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ㅁ사랑방' 카테고리의 글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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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ㅁ사랑방272

금테 당선은 확실한 거고, 과연 득표율 몇 %를 얻을 것인가? 결국 과반 득표에 실패한 실망스러운 결과를 확인하며 잔 것도 아니고 안 잔 것도 아닌 아침이 밝았습니다. 지지하는 후보의 당선은 당연 기뻐할 일이지만, 실망과 분노의 감정이 뒤섞이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쿠데타 내란 세력의 심판"이었던 선거 결과라고 여기기에는, 지지층과 지역의 변치 않는 편향된 결집을 목도하며 말입니다. 김문수의 예상 밖 선전, 40%대 득표에는 등골이 오싹했습니다. 한덕수와의 단일화 소동이 없었고, 선거기간이 일주일 더 길었다면 결과가 반전될 수도 있었겠다는 끔찍한 생각도 했습니다. "하... 이 정도 득표율이라면, 이재명 정부 국정운영이 녹록지 않겠다" 맛있게 내린 커피와 초파리가 극성인 문드러지기 직전의 바나나 한.. 2025. 6. 5.
밤새 소쩍새는 울고. 현관 밖 댓돌 위에 그림자가 어른거립니다. 푸더덕거리는 소리가 삼월이 같습니다. 똘똘이랑 또 술래잡기 중인 거 같습니다. 그래서 그냥 그러려니 했는데, 포란(抱卵) 중인 새처럼 댓돌에 웅크린 삼월이 그림자가 미동 없이 이차 행동이 없습니다. "이상타?" 하던 일을 잠시 접고 마당으로 내려섰습니다. 쥔장은 쫓겨나 안채 댓돌 위에 있고, 이놈은 남의 집을 차지하고 한가롭게 오수에 빠져있습니다. 마치 갓난아이가 먹고 자고 먹고 자고 하는 것처럼, 토끼처럼 깡총거리며 뛰어다니다가 어느 순간 픽 쓰러져 죽은 듯 잠드는 모습을 반복하는 것이 요놈의 일상이니 방금까지 방울 딸강거리며 뛰어다니다가 금세 잠든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닌데... 그렇지 않아도 삼월이 신도 셋째가, 교주를 귀찮게 하는 똘똘이를 가끔 쥐어박고.. 2025. 6. 2.
It's 봉수 Life 볕이 참 좋은 날이었어요. 행사 마치고 점심 먹고 돌아오니 오래된 집 마당에 조각 볕이 넘치도록 한가득입니다. 볕이 아깝습니다. 샘 다라에 비눗물을 풀어, 일부러 만든 빨래를 담가 놓고 들어와 커피를 맛있게 내려 부엌 문턱에 걸터앉았습니다. 볕은 좋고 정적은 평화롭습니다. 똘똘이를 마당에 풀어주었습니다. 부엌과 마주한 바깥채 댓돌에 올라서 "무엇을 저리도 맛나게 먹을까?" 궁금해합니다. 큰 따님이 "털도 빳빳하고 생긴 것도 이상하고 아무래도 여우 피가 섞인 것 같다"라고 하고. 막내 따님은 "눈까리가 파라니, 아무래도 시베리아허스키 같다"라고 하는데... 발 크기나 체형을 봐서는 분명 발발이인데, 대형 견인 시베리아허스키 눈깔 색이니 희한하고. 귀가 바짝 서고 성질이 더러운 조짐을 보면 .. 2025. 5. 16.
선생님, 선생님, 오늘도 볕이 좋습니다. 떨어진 혈압약을 처방받고, 툭하면 빨래할 일이 많아질 계절이 돌아오니 나간 김에 시장 마트에 들러 가루비누도 챙겨 왔습니다. 그리고 어제 개봉하고 거실에 벌려 놓았던 커피머신 자리를 찾아주기로 했습니다. 우선은 서재에 놓고 쓰던 선생님께서 보내주셨던 머신을 치우기로 했습니다. 광에 가서 챙겨두었던 박스를 들고 들어왔습니다. 먼지를 털고 안으로 들여 확인하니, 선생님께서 처음 보내셨던 원두 봉지를 버리지 않고 박스 안에 넣어두었더군요. 쓰인 글귀를 천천히 읽는 동안, 지나온 기억들이 와르르 몰려들었습니다. 콩을 가시라 어머님께 핸드밀을 건네고, 마주 앉아 도란도란 얘기하던 어느 날의 풍경이 스쳐 갔습니다. 조용하고 한가한 날, 창을 넘어 방바닥에 비껴 늘어진 .. 2025. 5. 9.
똥 싸다 술밥 잘 먹고 점포에서 나왔습니다. 연휴라서 문 닫은 가게가 대부분이니 밤거리가 한적합니다. 만만한 어둠 속 그늘을 찾아 소변을 봤습니다. 소변을 보는데, 급작스레 물컹하고 똥이 나왔습니다. 전조도 없었고 징후도 없었습니다. 당황스러운 일이지만 분명 나온 거 같습니다. 그런데 그 순간부터 복통이 시작됐습니다. 아닙니다. 복통은 아니었고 괄약근에 묵직하게 압력이 가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찻집을 포기하고 친구와 로터리에서 헤어져 집으로 향합니다. 똥구멍을 꼭 조이고 어그적어기적 가랑이를 벌리고 최대한 빨리 집으로 향했습니다. 아닙니다. 걸음의 속도에 비례해 괄약근에 가해지는 압력도 가중되었습니다. 그러니 그럴 때마다 보폭을 좁히고 속도를 줄이기도 하며 최선을 다했습니다. 대문을 밀칩니다... 2025. 5. 6.
식어가다. 어제 부모님 뵙고 와 부엌 구석에 던져두었던 오징어를 구워 쪽쪽 찢어 용기에 담아 냉동실에 넣어두었습니다. 아주 가끔, 입이 구진하고 건건찝찔한 것이 먹고 싶어지면 두어 쪽씩 꺼내 먹고는 합니다. 어릴 적 마른오징어는 구경하기 힘든 참 귀한 음식이었습니다. 빡빡머리 시절 하숙집 뒷방의 술안주는 열에 여섯은 부순 라면에 스프를 뿌려 대신했습니다. 그러다가 내 번 돈으로 술을 마실 나이가 되어서야 비로소 오징어가 열에 여섯은 안주가 되었지요. 기차 안, 홍익회의 이동 판매 구루마에 실려있던 물렁한 조미 오징어는 또 얼마나 별미였게요. 구우면 감칠맛이 배가 되지만 씹기가 나빴고요, 그렇지 않으면 씹는 맛이 부드럽고 본래의 향취를 느낄 수 있어 좋았습니다. 커피가 뜨거워도 식어도, 그마다 고유의 풍미를 느.. 2025. 4. 21.
아리랑 고개에서. 모두가 길을 떠났다. 떠난다는 것은 시간의 토막으로 존재하는 실존에는 지극히 당연한 순리이다. 취사선택이 허락되지 않는 냉엄한 필연이다. 그 당연함에 우르르 밀려가기도 하고 쓸려가기도 하지만 누구 하나 부정하지도 않을뿐더러 인식 조차 못 하고 천연덕스럽게 흘러간다. 그것은 마치 지구별의 어마어마한 자전이나 공전 속도에 들어앉아 있으면서도 기실은 먼 하늘을 보며 영원한 정지의 순간인 것처럼 착각하는 것처럼 말이다. 나는 모두가 떠난 그 자리에 버티고 서서 시간을 역류하고 있었다. 휩쓸리거나 떠밀려 나는 이만큼 걷고 있는데, 거기 또 다른 내가 그때의 그 길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모두가 떠나버린. 심지어 나마저 떠나버린 그 고개 위에, 이렇게 기억의 하늘에 멈춰 서서 그날의 거기를 뜨지 못하고 .. 2025. 4. 18.
콧구녕에 바람(성북근현대문학관/심우장/길상사/탑골공원막걸리집) 지역 문학단체의 봄나들이 겸 문학기행에 다녀왔습니다.  한양 나들이하면, 열에 열은 지하철을 이동 수단으로 선택하다 보니, 굴 밖의 세상을 온전하게 본 것이 얼마만인지 모르겠습니다.  그 시끄럽던 헌재 앞도, 광화문 거리에도 개미새끼 한 마리 보이지 않으니 지난 몇 개월이 꿈이었나 싶고... 탑골 공원 앞을 지나치며 신호 대기 중인 창 밖.  늘어선 작은 탁주집을 보면서,  "저기서 먹으면 참 맛나겠다. 언제 한번 올라와서 들려야겠다"생각했습니다. 구불구불 대사관로 고개를 지나 길상사에 도착했습니다. 일주문은 요정 대원각시절 길상화 보살께서 세웠던 대문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는군요. 해설사와 약속한 시간보다 30분 남짓 일찍 도착한 덕분에 혼자 한 바퀴 둘러보고, 해설을 들으며 또 한 바퀴 둘러봤습니다... 2025. 4. 13.
획(劃) 침묵의 획(劃)으로 돌아가는 것이지-詩 「파도는」草稿에서-  202503282727금윤수일-타인 mix 파도-by, ⓒ 성봉수 詩人 2025. 3. 29.
봄 앞에서. 바람종이 곱게 우는 오래된 집 마당의 화단에 봄이 옵니다. 지난해 이식의 몸살을 앓아 제대로 꽃을 보지 못했던 상사화가 반갑게 새순이 돋고,  꺽다리 원추리도 변함없이 봄을 맞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게 지난밤 사이에 벌어진 일입니다. 천연덕스러울 만큼, 요란하지 않게 벌어지고 있는 이 대자연의 신비로운 변화에,  아직 겨울옷을 껴입은 나는 화단 앞에 쪼그려 앉아 그저 감탄하고 감사해하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겨우내 내게 오지 않은 얼굴에 매달려 있던 시간쯤이야...  얼마나 하찮고 부질없는 잡념이었던가? 생각하는 것입니다.      202503161612일  박인희-봄이 오는 길 -by, ⓒ 봄을 반기는 봉수 2025. 3. 16.
AB형 남자. 반쯤 남은 달과  반쯤 취한 나와  반쯤 남은 기억 속의 얼굴을 잡은 반쯤의 미련.  그리하여,  그 턱을 넘어서지 못했거나 않은,  당신의 이기적인 시간.  뭐 어때?  그래도 뭐 어때?    그렇지만, 그래.  눈에 보이는 저 빛,  그게 기억하는 나면 좋겠어.  이기적이지 않고, 무식하지도 않고, 무모하지도 않은 보답.  아니, 어쩌면 양심 말야.  그래서,  가끔은 저 달아래 서있을 한 남자를 기억하면 좋겠어.   202503082826토  성봉수-저 달만 같아라 mix 임희숙  DHC 2025. 3. 9.
건강하던 시절. 루틴을 지켜 발치로 밥상을 밀어 놓고, 밀어 놓은 다이소 밥상 사이에 발을 끼우고 오늘을 맞았습니다.  둘러엎지 않았으니 다행이지요. 뚜껑 열린 재떨이도 말입니다.  밤새 혼자 논 티브이.  "선생님께 실패란 무엇입니까?"  방영되던 프로그램을 마감하며 출연자에게 묻습니다.  잘 나가는 ceo가 대답합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닙니다.  지금 안 되고 있을 뿐이지, 죽을 때까지 해봐야 합니다! 진짜 원하는 게 있으면.  노력하고 있는데 정체되는 것은 절대 실패가 아닙니다. 조금 늦어지고 있을 뿐이지요. 실패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지요.  주관을 가지고 자기가 좋아하는 거 끝까지 밀고 가면 좋겠습니다.  ...움직이고 있는 한 앞으로 나가고 있는 것이지요"  차를 타 서재로 들어와 내 오래전 좌.. 2025. 3. 3.
확인 사살. 산더미처럼 쌓아 놓은 설거지 하려고 일어서려는 찰나,  "와인 먹다 송골매 음악을 들었는데, 맘이 거시기허다. 그러하니 한잔 하자"는 친구의 술청.  친구들 사이에 "불가침의 소도(蘇塗)였던 자택"으로의 초대이니, 설거지가 문제랴! "아참, 이거 안 줬네. 우리는 이거 한 봉씩 먹고 시작한 겨"  쥔장이 장어 액기스를 내밉니다.  [김소형 원방장어 진액스틱]  먼저 입장해 두어 잔을 넘긴 안가 놈이 이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얼음판에 자빠진 황소눈깔 같은 왕방울만 한 눈깔을 삼월이 언니처럼 두 바퀴 반을 굴리며, 농인 듯 아닌 듯 음흉한 미소를 띠며 지껄입니다. "그거 주지 마! 쓸데도 없는 독거노인한티, 그걸 왜 줘!"    202502152608토  윤수일-타인 -by, ⓒ 독거노인 봉수 2025. 2. 16.
어이, 어이,  그렇지 않아도 "번개 한 번 할까?" 생각하였는데, 담배 사러 나갔다 돌아오며 "아이고 이렇게 길이 꽁꽁 얼었는데 괜시리 만나자고 했다가 돌아가는 길에 한 놈이라도 낙상해서 대굴빡 깨지면 난감한 일이지..."라고 생각하며 말았었어.  고란디, 평생 처음으로 건강검진 예약하러 양가에게 끌려간 안가가 "200"이 넘는 혈압에 빠꾸오라이 당했다고. 그러하니, 불식 간 입 돌아가도 몰랐을 안가를 양가가 살렸으니 그 기념으루다 술밥 먹자는 기별을 받았것지! 고랗게 술 밥 먹고, 합이 120년인 두 산삼이 사이좋게 귀가하는 모습을 보며 나도 육교를 넘었쥐. 어이,  잡부 나가는 날이 아니라면, 이 음악은 하루를 여는 두 번째 알람으로 설정되어 있으면서도 잘 듣지 못하지.  들어도, 첫 마디를 넘어서기 전에.. 2025. 2. 5.
복 많이 받으세요. 성봉수 합장 2025. 1. 29.
뻔했습니다. 억지로 잘라 만든 공간에 조성하느라 계단 회전반경도 기울기도 요상하게 생긴 건물.  전날 잡힌 번개의 후유증인지, 그러고 들어와 세 시간 남짓 잔 잠때문인지... 물건 나르느라 3층 오르내리는데, 눈앞이 노래지고 별이 반짝거리고.  저혈압인지 저혈당인지 떵구멍이 벌렁거리고 하마터면 쌀 뻔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화장실 순번 기다리다가 포기하고 그냥 집을 나섰는데, 현장 리모델링한 욕실 변기에는 아무렇게나 찢은 골판지에 "이틀간 사용금지"라고 커다랗게 써서 붙여 놓았지. 진쫘로다 떵 쌀 뻔했습니다. 대전까지 팔려 갔으니 도망 올 방법도 없고!  다행히 지난번 철거 때와는 다르게 계단이 얼지 않아 종아리에 알은 안 뱄습니다. 집으로 돌아와 씻고 막 건너오는데, 이웃 도시의 오랜 친구가 다니러 왔다는 전화를 .. 2025. 1. 25.
독선의 오류. 반나절 뚜벅이 여행을 마치고 오른 막차. 환승역에서 20여 분 공백이 생긴다. 담배 한 대 먹고 화장실 다녀오면 딱 맞은 시간.  광장에 내려 담배를 먹고 역사로 돌아오다 바라본 시내 전경, 어디인지 눈에 익다. 역사를 둘러보다, 이곳이 예전 그곳이었음을 알았다. 역광장 너머 오른편에 높게 서 있던 건물을 제외하면,  기대보다 단출하고 어두웠던 도시, 이리.  서른여섯 해전 집찰구(集札口)를 빠져나와 마주한 이 도시의 첫인상.  장날, 난전에서 멍게에 쏘주 한잔을 걸치고 불쑥, 차표를 끊고 무작정 닿았던 그 도시.  돌아오는 열차를 기다리며 서 있던 플랫폼에 불던 그 황량하던 바람...  목재로 바닥이 마감된 2층 카페를 딛던 삐걱거림.  그날 그 카페에 흐르던 음악,  Spring, Summer, Wi.. 2025. 1. 21.
둥글게, 둥글게~ 추운 하루 잘 보내셨는지요?  땅이 얼어 삽이 들어가야 말이지요.  그래서 잡부가 데마찌 났습니다.  마침, 생일인 둘째가 언니를 통해 쓰리쿠션으루다 툭 던진 "아빠가 볶아주는 짬뽕 먹고잡다"라는 말이 생각났습니다.  그래서 귀경 겸 장을 들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눈은 펑펑 쏟아지는데 '아빠가 끌려가신 미아리 고개'에 불었음직한 바람이 따갑게 볼따구를 때립니다.  이맘때 북쪽으로 걷는 걸음은 늘 그렇습니다. ★~詩와 音樂~★[ 詩集 『바람 그리기』] 북향의 화단 / 성봉수북향의北向 화단 / 성봉수 북향의 화단에는 봄이 오기 전에는 눈이 녹지 않으리라 겨울을 잡고 맞은 이별은 이별로 얼어 늘 떠나가고 그리움은 그리움으로 얼어 가슴 속을 아프게 긁는 시린 바sbs150127.tistory.com 그 따가운.. 2025. 1. 9.
새해 안부 어제,  몸 풀고 산후조리 하는 것 마냥 바깥채 둘째 품의 동안거에서 모처럼 나와 오래된 집 마당을 순찰하는 삼월이의 기척이 있더라니. 조금 전 담배사러 문을 밀치니 또 쓰레빠를 전부 물어가셨습니다.  이런저런 이유로 변함없기가 참 힘든 세상,  내게 변함없는 사랑(혹은 증오)을 보이는 삼월이의 마음이 존경스럽습니다.  새해 첫날, 잘 보내셨는지요? 세상 돌아가는 꼴이 참 재미없고 어수선하니,  올해는 보신각 타종식도 보지 않고 새해를 맞았습니다. "영혼의 샘"이라며 새해 펼친 첫 시집.  독자와의 공감으로도, 시인 본연의 깊이로도 게으르지 않은 시인.  "이 정도는 써야 시고 시인이지"라며,  부럽고 존경하는 그 시인.  그 엄청난 달란트의 시인을 마주하며 제 얼굴을 얹어주시니,  내 과분한 기쁨은 참.. 2025. 1. 2.
2024년 첫눈 오신 날. 2024년 첫눈20241127수루비나 박상숙-눈이 나리네  2023, 첫눈.밤 고양이처럼 첫눈이 내린 아침 봉숭아 꽃물 드린 손톱을 바라보았는데 첫사랑의 기별은 올해도 오간 곳 알 길 없어 전설의 꿈속을 나는 나비의 가여운 날갯짓이었어 해 넘긴 창호지 속 꽃잎sbs090607.tistory.com한해가 도둑처럼 흘러갔고 흘러갑니다성봉수 詩人의"바람종 우는 뜨락" 2024. 11. 27.
그대, 잘가라. 잡부 다녀왔으니 돈 바꿀 일이 편편합니다.   삼월이 언니께서 선물 받은, 영화 속 토르의 해머만 한 무 중 두 개를 깎둑썰어 소금에 절여 놓고 고민합니다.  고민은 양념류의 구매에 대한 후속 일정의 선택에 관한 것이었어요.  "장날이니 일 원이라도 아끼려면 장에서 해결하는 것이 맞고"  "그러려고 이미 절여 놓은 것을 병원 일정 후로 미루어 놓으면 모두 망칠 일이고"  전자는 내 능력의 실체가 던진 의문이고, 후자는 내 본성의 자존심이 던진 의문입니다.  그 절충의 답을 안고 동네 마트에서 구매한 곁다리로 깍두기를 담아놓고, 첫 끼니를  때우고 집을 나섰습니다. 몇 달 전처럼, 그냥 주사 한 방 맞고 올 생각으로 동네 마트에서 일차적 고민을 타협하며 깍두기를 담아 놓고 나선 길이었죠. "어이고... 예.. 2024. 11. 20.
풍경소고 "바람이 어지러우니 마음이 쓸쓸하다..." 다 저녁이 되어 오랜만에 이어폰을 끼고 집을 나섰습니다.  작정하고 버즈를 페어링했으니 외부로 노출되는 모든 간섭의 소리를 차단하고 나섰습니다.  그래서,   "바람이 어지러우니 마음이 쓸쓸하다..."라는 혼잣말이 도착한 줄 몰랐습니다. 따끈한 사케에 어묵을 잡고 앉았던 주점에서 나와서야 내 마음처럼 그러하신 줄 뒤늦게 알았으니, 메아리도 돼주지 못했습니다. "폴란드 망명정부의 지폐 같다"던 비에 젖어 가로에 떨어진 은행잎을 밟으며 이 노래를 흥얼거리며 집으로 돌아오다가, 재미있는 풍경 아래 담배를 먹으며 한동안 멈춰 서 있었습니다. 현실과 미래에 대한 관점의 혼재. 결국엔 현실구복의 원초적 욕구의 관점이 각자의 처지에 맞게 멈춰진 곳이니, 투영하고 있는 서로 .. 2024. 11. 18.
젊은 그대들에게. 필터를 통과한 담배 연기처럼 서재 커튼에 걸러진 음악이 맺음 없이 두런두런 거실 바닥으로 배어 나옵니다. 내가 리믹스한 음악 "먼 훗날"입니다. 이 음악은 언제 들어도 참으로 쓸쓸합니다. 그 쓸쓸함이 나를 일으켜 세웠습니다. 정확하게 새로 네 시입니다. 샘으로 나가 절여 놓은 배추 마지막으로 뒤집어 주고 들어왔습니다. 두어 시간 후면 원한만큼 제대로 절여질 것 같습니다. 일어난 김에 커피 한 잔 타서 커튼을 밀치고 서재로 들어왔습니다. 들어오면서 생각하니, "겨울이면 늘 힘들던 내 습성은 바로 이 무렵의 경험이 각인되어 그랬던 거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참, 지독히도 아팠던 시절이었습니다. 지독히도 외롭던 시절이었습니다. 모든 것이 참 지독했던 그런 시절이었습니다. 그렇게 문득 그 시절을 생각하며 그.. 2024. 11. 15.
반시유감(反是有感) 친구와 마주 앉은 술자리, 그제 얘기입니다. "그래, 행사 마무리는 잘했고?"  "응? 응~. 근디 언제 갔니? 밥이나 먹고 가지 않고..."  "아, 마지막에 '잊혀진 계절' 합창한다고 해서 슬그머니 나왔지. 생면부지 사람들 속에 섞여서 노래 부른다는 게 뻘쭘하잖어 ㅎㅎㅎ. 그런데, 국기에 대한 경례 보면서 '역시, 예술가들은 다르구나!' 생각했다. 그건 참, 인상적이더라고!"  "그랬니? 그랬다면 다행인데, 신성한 국기 가지고 그랬다고 지청구 먹었다 야!"  "왜? 그게 뭐가 어때서?"  "사실은 연세 있으신 분들이 많으니 혹, 오해들 하실까 봐 조심스러워서 행사 마지막에 양해 구하는 말 하려다가 구차해서 말았거든. '적어도 예술하는 사람들이니 이 정도는 이해하려니...' 하고서 말이지. 그런디, 염.. 2024. 11.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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