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버들 천만사 늘어 놓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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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 끽연

실버들 천만사 늘어 놓고서...

by 바람 그리기 2020. 4.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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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집이 오늘에 존재한다는 유일한 증거.


마당 화단 앵두꽃이 눈송이처럼 폈습니다.


새잎이 봉긋하게 솟아나는 걸 보면,


머지않아 꽃비가 되어 후드득 날릴 겁니다.


그러기 전에,
벌 나비가 와글거리면 좋으련만...


천지가 꽃인 시절이니 들로 산으로 바쁜 모양입니다.


계절은 또 이렇게 익어가고,



나는 이 봄도 또,

쥔 것도 놓은 것도 없이
밀려가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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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귀찮아서 건너뛸 심산이었는데,
 오른 등짝과 어깻죽지가 빠져나가는 것 같이 시리고 아픕니다.
 다 쓴 무명 실꾸리만큼 남은 삼두박근이 수전증 걸린 노인네처럼 덜덜덜 떨립니다.
 약을 먹어야겠습니다.


 아점이라기엔 너무 늦고, 점저라기엔 너무 이르고...
 남은 닭죽을 대충 덜어 대충 데워 대충 마시고 나니,
 아귀의 잠을 깨웠는지 속이 헛헛합니다.
 밥을 한 주걱 더 덜어 신김치를 찢어 덜고 고추장으로 썩썩 비볐습니다.
 고추장만으로 비비기엔 간이 부담스럽고 간을 맞추자니 깔이 안 나오고...
 고추장과 토마토케첩을 반반 섞어 비볐더니 맛도 비주얼도 제대로였습니다.



 "고추장 좀 찍어 먹으면 좋것어!"
 속이 니글거린다고 하소연하시던 어머님.
 모른 체 타박을 하기도 한두 번이고, 고추장 조금에 케첩을 섞어 거짓으로 드렸던 기억이 스쳐 갔습니다.


 그거 한술 뜨는데, 삼월이가 현관 문지방에 턱을 괴고 눈이 빠져라 바라봅니다.



 아무래도 속는 기분이었지만,
 닭죽 마신 그릇을 부셔 사료 한 줌을 진상했습니다.


 신경이 어떻고 저떻고,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고장 난 곳은 목인데 왜 죄 없는 곳이 아픈 건지...
 '실존은 본질에 앞선다'고 하지만,
 딱히 맞는 말인 것은 아닌 것도 같습니다.



 -서재 창밖의 이쁘게 우는 바람 종을 바라보며,
   식은 커피와 맛난 담배를 먹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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