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낙서/ㅁ사랑방264 획(劃) 침묵의 획(劃)으로 돌아가는 것이지-詩 「파도는」草稿에서- 202503282727금윤수일-타인 mix 파도-by, ⓒ 성봉수 詩人 2025. 3. 29. 봄 앞에서. 바람종이 곱게 우는 오래된 집 마당의 화단에 봄이 옵니다. 지난해 이식의 몸살을 앓아 제대로 꽃을 보지 못했던 상사화가 반갑게 새순이 돋고, 꺽다리 원추리도 변함없이 봄을 맞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게 지난밤 사이에 벌어진 일입니다. 천연덕스러울 만큼, 요란하지 않게 벌어지고 있는 이 대자연의 신비로운 변화에, 아직 겨울옷을 껴입은 나는 화단 앞에 쪼그려 앉아 그저 감탄하고 감사해하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겨우내 내게 오지 않은 얼굴에 매달려 있던 시간쯤이야... 얼마나 하찮고 부질없는 잡념이었던가? 생각하는 것입니다. 202503161612일 박인희-봄이 오는 길 -by, ⓒ 봄을 반기는 봉수 2025. 3. 16. AB형 남자. 반쯤 남은 달과 반쯤 취한 나와 반쯤 남은 기억 속의 얼굴을 잡은 반쯤의 미련. 그리하여, 그 턱을 넘어서지 못했거나 않은, 당신의 이기적인 시간. 뭐 어때? 그래도 뭐 어때? 그렇지만, 그래. 눈에 보이는 저 빛, 그게 기억하는 나면 좋겠어. 이기적이지 않고, 무식하지도 않고, 무모하지도 않은 보답. 아니, 어쩌면 양심 말야. 그래서, 가끔은 저 달아래 서있을 한 남자를 기억하면 좋겠어. 202503082826토 성봉수-저 달만 같아라 mix 임희숙 DHC 2025. 3. 9. 건강하던 시절. 루틴을 지켜 발치로 밥상을 밀어 놓고, 밀어 놓은 다이소 밥상 사이에 발을 끼우고 오늘을 맞았습니다. 둘러엎지 않았으니 다행이지요. 뚜껑 열린 재떨이도 말입니다. 밤새 혼자 논 티브이. "선생님께 실패란 무엇입니까?" 방영되던 프로그램을 마감하며 출연자에게 묻습니다. 잘 나가는 ceo가 대답합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닙니다. 지금 안 되고 있을 뿐이지, 죽을 때까지 해봐야 합니다! 진짜 원하는 게 있으면. 노력하고 있는데 정체되는 것은 절대 실패가 아닙니다. 조금 늦어지고 있을 뿐이지요. 실패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지요. 주관을 가지고 자기가 좋아하는 거 끝까지 밀고 가면 좋겠습니다. ...움직이고 있는 한 앞으로 나가고 있는 것이지요" 차를 타 서재로 들어와 내 오래전 좌.. 2025. 3. 3. 확인 사살. 산더미처럼 쌓아 놓은 설거지 하려고 일어서려는 찰나, "와인 먹다 송골매 음악을 들었는데, 맘이 거시기허다. 그러하니 한잔 하자"는 친구의 술청. 친구들 사이에 "불가침의 소도(蘇塗)였던 자택"으로의 초대이니, 설거지가 문제랴! "아참, 이거 안 줬네. 우리는 이거 한 봉씩 먹고 시작한 겨" 쥔장이 장어 액기스를 내밉니다. [김소형 원방장어 진액스틱] 먼저 입장해 두어 잔을 넘긴 안가 놈이 이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얼음판에 자빠진 황소눈깔 같은 왕방울만 한 눈깔을 삼월이 언니처럼 두 바퀴 반을 굴리며, 농인 듯 아닌 듯 음흉한 미소를 띠며 지껄입니다. "그거 주지 마! 쓸데도 없는 독거노인한티, 그걸 왜 줘!" 202502152608토 윤수일-타인 -by, ⓒ 독거노인 봉수 2025. 2. 16. 어이, 어이, 그렇지 않아도 "번개 한 번 할까?" 생각하였는데, 담배 사러 나갔다 돌아오며 "아이고 이렇게 길이 꽁꽁 얼었는데 괜시리 만나자고 했다가 돌아가는 길에 한 놈이라도 낙상해서 대굴빡 깨지면 난감한 일이지..."라고 생각하며 말았었어. 고란디, 평생 처음으로 건강검진 예약하러 양가에게 끌려간 안가가 "200"이 넘는 혈압에 빠꾸오라이 당했다고. 그러하니, 불식 간 입 돌아가도 몰랐을 안가를 양가가 살렸으니 그 기념으루다 술밥 먹자는 기별을 받았것지! 고랗게 술 밥 먹고, 합이 120년인 두 산삼이 사이좋게 귀가하는 모습을 보며 나도 육교를 넘었쥐. 어이, 잡부 나가는 날이 아니라면, 이 음악은 하루를 여는 두 번째 알람으로 설정되어 있으면서도 잘 듣지 못하지. 들어도, 첫 마디를 넘어서기 전에.. 2025. 2. 5. 복 많이 받으세요. 성봉수 합장 2025. 1. 29. 뻔했습니다. 억지로 잘라 만든 공간에 조성하느라 계단 회전반경도 기울기도 요상하게 생긴 건물. 전날 잡힌 번개의 후유증인지, 그러고 들어와 세 시간 남짓 잔 잠때문인지... 물건 나르느라 3층 오르내리는데, 눈앞이 노래지고 별이 반짝거리고. 저혈압인지 저혈당인지 떵구멍이 벌렁거리고 하마터면 쌀 뻔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화장실 순번 기다리다가 포기하고 그냥 집을 나섰는데, 현장 리모델링한 욕실 변기에는 아무렇게나 찢은 골판지에 "이틀간 사용금지"라고 커다랗게 써서 붙여 놓았지. 진쫘로다 떵 쌀 뻔했습니다. 대전까지 팔려 갔으니 도망 올 방법도 없고! 다행히 지난번 철거 때와는 다르게 계단이 얼지 않아 종아리에 알은 안 뱄습니다. 집으로 돌아와 씻고 막 건너오는데, 이웃 도시의 오랜 친구가 다니러 왔다는 전화를 .. 2025. 1. 25. 독선의 오류. 반나절 뚜벅이 여행을 마치고 오른 막차. 환승역에서 20여 분 공백이 생긴다. 담배 한 대 먹고 화장실 다녀오면 딱 맞은 시간. 광장에 내려 담배를 먹고 역사로 돌아오다 바라본 시내 전경, 어디인지 눈에 익다. 역사를 둘러보다, 이곳이 예전 그곳이었음을 알았다. 역광장 너머 오른편에 높게 서 있던 건물을 제외하면, 기대보다 단출하고 어두웠던 도시, 이리. 서른여섯 해전 집찰구(集札口)를 빠져나와 마주한 이 도시의 첫인상. 장날, 난전에서 멍게에 쏘주 한잔을 걸치고 불쑥, 차표를 끊고 무작정 닿았던 그 도시. 돌아오는 열차를 기다리며 서 있던 플랫폼에 불던 그 황량하던 바람... 목재로 바닥이 마감된 2층 카페를 딛던 삐걱거림. 그날 그 카페에 흐르던 음악, Spring, Summer, Wi.. 2025. 1. 21. 둥글게, 둥글게~ 추운 하루 잘 보내셨는지요? 땅이 얼어 삽이 들어가야 말이지요. 그래서 잡부가 데마찌 났습니다. 마침, 생일인 둘째가 언니를 통해 쓰리쿠션으루다 툭 던진 "아빠가 볶아주는 짬뽕 먹고잡다"라는 말이 생각났습니다. 그래서 귀경 겸 장을 들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눈은 펑펑 쏟아지는데 '아빠가 끌려가신 미아리 고개'에 불었음직한 바람이 따갑게 볼따구를 때립니다. 이맘때 북쪽으로 걷는 걸음은 늘 그렇습니다. ★~詩와 音樂~★[ 詩集 『바람 그리기』] 북향의 화단 / 성봉수북향의北向 화단 / 성봉수 북향의 화단에는 봄이 오기 전에는 눈이 녹지 않으리라 겨울을 잡고 맞은 이별은 이별로 얼어 늘 떠나가고 그리움은 그리움으로 얼어 가슴 속을 아프게 긁는 시린 바sbs150127.tistory.com 그 따가운.. 2025. 1. 9. 새해 안부 어제, 몸 풀고 산후조리 하는 것 마냥 바깥채 둘째 품의 동안거에서 모처럼 나와 오래된 집 마당을 순찰하는 삼월이의 기척이 있더라니. 조금 전 담배사러 문을 밀치니 또 쓰레빠를 전부 물어가셨습니다. 이런저런 이유로 변함없기가 참 힘든 세상, 내게 변함없는 사랑(혹은 증오)을 보이는 삼월이의 마음이 존경스럽습니다. 새해 첫날, 잘 보내셨는지요? 세상 돌아가는 꼴이 참 재미없고 어수선하니, 올해는 보신각 타종식도 보지 않고 새해를 맞았습니다. "영혼의 샘"이라며 새해 펼친 첫 시집. 독자와의 공감으로도, 시인 본연의 깊이로도 게으르지 않은 시인. "이 정도는 써야 시고 시인이지"라며, 부럽고 존경하는 그 시인. 그 엄청난 달란트의 시인을 마주하며 제 얼굴을 얹어주시니, 내 과분한 기쁨은 참.. 2025. 1. 2. 2024년 첫눈 오신 날. 2024년 첫눈20241127수루비나 박상숙-눈이 나리네 2023, 첫눈.밤 고양이처럼 첫눈이 내린 아침 봉숭아 꽃물 드린 손톱을 바라보았는데 첫사랑의 기별은 올해도 오간 곳 알 길 없어 전설의 꿈속을 나는 나비의 가여운 날갯짓이었어 해 넘긴 창호지 속 꽃잎sbs090607.tistory.com한해가 도둑처럼 흘러갔고 흘러갑니다성봉수 詩人의"바람종 우는 뜨락" 2024. 11. 27. 그대, 잘가라. 잡부 다녀왔으니 돈 바꿀 일이 편편합니다. 삼월이 언니께서 선물 받은, 영화 속 토르의 해머만 한 무 중 두 개를 깎둑썰어 소금에 절여 놓고 고민합니다. 고민은 양념류의 구매에 대한 후속 일정의 선택에 관한 것이었어요. "장날이니 일 원이라도 아끼려면 장에서 해결하는 것이 맞고" "그러려고 이미 절여 놓은 것을 병원 일정 후로 미루어 놓으면 모두 망칠 일이고" 전자는 내 능력의 실체가 던진 의문이고, 후자는 내 본성의 자존심이 던진 의문입니다. 그 절충의 답을 안고 동네 마트에서 구매한 곁다리로 깍두기를 담아놓고, 첫 끼니를 때우고 집을 나섰습니다. 몇 달 전처럼, 그냥 주사 한 방 맞고 올 생각으로 동네 마트에서 일차적 고민을 타협하며 깍두기를 담아 놓고 나선 길이었죠. "어이고... 예.. 2024. 11. 20. 풍경소고 "바람이 어지러우니 마음이 쓸쓸하다..." 다 저녁이 되어 오랜만에 이어폰을 끼고 집을 나섰습니다. 작정하고 버즈를 페어링했으니 외부로 노출되는 모든 간섭의 소리를 차단하고 나섰습니다. 그래서, "바람이 어지러우니 마음이 쓸쓸하다..."라는 혼잣말이 도착한 줄 몰랐습니다. 따끈한 사케에 어묵을 잡고 앉았던 주점에서 나와서야 내 마음처럼 그러하신 줄 뒤늦게 알았으니, 메아리도 돼주지 못했습니다. "폴란드 망명정부의 지폐 같다"던 비에 젖어 가로에 떨어진 은행잎을 밟으며 이 노래를 흥얼거리며 집으로 돌아오다가, 재미있는 풍경 아래 담배를 먹으며 한동안 멈춰 서 있었습니다. 현실과 미래에 대한 관점의 혼재. 결국엔 현실구복의 원초적 욕구의 관점이 각자의 처지에 맞게 멈춰진 곳이니, 투영하고 있는 서로 .. 2024. 11. 18. 젊은 그대들에게. 필터를 통과한 담배 연기처럼 서재 커튼에 걸러진 음악이 맺음 없이 두런두런 거실 바닥으로 배어 나옵니다. 내가 리믹스한 음악 "먼 훗날"입니다. 이 음악은 언제 들어도 참으로 쓸쓸합니다. 그 쓸쓸함이 나를 일으켜 세웠습니다. 정확하게 새로 네 시입니다. 샘으로 나가 절여 놓은 배추 마지막으로 뒤집어 주고 들어왔습니다. 두어 시간 후면 원한만큼 제대로 절여질 것 같습니다. 일어난 김에 커피 한 잔 타서 커튼을 밀치고 서재로 들어왔습니다. 들어오면서 생각하니, "겨울이면 늘 힘들던 내 습성은 바로 이 무렵의 경험이 각인되어 그랬던 거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참, 지독히도 아팠던 시절이었습니다. 지독히도 외롭던 시절이었습니다. 모든 것이 참 지독했던 그런 시절이었습니다. 그렇게 문득 그 시절을 생각하며 그.. 2024. 11. 15. 반시유감(反是有感) 친구와 마주 앉은 술자리, 그제 얘기입니다. "그래, 행사 마무리는 잘했고?" "응? 응~. 근디 언제 갔니? 밥이나 먹고 가지 않고..." "아, 마지막에 '잊혀진 계절' 합창한다고 해서 슬그머니 나왔지. 생면부지 사람들 속에 섞여서 노래 부른다는 게 뻘쭘하잖어 ㅎㅎㅎ. 그런데, 국기에 대한 경례 보면서 '역시, 예술가들은 다르구나!' 생각했다. 그건 참, 인상적이더라고!" "그랬니? 그랬다면 다행인데, 신성한 국기 가지고 그랬다고 지청구 먹었다 야!" "왜? 그게 뭐가 어때서?" "사실은 연세 있으신 분들이 많으니 혹, 오해들 하실까 봐 조심스러워서 행사 마지막에 양해 구하는 말 하려다가 구차해서 말았거든. '적어도 예술하는 사람들이니 이 정도는 이해하려니...' 하고서 말이지. 그런디, 염.. 2024. 11. 7. 영동 천태산 영국사 은행나무 영동 천태산 영국사 은행나무지도 크게 보기 올해는 어쨌건 입동 맞기 전에 단풍귀경 하고 왔습니다. 어쨌건, "군에 입대하며 내가 없으면 세상이 정상적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 같던 생각,첫 휴가를 나와보면 착각이었습을 알게 되는 것처럼..." 내게 주어진 시간의 쳇바퀴는 멈춤 없이 굴러가고 있습니다. 202411052437 ACE_CANNON & Pete_Tex-STAND_BY_YOUR_MAN-my_last_date-tuff mix 잡부 나가려면 그만 자자... 이제 겨울이네. 2차 우편 발송(完)-by, ⓒ 霧刻窟 浪人 詩人 성봉수 2024. 11. 6. 길. ★~詩와 音樂~★ [시집 『바람 그리기』] 올무 / 성봉수올무/ 성봉수 덫을 놓은 곳에 길이 생겼다 아니다. 길이 있어서 덫이 놓였다 길을 갔다 길이 생겼다 덫이 놓였다 우리가 길을 만들고 길은 덫을 불렀다 제 길을 가는 일탈이 어디 있겠나 누구 하sbs150127.tistory.com 우리가 걷지 않으면 길은 언젠가 길이 아닌 곳이 될 일이다. 길섶에 새 풀이 돋아 이 길을 덮으면, 그리하여 나 아닌 또 다른 풀벌레와 바람이 그곳의 주인이 되면, 그리하여 어찌 보면 생면부지의 처음으로의 회귀하거나 회자정리하는 만물 순환의 당연한 귀결에 닿으면... 그리하여 거자필반한 어느 시공의 누가 또 길을 내고 걷게 될 일이겠지만. 조락하는 인연의 섶을 헤치며 희미해 가는 발자국을 쫓는 그 길마저 사라진.. 2024. 10. 20. 고독한 여자의 미소는 슬퍼 / 김정호 김정호-고독한 여자의 미소는 슬퍼 202409271724금-by, ⓒ 성봉수 2024. 9. 27. 동동(憧憧)하다 ↘밤이 늦도록 종일 원고를 잡고 매달렸던 그날은 밥보다는 시원한 생맥주 한 잔을 몸이 찾았습니다. 그 시간에 문 열었음 직한 곳을 알고 있으니 다행입니다. 생각했던 그곳으로 가다가 생각지도 않았던 집 가까운 새로운 주점에 문을 밀쳤습니다. 늙수그레한 노동자들이 두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서너 평 남짓한 홀의 한쪽 구석에 앉아, 늙수그레한 주인 마담이 건네고 사라진 술밥을 먹었습니다. 종일 컴 앞에 매달렸던 긴장이 헤지고 빈속의 공복이었지만 평소 주량에도 취기가 '훅' 돌았습니다. 모두가 잠들었을 시간이니 전화 넣기도 그렇고, 그렇다고 청춘 시절 따라 월장하다가 발모가지라도 똑 부러질까 그러지도 못하겠고. 문이 잠긴 대문 앞 보도턱에 쭈그려 앉아 고민했습니다. 대문 밖 기척에 삼월이가 악다구니를 쓰니, 누.. 2024. 9. 21. 이유. "아니, 남자들이나 가는 거지! 차례 준비하면서 벌초까지 따라가?" 작년, 직장 동료로부터 이제 것의 행동을 부정당한 대주 엄마는 그 말을 전하며 간을 보기는 했어도 작년까지는 함께 가서 갈퀴질을 했습니다. 자신의 관심에 따라 개폐 여부가 달라지는 분명한 이문(耳門)을 가지고 있는 대주 엄마이니, 직장동료의 그 말이 이도(耳道)를 통과하고 입으로 나왔을 때는 이미 의식 안에 자기 것으로 각인되었다는 얘기입니다. 올해는 지지난 주 아버님 기제사 모시고 나서부터 대주에게 "불참을 통보"했노라고 흘리듯 내게 건넸습니다. 옛날 같으면 할머니 소리 듣는 나이이니 남자도 오르기 힘든 산을 따라다니기가 벅차기도 할 겁니다. "외갓집은 제사 때마다 방으로도 못 들어가고 대청마루에 복닥복닥 서서 모실 정도로 남.. 2024. 8. 28. 마음을 찍다. 아침입니다. 오랜만에 송충이를 보니 반가웠습니다. 그래서 한동안 물끄러미 바라보았습니다. 바라보다 보니 이미 앵두 잎을 세 개나 먹어 치웠는데 또 다른 잎으로 올라가려고 꿈틀거립니다. 욕심이 과합니다. 그래서 심술이 났겠죠. 삭정이 하나를 주워 놈을 바닥으로 떨어냈습니다. 떨어진 놈은 몸을 동그랗게 말고 꼼짝하지 않습니다. 쭈그리고 앉아 한참을 지켜보아도 그렇습니다. 가증스럽습니다. 부아가 치밀었습니다. 부엌으로 가서 소금 한 꼬집을 가져다가 덮었습니다. 그래도 꼼짝하지 않습니다. 내 의도가 빗나갔으니, 화가 납니다. 화단에 고인 물을 손가락 끝에 찍어 떨어뜨렸습니다. 그러고는 얼마 후에 움직이기 시작했는데, 소금물 때문인지 천적이 없음을 느낄 만큼 시간이 지났기 때문인지 모르겠습니다. "이놈을 지금.. 2024. 8. 22. 자알 놀다들 오셔. 어린 아버지께 호롱불 들려 앞세우고 동네 어귀 주막에서 읍내 1정 목 기생집까지 퇴근 후 종적 묘연한 서방님을 찾아 나서는 것이 일상이었던 할머님은, 그럴 때마다 "입에 술을 대면 그 입을 찢어 놓겠노라"고 앞장선 아들을 훈계시키셨다는데. 그 아들이 내 동생, 그러니까 막내딸을 낳은 후이니 마흔이 다 되고부터 술을 배우고 늦바람에 밤새는 줄 모르도록, 대작하는 누구도 슬쩍 도망가지 않으면 못 버티는 두주불사가 되셨단다. 밤새 자란 까칠한 수염을 외동아들 얼굴에 비비며 품 안에서 앙탈 부리는 내게 껄껄껄 웃으실 때마다 풍기던 역부 퇴근길 해장술의 아주 복잡하던 냄새. 어느 해인가, 혈변에 황달까지 와서 소식을 들은 일가친척들이 난리가 난 적이 있었는데, 확실치 않으나 약탕기가 유용하던 무렵의 집안 식구 중.. 2024. 8. 4. 뜨거운 가슴에 대한 자문. 아직도 가슴이 뜨거운지 물었습니다. 나는 그렇다고 말했습니다. 마음만으로라도 그러기를 바라면서 말입니다. 나는 그 대답에게 물었습니다. 정말 그렇게 생각하냐고 말입니다. "밤을 난 화로 안에 재가 되지 않고 남은 숯 한 덩이" "뱀에게 물려 머리가 잘린 개구리, 남겨진 뒷다리에 파르르 이는 경련" 자문의 자답은 그러했습니다. 억지스럽지 않게 이미 시간의 재가 된 것들 안에 아직 남았거나 붙들고 있는 것. 혹은, 지금이 최선이라는 이유나 사연으로 삶의 선로에서 분리된 열차 한 칸, 남겨진 관성으로 아직 멈추지 않고 굴러가고 있는 것. 돌아올 방법 없이 편도 차표만 가지고 달려가는 인생열차. 숯덩이는 식어 재로 날리게 될 터이고, 관성은 사라져 의지 없이 파닥이던 경련도 멈출 일이겠지만.. 2024. 7. 16. 이전 1 2 3 4 ··· 11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