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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치로 밀어 놓은 저녁 밥상을 바라보며 부스스 눈 떠 왼팔을 꺾어 오른 어깨를 두드리고 주무르다가 담배를 물고 거울 앞에 선다.
거기,
푸석푸석 윤기 없이 거무튀튀한 거죽을 뒤집어쓴 남자가 주먹만 한 눈곱을 매달고 사방으로 뻗친 지푸라기 같은 머리칼을 하고 엿장수처럼 서 있다.
부엌문을 밀고 마당으로 내려선다.
기척 없는 개새끼.
"쓰레빠도 그대로 있고, 안에서 자는가 보군..."
초록의 손가락들이 고무락고무락 올라오고 있는 오래된 집 마당이며 화단에 새 소식은 없는지 휘이 둘러본다.
비가 온다는 것을 알고 널었는지 널었는데 밤새 비가 온 건지 비가 오거나 말거나 걷지 않은 건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지만,
막 잡아 벗긴 짐승에 가죽처럼 추욱 늘어져 빨랫줄에 가득 매달린 빨래들.
(알 수 없어요...)
요리조리 눈길 돌리다가 성의가 괘씸해 선택한 첫 커피.
삼월이 언니께서 하사한 종이컵의 라테를 컵에 따르니 고봉이다.
배는 빵빵하게 부르고 맛은 드럽게 없다.
커피도 아니고 우유도 아니고...
식모커피보다도 못한 이 맛도 저 맛도 아닌 것,
역시 내 겐 아니다.
배가 부르니 짜증이 확 난다.
이건 공복에 대한 심각한 기만(欺瞞)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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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월 대보름 달은 빗속에 숨어 인사 한번 없이 떠났다.
달도 없는 대보름날, 이것은 실체에 대한 기만이고.
반성 없는 후회, 이것은 '지금'의 합리화를 가장한 시간에 대한 기만이다.
202402250709일
미사의 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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