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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못된 습성 집착.
현실적으로 쓰임이 없는 것들을 정리하지 못하는.
빵점 맞은 시험지를 버리지 못하고,
냉장고 만한 핸드폰에 쓰이던 충전기를 버리지 못하고,
찌그러진 양은 밥그릇을 버리지 못하고,
내 것이 되지 못한 옛 사람의 기억을 버리지 못하고...
하여도,
나이가 이쯤되니 털어내고 비우는 것에 의식적으로 애를 쓰지.
버리지 못할바엔 더는 담아두지 않기로 했지.
이름을,
얼굴을,
시간을,
장소를,
음악과 그 제목을,
번뜩이라도 남겨질 법한 모든 순간들을,
새로운 인연과 만남을...
애써 기억하지 않으려 노력하지.
철저하게 내 의지를 배제하고 흐르는 물처럼 살고자 하지.
한주가 잘 끝났다.
어머니를 모시고 오는 길에 반 소쿠리를 덜어 5.000원어치 떡살구를 사왔다.
반 개를 잘라 드리니, 맛있게 잡수신다. 먼저번 처럼 시지 않아서 다행이다.
요 며칠을 잠자리가 불편했더니 오른 팔이 신경이 쓰이게 자꾸 저린다.
아무래도 목 상태가 나빠진 것 같아 찝찝하다. 병원을 또 다녀야할지...
낼은 연정이를 데리고 서울에 다녀와야하고..
어머님 점심 도시락을 포장했던 고무밴드를 손목에 묶었다 가지고 왔다.
삭아서 쓰지 못하게 된 것을 한 무더기 버렸는데도 또 많이 모여졌다.
의식적으로 집착을 끊고자 애를 쓰며 살아도,
무의식이 부르는 본능은 어쩔 수가 없는 모양이다.
오늘도, 내가 맞은 전부가 축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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