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 쓰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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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 끽연

속 쓰림.

by 바람 그리기 2020. 8.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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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월이 언니가 출근 전 차려놓고 간 아침상.
쿠키 두 개와 달걀 하나.

딱히 시장기가 없어 점심에나 먹던지... 한쪽으로 미뤄뒀는데, 12시가 넘어서며 속이 훑는다.

약도 먹어야 하는데 속이 훑으니 뭔가는 보태야겄는데, 꼼지락거리기는 귀찮고...
멀뚱거리며 기와집을 짓는다.

라면?
라면 삶을 시간이면 차라리 국수를 삶아 간장에 말어?
그럴 바엔 묽게 반죽해서 수제비를 뚝딱 뜨고 말지.
...

그냥 찬물에 말아 후루룩 넘기기로 하고, 예전에 쪄 놓았던 새우젓을 찾으려 냉창고를 열고 서성거리는데 소재불명.
'흠... 안 썩는 건 잘 버리네'
썩은 호박 토막을 꺼내 부엌 바닥에 집어던지며 포기.
여차여차 고삼월이를 앞세우고 옥상으로 올라간다.

된장을 가르며 깨진 메주를 거르지 않고 그냥 둔 간장.
볕 좋을 때마다 살피며 신경 썼어도, 장마 끝나고 살펴보니 영 탐탁지 않다. 어째 날 잡아 다려야 될듯싶은데, 그 많은 간장을 퍼 나를 엄두가 안 난다. 일단 염도를 더 높여보기로 하고 어제 소금 두 대를 더 보태 풀어놓았는데, 살펴보니 상태가 좋다. 일단은 더 두고 보기로 하고... 소금을 걷고 처음으로 햇된장 한 종지를 떠 내려왔다. 일단 때깔은 좋고 짠 내도 지대루다.

고래만 한 멸치 두어 마리, 마늘, 양파, 다시다, 맛술, 설탕 한 꼬집. 끝.
강된장의 화룡점정, 매운 고추와 기름 한 방울이 더해졌으면 좋았을 텐데 없으니 패쑤.
찜기에 푸욱 쪄야 하는데, 귀차니즘으로 전자레인지에 대충 돌렸더니 마늘이 더걱더걱. 그리고 짜다! ㅎ

물 만 밥 한술 뜨는데,
고삼월이가 현관 문지방에 턱을 괴고 눈이 빠져라 어찌나 흘겨보는지...
미안스러워 후루룩 소리도 못 냈다.

아,
날이 더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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