줄 알았어요!"   그냥, 투 샷만 달라고 했거나 말거나, 오늘도 따따블의 과한 배려.  여행 다녀온 친구가 술밥 자리에서 찔러준 편지봉투.  "나는 써서 못 먹것어! 니 생각나서 챙겨 왔어!"  이역만리 호텔 객실에서 일부러 챙겼을 모습을 상상하니, 친구의 영념함이 그저 고맙다. 샘에서 좍좍 물 뿌리고 들어와 "저 늙은이 또 시작이네~"라고 건넌 채 삼월이 언니가 혀 찰 만큼 음악을 크게 튼 후 다리를 서재 문에 올려 걸고 비스듬히 기울여 앉아 친구의 커피를 한 곱부 타 마신다. 나는 지금 앙코르와트 벽 앞에 서 있는 한 사내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느.. 2024. 7. 2.
워쨌건...(이취임식) [세종문협 이·취임식] ▣이임:김일호 ▣취임:성봉수 ▣외빈:김호운 (사)한국문인협회 이사장. 김민정 한국문인협회 부이사장. 권득용 한국문인협회 이사. 강준연 세종특별자치시 국회의원. 최교진 세종특별자치시 교육감. 조상호(전) 세종특별자치시 경제부시장.  신현복 (전)충남문화재단 대표이사 外. ▣격려사:김호운 한국문인협회 이사장. ▣축사:최교진 세종특별자치시 교육감. 신현복 (전)충남문화재단 대표이사. 김동훈 은사. 강준현 세종특별자치시 국회의원.[심포지엄 및 업무 협약식] ▣주제:메가시티 시대의 한글 도시 세종과 대전·충청 문학단체의 역할과 과제. ▣패널:(좌장)성봉수 한국문협 세종지회장. (연사)김명수 한국문협 충남지회장. (연사)김호운 한국문협 이사장. (연사)원준연 한국문협 대전지회장. (연사)강대.. 2024. 6. 25.
뭤 때문이야? ▤ 다음 예문을 읽고 질문에 답하세요.  무슨 국을 끓일까? 고민하던 태배기는 마침 걸려 온 친구의 술청 전화를 받고 집을 나섰다. 대패 삼겹살에 곁들인 술자리를 볶음밥으로 마무리하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평소와 다르게 역 광장 쪽으로 돌아가는 길을 택했다. 친구와 각자의 길로 헤어지기 전 편의점에 들렀더라면 담배를 사기 위해 에돌아가지 않아도 될 일이었다.  광장을 막 벗어나는 태배기 눈에, 밤에만 문을 여는 오래된 호프집이 보였다.  "생맥주 좋은가요? 쉰내 나면 반품유!"  방금 헤어진 친구와 비운 술병이 적지 않았으면서 또 술을 찾는 것을 보면, 분명 취했다는 얘기다. 생맥주 두 잔을 비우고 편의점에 들러 담배를 사고 인적 끊긴 대로를 걸어 집으로 돌아오는데, 어디서 애달픈 고양이 소리가 들려왔다... 2024. 6. 13.
만사가 내 맘 같덜 않어 미팅 마치고 터벅터벅 돌아오는데 마빡 벗겨지게 덥다.  불연, 며칠(몇 주?) 발길  끊은 옥상 푸성귀 생각.  그래도 내 목구멍이 우선이다.  소면 한 줌 삶아 한겨울이었으면 저녁밥이었을 간장 국시 한 그릇 고봉으로 말아 후루룩 넘기고야 옥상으로 올라서는 쇳대를 든다.  자물쇠 따는 동안, 당긴 활시위처럼 몸을 잔뜩 웅크려 말고 계단에 올라서서 앓는 소리 내는 삼월이.  후다닥 먼저 뛰어 올라간다.  뛰어 올라와서는 "짭짭짭" 풀을 뜯어먹는다.  '도대체 무슨 맛이어서 저리도 맛있게 먹을까?'  내가 삼월이가 아니고서는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잎 하나를 따 삼월이를 마주 보며 함께 우물거린다.  시큼 쌉쌀허니, 별맛 없다. 상추가 건조장의 담뱃잎처럼 말라비틀어져 있다.  제철 푸성귀를 내 입에 넣겠다.. 2024. 6. 12.
들뜨다 오야 따라 들린 C시 O읍 행정복지센터.  복닥복닥 열 맞춰 놓인 책상에 앉아 각자의 업무에 열중인 직원들.  "우리 아들은 어디쯤 앉을까?"  "우리 딸도 이렇게 앉았겠지?"  "하얀 와이셔츠에 넥꾸다이 메고 나도 이렇게 앉았던 시절이 있었는데, 기억에서 잊히도록 먼 길을 왔네..."  오야와 둘만 꼼지락거리는 것이 전부이던 일상에서, 많은 사람이 한 공간에서 분주하게 왕왕거리는 모습을 마주하니 새삼스레 다가오는 기분 좋은 현장감.  ↘새로 들인 프레스기가 철판을 내리찍을때, 진군의 북소리처럼 공명하는 첫 번째 굉음 같은.  ↘운동회 뜀박질 선상에서 똥구녕을 하늘로 치들고 출발 총성을 기다리는 콩닥거리는 심장 소리 같은.  ↘야외 훈련을 나서며 단단히 꾸린 군장을 지고 공들여 닦은 군화 끈을 졸라매고 .. 2024. 5. 28.
♬ 새 신을 신고 뛰어 보자, 폴짝~! 왔다리 갔다리 바빴던 죙일.  둘째가 선물한 신발에 얹혀 그러했던 날.  저녁,  술청 받은 곳으로 가다 멈춰 선 신호등 앞.  새 신을 내려 보며 생각하길, "허! 딛는 족족 폭신하기도 하여라. 이리하여 돈값은 한다는 거려니..."  반절 꺾은 소맥 첫 잔을 내려놓으며 생각하길, '이 로고, 야광 같은디?'  캄캄한 밤.  그 어둠도 미덥지 않아 덮어쓴 이불속의 아주 깜깜함.  그 깜깜함 속에 바라보던 아버지 시계의 그 황홀한 빛의 냄새에 대한 생각.  "프레스가 아니고 터치여!"라고,  이래로 쇠귀에 경 읽기 10여 년. 바깥채 전화 패널이 고장 나 '나도 모르쇠' 쓰지도 않으며 기본요금만 꼬박 물고 있는, 쇠귀를 쇠귀로 인정한 이래로 여태.  테이블 키오스크를 꾹꾹 누르는 안 박사님.  달걀찜이 세.. 2024. 5. 23.
몽유병 점심 무렵 잡혔던 약속. 아니지 정확하게는 시간과 장소 정해 연락 달라 했으나, 점심 무렵이거나 그 언저리 시간에 잡히리라 생각하고 있던 약속. 그러니 기별 오기 전에 할 일들 마무리 해놓느라 오전 내내 바쁘게 서둘렀던.  그렇게 마무리해 놓고 이제나저제나 기다려도 감감무소식. 밖으로 나서지도 않고 다른 일 벌이지도 않고 저녁이 다 되도록 기다려도 종무소식.  '뭐 하자는 겨?'    저녁상 차려 앉은 7시 반쯤 울리는 전화벨.  "...그리하여 내일 만나자"는.  참 싱겁고 매칼 없다.  컴에서 메일 주고받으며 할 일들은 오전에 다 했고, 저녁 먹은 설거지부터 고조부님 기제사 모신 설거지도 다 해치웠으니 딱히 할 일이 없는데 마침 졸리다. 잘 되었다. 떡 본 김에 제사 지내는 심정으로 잠이나 자자.  .. 2024. 5. 22.
길. 술밥 먹으러 나섰다가 한양에서 내려온 친구와 뒷골목에서 우연히 조우.  새로 두 시쯤(지금 확인하니 두 시 반이 넘었으니, 집에는 세 시쯤 도착했겠다), 익숙하고 사연 많은 정적의 이 밤거리를, 한때의 18번 이 노래를 흥얼거리며 터벅터벅 걸어 집으로. 알렸어도 마찬가지이겠으나 아부지의 외출을 알리지 않고 나왔으니 혹시 대문이 잠겼을까? 염려했더니, 대문 너머 현관 외등이 환하게 켜져 있다.  "뭔 일이다냐?"  안채 현관까지 열어 놓은 것을 보면, 친정 출근한 삼월이 언니께서 주무시지 않고 귀가하셨다는 말쌈인디,  "이게 뭔 싱황이다냐????"  환복하고 샘에서 푸덕푸덕 씻고 들어와 서재 컴 앞에 앉아 미룰 수 없는 일 잡고 꼼지락거리다가 날 밝았다. 여섯 시 지나부터 두 시간 강아지 잠자고 나가 해장.. 2024. 5. 20.
감투 만감 202405162416목  김인배 트럼펫-운명-,by ⓒ 성봉수 詩人더보기  잡부 마치고 돌아오며 밀친 대문.  마당으로 들어서는 골목, 서녘으로 길게 누운 햇살 아래 던져 있는 우편물. 문협 중앙회에서 보내온 지회장 인준서.  관심 밖의 사람에겐 대수롭지 않은 일이겠으나,  이 한 장의 표딱지 앞에서 우르르 몰아치는 기쁘지 않은 허무한 만감. 아버지께서 'oo군 oo 조합장'에 취임하셨을 때,  섭골 종조할머님께서 껄껄 웃으시며  "성씨네는 빼놓지 않고 조합장 한 자리씩은 꼭 하네. 아버님도  'oo 조합장' 하셨고, 서방님도  'oo 조합장' 하셨고, 돌아가신 영감도 'oo 조합장' 하시더니 조카까지 허허허~" 그리고,  "대대로 나랏밥 잡수신 내력이 내 대에 와서 끊겼으니, 내가 죽어 조상님들 뵐 .. 2024. 5. 18.
5월 봉하, 사나이 눈물. 머언 남쪽 끝 땅 문상길, 노정에 함께 태우고 가겠다고 C시에서 일부러 들러 다섯 시 지나부터 집 앞에서 기다리는 학성 부부. 하필이면 다른 날 보다 길어진 잡부 일정에다가, 마치고 집에 가서 씻고 옷 갈아입고 하려면 한 시간은 족히 더 기다려야 할 형편이니 마냥 기다리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 아쉽고 미안하지만 먼저 가시라 해 놓고. 떠나고 10여 분 차이로 집에 도착해 씻고 바나나 하나로 요기 하고 옷 갈아입고 친구 부부가 상가 도착했을 시간에 마지막 열차에 올라 출발하며, 함께 모시고 간 박 면장 떨궈 놓으라 문자. 고인 셋째 사위와 박 면장과 셋이 밤새 술 푸고(아무리 임종 첫날이고 자정이 지난 시간이지만, 밤샘하는 문상객이 하나도 없다. 코로나를 기점으로 확실하게 자리 잡은 듯하다), 다음 .. 2024. 5. 15.
뒤를 보고 걷는 남자 잡부 다녀와 질러온 황·적 장미 가지 손질해 발근 촉진제 희석한 물에 담가 놓고.  옥상과 화단에 푸성귀와 토란에 물 주고.  조각볕 먹고 늦게야 오신 방울처럼 달린 불두화꽃 앞에 한동안 서서 이런저런 생각. -↘만개할 무렵이면 가지가 척, 척 휘던 마치 거대한 꽃다발이었던 나무. 그 다닥다닥 늘어진 꽃 방울 사이에 산란하던 따스한 봄볕으로 각인된 섭골 할머님 댁의 좋은 기억. ↘이웃과 맞닿은 우리 집 일본식 나무울과 장독대 사이에서 노 씨 아줌마와 담소하는 엄마의 국방색 월남치마에 매달려 까치발로 따먹던 달콤한 앵두와 잎마다 달려 있던 쐐기에 쏘인 쓰라린 통증. 그리고 짙푸른 앵두 잎과 풀 한 줌 없는 앵두나무 아래의 황폐함 사이에 서서 느끼던 풍요와 빈곤에 대한 그 시절 어린 나의 정체불명의 복잡한 .. 2024. 5. 11.
2024 어버이날. '도대체 이런 날은 누가 만들었나?'  하던 때가 있었다. 급기야,  '명절 좀 없었으면 좋것다'  하던 때도 있었단다. 하지만 얘들아,  그 시절, 참 번쩍 지나가더라.  지나고 보니 물 위로 펄떡펄떡 튀어 오르는 힘찬 물고기 같던 그 시절.  어, 하니 사라지고 없더라. 애들에, 양가 부모에, 스승님께, 사람 노릇 하느라 때론 힘에 벅찬 달.  아직은 그 숨 가쁜 언덕에 발도 딛지 않은 얘들아.  눈 감았다 뜨니 그 시절 가고 없더라.  지나고 보니 행복했던 시절이더라. 둘째야,  외식하고 돌아와 네가 사준 홍차를 먹었다.  돈 케이크라 여기고 대신했으니 행여 미안해 말거라. 사랑하는 내 새끼들,자식 노릇 하느라 모두 애썼다.   202405082736수어버이날 4월과5월-님의노래2023mix바람종2.. 2024. 5. 9.
감사한 비. 외출에서 돌아온 셋째,  선캡이라며 삼월이에게 씌워 놓는다. '이 ㄴ아! 어여 가서 김매!'라고 소리쳤지만, 쪼르르 옥상 올라와 오줌 한번 찍 갈기고 내려가셨다.   아드님께 선물 받은 갤럭시s24 울트라.  그림자 제거와 아웃포커싱까지, 욕심만 부리지 않는다면 후보정이 필요 없도록 사진이 잘 찍힌다. 하기야, 이것도 할 줄 아는 사람 얘기다. 옥상에 심은 푸성귀 올 첫 수확. 적·청 상추와 쑥갓과 당귀잎과 바깥채에서 훔쳐 온 매운 고추 세 개.  부드럽기가 양귀비 꽃잎 같은 적상추.  아삭하기가 샐러리 같은 청상추.  오묘하게 쌉쌀한 향기의 당귀잎과 쑥갓. 만들어 둔 쌈장과 강된장과 고추장 중에 무엇을 곁들일까? 고민하다가 쌈장에 냉수 한 사발 퍼 놓고 보약 같은 만찬을 즐겼다. 날이 풀렸으니 작년에 .. 2024. 5. 5.
왜 이랴! 잡부 다녀와 푸성귀에 물 주고 씻고 저녁을 먹으려는데 밥통에 딱 두 수저 남은 밥. 라면 하나 삶아 대충 때우고 의도 없이 그대로 픽 쓰러져 잠들었다.  "아구구구..."  온몸 뼈마디가 쑤시고 아파 두 시경 눈을 뜨니 그러고 있다. 산더미처럼 쌓인 겨울옷 빨래한 것 아래에서 베개를 찾아 끄집어내고 바닥에 불을 넣고 안경 단도리하고 남은 밤을 로그아웃했다. 오늘 참석하거나 계획했던 일정이 빡빡해 잡혀 있어 잡부 결근을 결정해서 마음이 늘어진 탓에, 모처럼 개처럼 쑤셔 박혀 잠들었나 보다. 계획했던 일정 하나가 본의 아니게 취소되었으니 시간 여유가 생겼다. 먼저 쌀을 씻어 놓고 머리 깎는 것으로 그 빈 시간을 쓰기로 했다. 숙직하고 돌아온 아드님께 바리깡을 빌려 빨래가 만국기처럼 걸린 볕 좋은 오래된 집 .. 2024. 5. 4.
망중(忙中)에. 그제, 오전 잡부 마치고 식당으로 향하는 트럭 안.  일하는 동안 도착해 있던 문자를 확인한다.  "시화전 해요"  그리고 첨부된 사진. ☆~ 벚꽃 필 무렵 / 성봉수 ~☆벚꽃 필 무렵 / 성봉수  눈 시리도록 화사했으나 꽃잎은 우수수 떨어져 이별이 그리 쉬울 줄 어찌 알았으리 우리 그때, 꽃잎 같았으니 꽃잎으로 나부꼈으니 비를 맞고 바람을 안고 혼자sbs090607.tistory.com 마감일 자정 1분 전쯤에 급히 원고를 보내 놓고, 단체톡을 하지 않으니 진행 상황을 모르고 지냈다.  일부러 기별 주셨으니 다녀오기는 해야겠는데...  토요일로 생각하고는 있지만 끝에서 끝으로 여기저기 일정이 바빠 어떨지 모르겠다.   잡부 다녀와 오늘따라 허기져 일곱 시 무렵 일찍 밥 먹었더니 실실 배도 고파오고..... 2024. 5. 3.
천공 스승과 로또 비법 잡부 다녀와 컴 앞에 앉았는데, "이번 주 당첨금 30억"을 알리는 화면.  근래에 보기 힘든 고액 당첨금이다.  불연,  지난주 선배님께서 주신 로또가 생각났다.  "이거, 우리 셋이 조합한 번호로 산 건데. 다음에는 너까지 넷이 조합해서 한 장씩 나눠 갖자구!"라던 그 로또.  "이거 당첨되면 우리 넷이서 해외여행이나 다녀오자구"라고 하시며 건네주신 그 로또.  그 로또 추첨일이 지난주였는데, 지난주 당첨금이 대박이었다니!  혹시나? 하며 맞춰 본 로또. 역시나!의 실망도 잠시,  다섯 구좌 모두에 쓰인 이라는 문구와 딱 한자리만 맞춘 번호 앞에 모처럼 낄낄거리며 포복절도했다.  인간적으로, 셋이 조합했으면 연번으로 5.000원 당첨은 안 되어도 서른 개 중에 어딘가에 세 개는 있어야 하는 거 아녀?.. 2024. 5. 3.
환갑 잔칫상 술밥 먹고 돌아와 탄 커피가 기똥차게 맛있다.  이 맛난 커피의 찰나를 남기려는데 때맞춰 울린 SNS 도착 알림음. 확인하느라 폰 집어 들다 쏟았다.  자판으로 서재 바닥으로 난리다.  휴지로 둘둘 말아 대충 훔쳐 놓고 핑계 김에 방에 들어가 그대로 쪽 뻗었다. _20240426금 쪽 뻗었다가 일어나 바깥채 식구들과 동선 겹치지 않기를 기다리며 뉴스 보며 담배만 잡고 있다가, 시간 돼 건너가 씻고 문단속하고 잡부를 나서는데 대문이 잠겼다.   '어! 이 시간까지 대문이 잠겼으면 아무도 출입이 없었다는 건데, 뭐여!'  순간적으로 머릿속이 하얘진다. 서둘러 다시 들어가 쇳대로 바깥채를 따고 방문을 연다.  "왜 이라는 겨! 왜 이랴!"  요 위에 자벌레처럼 엎드린 삼월이 언니의 거두절미한 가시 돋친 단말마.. 2024. 5. 1.
명복을 비노라~! 한국 축구가 1984년 이후 40년 만에 올림픽 본선 진출이 좌절되는 것을 목도한 밤.  어제 같던 쌍팔년 시절의 기억이 40년이라는 시간의 구획으로 함축되니 꽤 먼 세월을 흘러왔음이 실감 난다. 지금과 별반 다를 것 없이 술에 절어 보낸 시절이었지만,  지금의 아들보다 젊었던 그때...  그렇게 대입하면, 곁다리 없이 제 길 가는 아들이 착하고 대견하고. 담배 물고 뜰팡으로 내려서 한 바퀴 도는데, 또 찢어발겨진 서생원 사체. '아이고, 깜짝이야!' 순간, 이 연약한 가슴이 벌렁거리고 숨이 가빠온다. 삼월이 언니 납시기 전에 못 본 척, 모른 척 잽싸게 되돌아 들아왔다. ㅋㅋㅋ 들어오며 우리 안의 삼월이를 살피니, 눈만 꿈먹거리고 마주 본다. 볼 것 없이 또 달마시안으로변신할 텐데, 우얄꼬! 모닝커피가.. 2024. 4. 26.
고추 보다 화초. 장날.  아침에 달력을 보고도, 보며 셈을 하고도 몰랐다. 몰랐다가, 차가 로터리 근처에 다다라 행길에 펼쳐진 노점 천막을 보고야 알았다.  왜 이러지?  요즘 번복되는 인지의 부조화, 왜 이러지?.   집에 돌아와 얼추 파장 무렵이 다 되어 장구루마에 박스 싣고 나가 화초전이 서는 조랑말 사거리부터 거꾸로...  6만 팔천 원에 에누리 4천 원. 거금 들였다.  삼월이 언니는, "돈 많은가베?" 했지만, 얼마인지 먼저 계산하고 시작했다면 끽해야 다섯 포기나 사 왔을 까? 그러려면 애초에 장구루마를 끌고 가지도 않았지.  그렇게 고추 묘목 보다 화초를 선택하며 생각했던, "짐승과 화초 좋아하면 손이 귀하다"라시던  어른들 말씀.  지금 내가 늦둥이 볼 일도 없다만...   202404242628수  들무.. 2024. 4. 25.
이밥 앞에서. 2년 묵은쌀에 혼곡 해 먹으니 IH 아니라 울트라 IH AI 솥으로 밥을 지은들 푸석하고 거칠한 그 식감이야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그래도 대부분의 먹는 행위에 대한 관점이 생명 유지의 기본적 목적 외에 별다른 함의를 품지 않다 보니 딱히 불편한 줄 모른다. 그렇다고 이따금 달거리 여인의 도벽처럼 찾아오는 금테 두른 혓바닥의 욕구까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마침 자루에서 덜어 혼곡 해 놓은 쌀이 동났다. 이참에 폭신한 이밥이 먹고 싶어졌다. 달거리 여인의 도벽처럼 찾아온 욕구만큼은 아니었지만, 이리 가나 저리 가나 일생의 총량을 따지자면 별반 큰 차이가 없을 종착역을 두고, 건강이라는 구실로 외양간의 소로 살게 한 혓바닥이 측은해졌기 때문이다. 정성 들여 쌀을 씻어 불려 밥을 짓고 상.. 2024. 4. 24.
달을 찾다. 술밥 먹다가 끽연하러 나선 행길. 달이 밝다. (내일이 보름이군) 밝은 달 아래 서면 어김없이 펼쳐지는 먼 기억 속의 풍경과 그 풍경 속에 흐르던 음악. -철책 추진 작업을 위해 DMZ 능선 너머에서 야영하던 상병 때. 모두가 잠든 밤, 야영지 입구 구릉의 맨땅에 구덩이 판 초소에 들어가 경계서던 그날 그 하늘에 걸렸던 차가운 달. 그 달빛 아래 메아리치던 대북 방송 스피커의 음악, '알고 싶어요' 그 달을 바라보고, 그 음악을 들으며 내가 누구를 생각했었는지 지금은 희미해졌지만...- 이런 달 아래에 서면 아련하게 떠오르는 젊은 날의 풍경 하나. 잔 것도 아니고 안 잔 것도 아니고, 상황이 참 고약하다. 세상의 빛이 잦아들었으니 지금은 어떤 빛일까 궁금하다. 슬그머니 마당에 내려서고, 슬그머니 대문 밖.. 2024. 4. 23.
천만년에 한 번 울리는 종 산소 보식하고 돌아온 현관 앞. 놓여 있는 택배 박스 크기가 어마무시하다. 이중 박스로 포장된 바람종 "아침의 고요" 5개월 할부로 일 저지른 주문 과정에서도, 배달 문자 받은 산 중에서도, 이 정도로 크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원래 계획대로 마당 끝 땡감나무 가지에 걸었는데, 크기가 너무 커서 추가 끌린다. 어쩔 수 없이 끈 길이를 줄여 걸어두었는데, 커도 너무 크다. 그러니 웬만한 바람에는 미동도 없다. 가까이 가서 귀를 세우면 잔잔한 맥놀이가 속삭이듯 들리기는 하는데, 그 아래에 좌정하고 지내는 일상이 아닌 다음에야... "바람 많은 선영 나무에 걸을까?" 잠시 생각했지만, 쓸만한 나무도 어느 틈에 캐가는 무주공산 형편인 그곳에 비싼 돈 들여 산 것을 위험부담 안고 그럴 수는 없는 일이고. 비가 .. 2024. 4. 21.
향소부곡(鄕所部曲) 유감(有感) 일 마치고 외출에서 돌아오는 길. 모처럼 이 오래된 도시의 오래된 뒷길을 따라 걸었다. 고조부님께서 처음 정착하셨다는, 지금은 사라진 은행나무집 길을 따라 걷는다. 어쩌면 이 도시에 유일하게 남아 있을 수 있는 일본식 목조주택 앞에 멈춰 섰다. 뜰을 바라보며 화랑식 복도가 있는 전형적인 일본 집. 내 기억 속에만 생생한 예전 우리집과 똑같던 집. 뜰로 들어서는 문에 자물쇠가 걸려 있은 지 오래인 듯하다. 길 맞은편 주택 대문 앞에 앉아 한가롭게 햇볕을 쐬고 있는 아저씨께 여쭌다. "여기, 사람 안 사나 보죠? 어르신들은 모두 작고 하셨나요?" 아주머님께서는 5~6년 전쯤 돌아가셨고, 아저씨는 자제분들이 서울로 모시고 올라갔는데 그 후로 자식들도 왕래가 도통 없으니 생사 안부도 모르고 있단다. 어머님과 동.. 2024. 4. 17.
감사한 일이지. 산림조합 묘목시장에서 가지가 제일 기괴하게 뻗고 못생긴 놈으로 골라다 심은 것이 삼 년쯤 되었나 보다. 첫해는 그냥 그대로 내버려 두었고, 두 해째인 작년 가을엔 도장지 중 가장 곧게 솟은 하나만 남기고 강전지를 했다. 그런 올해 기특하게도 빗속에 꽃망울이 초롱초롱 매달렸다. 작년 가을 강전지 한 것이, 해거리하는 감나무 밑동을 도끼로 찍은 것과 다를 것 없는 상황이라서. 그래서 생존 본능으로 서둘러 꽃을 피웠는지도 모를 일이지만, 오래된 집 마당 한편에서 조각 볕을 먹고살면서 꽃을 피워 주었으니, 감사한 일이다. 이력서 사 놓은 것 없는지 묻는 내게, 삼월이 언니께서 눈을 땡그랗게 뜨며 반문한다. "취직 하시게유?" (동무들도 평생 다니던 직장을 떠난 것이 얼추 인 마당에, 취직은 뭔 놈에게 취직. 말.. 2024. 4.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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