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황 파악하며 삽시다 / 바람 그리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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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ㅁ마당

★~ 상황 파악하며 삽시다 / 바람 그리기 ~★

by 바람 그리기 2020. 1.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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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갑자기 몇 해 전 생각이 났는데,
 아마 추석 명절 무렵이었을 걸?
 친구 A가 전화를 걸어서
 "봉수야, 지금 OO에 B가 와 있는데 와라, C도 있고..."
 '그래? 누구누구 있는데?'
 "응, 몇 명 있어... "
 그때 얼버무리는 소리를 알아챘어야 했는데, A, B, C와 나의 공통분모는 초등학교 동창이라는 것이었으니 당연, 외지로 나간 친구들 몇 명이 모인 거이려니 생각했지.
 그래도 고향이라고 찾아와 친구를 부르는데 안 나가면 실례인듯 싶어 채비하고 나갔고.
 그런데 막상 일러준 식당에 도착하니 A, B, C 외에 함께 있다던 D, E, F(G?)가 예상 밖의 사람 들였지 뭐야?
 D는 역시 초등학교 동창이라는데, 동창회에 한 번도 참석을 안 했으니 수십 년 만에 처음 보는 상황이었고 E는 시장에서 점포를 하는 사장님인데 처음 본 얼굴이고 F는 예전에 호프집을 할 때 몇 번 안면이 있는데 보험 영업을 하는 돌싱이었어. 그러니까, B, D, E, F 가 여중 동창생으로 모임을 하는 한 달에 한 번씩 만나는 사이라는 거지. 다시 말해서 여중 동창생끼리 모임을 하다가 A와 C가 합류한 모양인데, 미리 선약이 있었던 건지 누가 먼저 연락했던 건지는 알 바 없었고. 어쨌건 합류를 했으니 자리를 잡고 앉았는데 한우를 조지고 있더라고.
 뒤늦게 자리했으니 술이나 먹으며 몇 첨 되지도 않는 고기를 께작 거리며 고사를 지냈는데, 그것마저도 다 떨어졌는데도 주문을 안 하더라고? 내가 도착 전에 얼마를 먹었는지 알 길이 없으니 '많이들 먹었나 보다... ' 생각하며, 받아 놓은 술을 조절하며 자리가 마무리되기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맨 구석자리에서 F가 구시렁거리는 소리가 들리자 뭐야.


 "남자들이라고는 매너가 없어가지고... 고기가 떨어졌으면 더 시켜야지... 꼴랑 3인분이 뭐여..."
 아이고, 당황스럽더군. 처음에는 다른 사람들 얘기하는 줄 알았다니까. 헐~3인분 시킨 고기 중에 내가 세 첨이나 먹은 거네! 그래서 눈치를 보니 옆에 앉은 C는 손만 싹싹 비비며 못 들은 척 고개를 빳빳하게 세우고 있고, 내 앞에 마주 앉은 A는 눈을 건공에 두고 꿈먹거리고 있고...
 '그래? 여태 3인분밖에 안 먹은겨? 그럼 더 시켜. 다 먹고 갹출을 하던지...'
 계속 구시렁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이 불편해서 그리 말했더니, 앞에 앉은 A가 냉큼 5만 환을 꺼내며 "나는 오만 원 낼껴"하지 뭐여! 그러니 어쩔껴? 나도 얼른 주머니에서 오만 환을 꺼내서 건네주었지. 아마 C도 그랬을 거여. 그러는 동안에도 구팅이에 앉은 F의 매너 타령이 계속되고 있었고. ㅋㅋㅋㅋ
 속으로 생각했어.
 '이게 뭔 상황 여? 띠부랄 놈 나는 왜 불러가꼬, 완전 똥 밟았네. 매너? 아니, 어디 나이트에서 부킹을 하는 것도 아니고 뭔 매너? 그렇게 매너 따지려면 본인이 최소 눈 호사라도 할 정도는 돼야지,... '
 물론, 이 몸이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사람이라면 여자들에게 계산하게야 안 했겠지. 삼겹살이라도 먹고 있었다면 더 그랬겠고. 그런데 돈을 누가 계산하냐를 떠나서 그 상황이 너무 황당한겨. 무슨, 오가다 만난 사람을 발라먹는 자리도 아니고...
 커피라도 살 생각으로 그것이라도 챙겨서 나갔길 망정이지 완전 개쪽 날 뻔했다니께.


 그다음 날 B가 전화해서 미안하다고 사과한 걸 보면, 여자들도 그 상황이 불편했기는 한 모양이지.?


 오늘 갑자기 그 생각이 났는데, 그때 영 불쾌하던 마음은 어디 가고 그냥 웃음이 나서 혼자 낄낄거렸어.
<매너를 따질만한 퀄리티도 없는 사람이, 매너를 따질 자리도 아닌 곳에서 매너를 따지던. 그 구석자리서 젓가락으로 빈 접시를 콕콕 찍으며 구시렁거리던 모습>
<그 구시렁거리는 소리를 못 들은 척 고개를 빳빳하게 세우고 손만 비벼대던 C>
<역시, 뭐라고 할 말을 못 찾고 시선을 건 공에 두고 눈만 끔뻑거리던 A>

 그 모습을 생각하니 어찌 우습던지. ㅋㅋㅋ


 여러분, 설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상황 파악 좀 하면서 삽시다. ㅋㅋㅋㅋ~

 날이 쌀쌀합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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