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입니다.
겨우내 얼어 솟았던 오래된 집 마당이 녹아 가라앉고 화단 앵두나무 아래엔 성급하게 새 계절을 맞는 풀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제 먼 바닷가 산 아래 어디로 잡부 나갔을 때, 불어오는 바람에 콧구멍을 벌려 킁킁거리며 어디쯤 오셨는지 두리번거렸던 봄. 이젠 오래된 집 그늘진 마당에도 닿는듯싶습니다. 며칠 전 남도의 치맛단에 일렁이는 바람이 예사롭지 않다 하시더니, 이 좁은 땅에 새 계절이 번지는 차이가 딱 이만큼이군요.
까마귀 소리가 들리는 봄이 오는 무각굴(霧刻窟) 오래된 집 마당.
서재 창밖 바람종 살강거리는 소리가 벌써 여우처럼 달라졌고요,
얼결에 밖으로 쫓겨난 삼월이가 바깥채 문 앞에 웅크려 앓는 소리를 내다가 엄살 떤 보람이 있어 셋째와 산책 나갑니다.
어쩌면 저리도 꼬리를 빨리 흔들까요?
그 모습을 보며 '딱 네 맘처럼만 세상을 살면 좋것다' 생각했습니다.
서재 온풍기.
봄을 하루 앞두고 동 난 석유를 놓고 한동안 고민하다가, 그냥 한 말 더 사다 놓았습니다. 봄이 왔다지만... 아마 반 말 정도면 이 겨울은 날 듯싶은데, 쓰다 남으면 바깥채 보일러에 넣어두기로 하면서요.
어릴 적 설 차례 모시고 어른들 꼬리 잡고 쫄래쫄래 성묫길에 오르면, 산길 냇가에 어김없이 피어있는 버들강아지를 만나고는 했는데요, 설 명절도 목전이군요.
아직은 이것저것 단도리할 것이 남은 겨울.
어쨌건 얼어 죽지 않고 살아내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봉수야 ㅎㅎ
20240204일立春
엄정행-봄이 오면 mix 삼월이와 바람종 20240204_125530 입춘.
라면 하나 삶아 먹고 목간이나 댕겨와야것다.
어제/석유 한 말(20ℓ). 거실 형광등 본체. 두부 한 모. 청양고추. 달걀(특15구)
-by, ⓒ 성봉수 詩人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