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빈 지갑에게서.
국수를 밀고 도착한 집.
작년 한참 전 언제, 총회 참석하며 교통비로 받아 온 돈 봉투. 안방 노트북 앉은뱅이책상 위에 던져두었는데 옷을 갈아입으며 보니 새삼 눈에 들어온다.
'그렇지 않아도 지갑에 씨가 말랐는데, 잘 되었다!'
그냥 던져두고 평소에는 신경 쓰지 않았던 배춧잎 두 장. 지갑이 비어서야 시선이 멈춘다. 결국엔 궁핍이 필요를 만들고 필요가 존재를 만든다. 지금 내게 존재치 않거나 존재감이 없는 것이라면 불필요한 것일 테고, 불필요하다면 그것에 대해 목마르지 않다는 것. 내가 무엇으로부터 혹은 누구로부터...
▶ 편의점 아줌마에게서.
친절하신 편의점 아줌마.
나를 대하는 모습이 삼한사온이다. 평소에는 누구에게나 대하듯 날씨 안부라도 건네며 문을 나서는 뒤통수에 "감사합니다" 립서비스를 빠트리지 않는데,
잡부 마치고 누더기를 입고 들렸을 때는 눈도 마주치지 않고 카드도 결제기에 직접 꽂으라 요구한다.
'외면(外面)의 선입감으로 섣부르게 판단하는 우를 범하지 말자'라고 평소 되뇌지만, 결국 누군가에게 본연의 모습을 곡해받지 않기 위해서라면 사회규범이 용인하는 최소한의 바탕은 갖춰져 있어야 한다. 아우라는 그 기본의 전제하에 관계가 이뤄졌을 때나 품어져 나오는 거고, 누군가의 자유분방(自由奔放)은 다른 누군가에게는 자신을 업수이여기는 무례함으로 충분히 전도 될 수 있다는...
▶ 윤석열에게서.
"UAE의 적은 이란!"이라며, 동네 바보형이 또 사고 쳤다.
다른 직업군에 비해 엘리트 의식과 자부심이 강하다는 외교부 공무원들. "어쩌다 대통령 동네 바보형"이 퍼지르고 다니는 똥 닦으러 다니느라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예전에, 통일운동가 뭐시기 형이랑 '지도자의 조건'에 대해서 갑론을박한 적이 있는데, 나는 '인재는 얼마든지 적재적소에 골라 쓰면 되는 일이고, 지도자는 확고하고 올바른 신념을 갖춘 철학자'여야 한다고 주장한 거에 비해 통일운동가 뭐시기 형은 '똑똑하고 실천력 있는 능력자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물론 내 주장의 대전제는 "한 국가의 리더로 나서는 이라면 모든 면으로 국가를 운영할 만큼의 기본적인 소양과 능력은 당연히 갖춰져 있을 것"이라고 여겼기 때문인데, 내가 평소 주장하던 "유능한 인재를 적재적소에 골라 쓰면 되는 일이다"라고 선거 기간 내내 열변을 토하던 어쩌다 당선된 윤석열을 보며, 내가 틀렸음을 알았다.
내 선한 보편성의 인식이 결코 세상의 보편성으로 작동되는 것만은 아니라는...
▶ 이명박에게서
비서실장 임종석을 급하게 파견하며 문재인 대통령이 호들갑을 떨었는데, 그 이면에 감춰진 속사정이 무엇이었는지 자못 궁금했어도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이번에 술만 좋아하는 동네 바보형 때문에 저간의 사정을 알게 되었는데, 역시 "장사꾼이 대통령이 돼서 성공한 나라가 없다"는 말을 다시 한번 되뇐다. 근본도 없는 수전노 장사치기가 대통령이랍시고 낙수효과 운운하며 부자 감세 몰아치기 하더니만, 이런 얼토당토않은 일을 저질러놨다.
약은 약사에게 진료는 의사에게, 정치는 정치인이, 음악은 음악인이, 문학은 문학인이, 바람은 제비가! 그 분야는 그 분야의 전문인이 하는 게 맞다. "정치를 하지 않은 이이니 때가 덜 타서 그 어느 대통령보다 잘하지 않을까?"라는 기대로 동네 바보형을 선택한 분들. 지금도 그 생각이 변함없는지 궁금하다. 근본 없는 수전노 쥐바기와 함께 쫓겨났던 그 떨거지들을 데려다가 "적재적소에 배치한 유능한 인재"라고 국정을 운영하는 이 현실을 뒤늦게 "반면교사" 삼고 있는 무책임함은 아닌지...
https://youtube.com/shorts/8Meao827cpc?feature=share
202301230518월
얼간이첫사랑 MIX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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