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ㅁ사랑방' 카테고리의 글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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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ㅁ사랑방239

달빛 소고 차여가거나 짙어가는 이 밝음을 향해 감히 고개 빨딱 들어, 브라만을 우러르는 카스트의 수드라처럼 경배하노라!  하지만 결코 올라설 수 없는 계급의 단단한 벽처럼, 빛은 어찌 이리도 핏기 하나 없이 냉정하고 차갑단 말인가?  내가 쳐든 고개, 커튼 밖에 어른거려 혹여 마주 보는 뉘 있을까? 기웃거린 밤.  이제는 가쁘게 뛸 줄 모르는 심장, 차가운 달은 그저 어둠을 더 짙게 대비시키도다  이렇게 내 눈은 너의 밝음에서 천천히 퇴화하고 있거나 어둠 속으로 점점 진화하고 있거나.... ‎  2024‎6‎181033화  최희준-옛이야기 mix 20240618 술밥 귀가에 바라본 달빛 2024. 6. 25.
그리 아입시더. 셋째 손에 끌려 봉사료가 음식값이 30%는 차지하고 있음 직한 식당에서 괴기 얻어먹고,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공연, 총각 시절 이후 처음으로 보고 왔고요. /그렇게 하루. 일요일 오후, 짬짬해서 맥주 두 캔 마시고 막 입가 훔칠 때 전화받고 나가 지지미에 막걸리 거쳐 과일에 맥주 먹고 들어와 선잠 자고 잡부 나가 몸이 무거워 혼났구요. /그렇게 하루. 지친 몸 팔다리 추욱 늘어뜨리고 "에구구구~" 앓는 소리 내다가, 정신 차려 샘에서 좍좍 물 뿌리고 들어왔을 때, 안부를 얹은 술청 받고 나가 시장 안(토박이가 아니면 찾지도 못하는...) 닭집 골목 예전 혼술 자주 하던 선술집 근처 식당에서 시작해서, 닥구시 타고 끌려가 3차까지 빨고 날 바뀌어 들어왔구요.  /그렇게 하루. 잡부 쉬는 날, 날 잡아 미.. 2024. 6. 8.
비를 기다리며. 마빡에 쥐 끈끈이가 붙은 2% 부족한 삼월이와 또한 다를 것 없이 주먹만 한 눈곱을 매단 뒷방 독거노인이 주고받는 두런거림이 아니라면, NASA의 cm급 최첨단 인공위성에서 어떤 관측장비를 사용해서 꼬나 보아도 생명체의 흔적을 발견 못 할 만큼, 전인미답 고립무원의 사하라 사막 한가운데이거나 위도 0˚ 혹은 N·S 90˚의 무풍지대 같은 휴일 오래된 집 마당의 정적. 조각 볕 드는 이 우주에 낮달맞이 첫 꽃이 피었습니다.  달맞이꽃을 사이에 두고, 득도한 표정의 삼월이를 바라보며 생각합니다. "원예학자이건, 육종학자이건, 생물학자이건, 노고야 대단한 것이었겠으나 '달을 기다리는 요정'의 신화를 빼앗은 이 교란은 어쩔 것인가? 제우스의 배려로 얻은 달과의 조우를 빼앗아 영영 볼 수 없게 만든 이 잔인함은 .. 2024. 5. 26.
크을날 뻔했습닷! 광어회 먹고 탈 없이 잘 살아 있습니다. 먹고 죽자~!배는 고픈데 먹기는 싫고... 이 차 저 차, 사흘 전 삼월이 언니께서 냉장고에 넣어 둔 광어회에 쏘주 한 잔으로 대신하려 합니다. 상황 봐서 라면이나 하나 더 끓여 먹던쥐요. 이후 기별 없으면,sbs090607.tistory.com 먹기 시작하면서 회첨을 계산하니 술에 턱 없이 모자랐습니다.  그래서 그릇에 다 섞어 물회를 만들어 먹었습니다. 우동 그릇에 정수기 찬물 받았구요, 회 살 때 함께 준 야채 한 봉다리 넣었구요, 초장 싹싹 긁어 넣었고요, 건너채에서 삼월이 언니께서 쑤셔 박아 놓은 일회용 초장 얻어다 한 봉 더 넣었구요, 고추냉이 간장도 넣었구요, 식초 세 수저 넣었구요, 고명으로 썰어 놓은 청양고추와 편 마늘도 넣었구요, 마지막으로 탄산.. 2024. 5. 18.
가피가 함께 하소서. 불탄일 봉축 법회에 다녀왔습니다. 비 예보가 있어, 다른 해와 다르게 조금 서둘러 출발해 지장전 안에 자리 잡고 법회 시작을 기다렸습니다. 다른 불자님들은 스님과 함께 대웅전에 자리하고 법회에 참석하지만, 태고종 대종사를 역임한 큰스님께서 불사를 일으킨 처음 장소이며 부모님께서 생전 치성드린 장소이고 지금 계신 곳이기도 하니 맘 가는 이곳에서 자리했습니다. 지장전에 걸린 부모님 영가 등.  다른 해와 다르게 따로 한 분씩 걸려 있어 의구심이 들었는데요,  법회 마치고 대웅전 부처님께 예 올리려 들어가 보니 확신으로. 여느 해는 부모님 영가 등 하나, 누님, 우리 부부, 여식 셋, 대주 하나. 이렇게 다섯 개씩 걸었던 등이, 올해는 사람마다 하나씩 다 걸려 있습니다. 이번 불탄일 연등은, 월현사 불자 중에.. 2024. 5. 15.
그래도 좋다. 사랑의 듀엣(김재성, 안혜경)-영상 1980 한가한 일요일.  음악을 들으며 생각했습니다.  "참, 깨끗하다!"  이 깨끗한 음악을 들으며, 이 음악을 듣던 시절을 떠올렸습니다. 베이비 부머(Baby Boomer) 세대를 통칭하는 공식적인 구분은 1955~1963년에 출생한 세대를 말하는데요, 저도 일 년 차이이니 베이비 부머 세대라고 여겨도 무리는 없을 듯합니다.  "부모를 부양하는 마지막 세대이자 자식에게 부양받지 못하는 첫 번째 세대"라는 베이비 부머 세대.  그래서 자식 뒷바라지에 올인하는 것이 가장 바보짓이라는 자조와 그러므로 노후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는 학자들의 현실적 조언이 공존하는 세대. 어쨌거나 시간 따라 세태도 변하고, 변하는 것에 따라 적응하고 순응하며 흘러가는 것이 사는 일입니다.. 2024. 5. 13.
詩가 되다. 종일 바람이 불었습니다.  새로 들인 바람종 "고요의 아침" 맥놀이가 쉼 없이 번져 돈값 한 날입니다. 나는 그 깊고 기인 파동이 닿은 곳 없이  한 올이라도 흩어질라, 내가 작위로 만들거나 찾는 모든 소리를 멈추고 집중했더랍니다.  그렇게 바람은 종을 매개로 내 오감의 모든 촉수에 닿아 실체가 되었고, 나는 실체를 증명하는 바람의 의미가 되었습니다./나의 오늘아, 나의 사랑아, 누가 나를 기억하여 詩가 되겠나/성봉수 詩集 『검은 해』 中  詩 「내가 누구의 무엇이 될까」에서 ★~ 詩와 音樂 ~★ 내가 누구의 무엇이 될까 / 성봉수내가 누구의 무엇이 될까 / 성봉수 그날이 그 사람이 내게로 와 詩가 되었네 나는 흐린 날의 구름 속에 머물다 낙조처럼 잊혀 가는데 나의 오늘아, 나의 사랑아, 누가 나를 기억.. 2024. 5. 9.
오월의 편지. 해마다 이 무렵이면 어김없이 내 안에 일렁이는 화두, 이별.  앙금이 되어 침잠되었던 얼굴들이 기억의 용수(湧水)로 우르르 떠올라 서글퍼지는... \  부모님,  \ 큰 누님,  \ 볼 것 없는 삼류 시인을 바라는 것 없이 응원해 주던 별이 된 착한 그녀. 거리에 연등이 걸리고 아카시아꽃이 피는 이 무렵이면,  어김없이 되살아나 사무치는 이별, 이별, 이별...    202404월마지막날2240화  소리새-오월의 편지  -by, ⓒ 성봉수 詩人 2024. 5. 3.
봄날이 갑니다. 잡부 다녀오는 길.  날이 여름 날씨처럼 덥더라니, 대문 골목에 붓꽃 꽃망울 앞다퉈 벌기 시작했습니다. 내처 조루 들고 옥상 올라가 고추와 토마토 모종에 물 주고 내려왔고요, 여린 잎이 난장이처럼 달린 토란과 꽃들에도 간지럽지 않을 만큼 물을 줬습니다. 그리고 올해 들어 처음으로 샘에 가서 좍좍 물 뿌리고 들어왔고요. 들어와서는 실험하느라 바꿔 달아 놓았던 "천년의 종" 바람 추를 떼어내고 그 자리에 서류 홀더(셋째가 시험 마치고 집어 던진 것을 삼월이 언니께서 다시 내 방에 들여놓은 것)로 큼지막하게 새로 붕어를 만들어 달았습니다. 일주일 만에 감 잡았다는 얘기지요. 예상대로 점잖게 자알 웁니다. 잡부 나간 길.  산마다 보랏빛 등나무꽃이 한창입니다.  조만간 아카시아꽃도 기별 없이 화르르 폈다가 흔적.. 2024. 4. 28.
萬壽無疆 아, 25일이네.우체국 댕겨와야것네. 2024. 4. 25.
X뺑이쳤습니다. 선영 부모님 묘소에 떼 보식하고 왔습니다. 마대로 행낭 만들어 잔디 담아지고 숨이 턱에 차도록 기어 올라간 이틀. 그리고 흙도 아니고 돌도 아닌데다 온통 나무뿌리 범벅인 땅을, 아버님 쓰시던 야전삽으로 괭이질해서 없는 흙 골라 담아 낑낑거리고 날라가며 보식한 오늘. 내일 비가 온다니, 혼자 사흘 동안 X뺑이쳤습니다. 거의 사초하는 수준의 보식이라서 흙이 모자랄 것은 뻔한 일. 아래에서 퍼 올리는 것보다는 나을 듯싶어 묘소 위쪽에 물길을 추가로 낼 겸 겸사겸사 오전에는 내내 흙을 만들어 퍼 날았는데요. 오후에 보식 시작하고 떼 세 켜 깔고 나니 흙이 바닥났습니다. 그렇다고 기초로 통 떼 세 켜 쌓듯 하면(그래도 흙밥이 필요하지만...) 어림잡아 잔디 300장은 더 필요한 상황이니 대책 없는 상황입니다. 이.. 2024. 4. 20.
꽃잎 지다. / 그렇게 꽃 소식이 닿았던 나는 천형 같은 유랑에 잡고 있던 그의 마지막 의자였는지도 모를 일이다 / 202404082525월 B'evinda - O Jardim (庭園 ) - by, ⓒ 성봉수 詩人 2024. 4. 9.
벚꽃 엔딩. 컴 바탕화면 폴더마다 가득한 사진들. 나이가 드니 쥐고 있던 것도 놓아주고 있던 것도 버리고 덜어내며 단출해져야 할 텐데... 뭔 미련이 많은지 던져두고 던져두고 쌓아 놓기만 하다가, 어제는 작정하고 정리했습니다. 정리하고도 한 두 폴더 정도는 또 남아 있습니다. 언제 또 일삼아 정리할지 알 수 없는 노릇입니다. 새로 네 시 반. 떨어진 담배 사러 나가기엔 어중된 시간. 다섯 시가 지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사전 선거 투표소에 먼저 들려 투표가 시작되기를 기다리며 나래비 섰습니다. 양 귀에 각 두 개씩 피어싱 하고 조선 소 엉덩짝 같은 색으로 염색한 근정이 형 뒤통수도 보이고, 목에 행사용 명찰 목걸이를 건('처음엔, 자원봉사 하시기엔 연배가 너무 드셨는데'라고 착각했던...) 아줌마의 아주까리 지름을 바른.. 2024. 4. 5.
욕심. 군복무 시절 야간행군 때 말고는 이렇게 졸린 적이 없었던 거 같습니다. 한 사흘, 서재에 앉으면 어찌나 졸리던지요. 어제도 얼마나 졸음이 쏟아지던지, 컴을 끌 여유도 없이 안방 난방텐트 안으로 기어들어가 픽, 쓰러졌습니다. 아마 새로 세 시쯤 되었던 거 같습니다. 그렇게 쓰러졌다가 6시쯤 눈 뜨고 뭉그적거리다가 7시쯤 서재로 들어와 모닝커피와 담배를 먹으며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어제 약 타오며 장에서 사 온 청, 적 상추 모종 각 세 포기와 쑥갓 두 포기와 무명 씨(? 갑자기 이름 생각이 나지 않는...) 한 포기를 옥상 화분에 심고 내려왔습니다. 그러고는 재고 처분 마지막 날, 이사하느라 분주한 이웃 문방구에 들러 이것저것 잡아들었는데요. 50% 세일인데도 총계가 어마무시합니다. 그래서 반은 도로 덜어.. 2024. 3. 30.
으쌰!!! ■ 의기소침(意氣銷沈) ┖기운이 없어지고 풀이 죽음. 202403202942목춘분 송창식-한번쯤 mix 양태환기타 아고... 눈 좀 붙이자. -by, ⓒ 성봉수 詩人 2024. 3. 21.
바람 불어 좋은 날. 담배 사러 나선 김에 마트에 들러 이빨 빠진 찬장 채울 것들 이것저것 사 들고 돌아오는데, 거리에 부는 바람이 참 좋다. 과 체육복을 맞춰 입은 대학생 커플, 서로를 향해 갸웃하게 고개 기울이고 걷는 뒷모습이 사랑스럽다. 펄럭이는 여학생 머리칼이 보기 좋다. 바람이 좋다. 대문을 밀치고 들어선 오래된 집. 마당 저편, 이웃한 건물들 사이에서 눈부시게 산란하는 기울어진 해. 그 사이를 규칙 없이 제각각 유영하는 바람종의 둥근 파동. 바람 참 좋다. 부엌문을 밀치고 굴속 같은 실내로 들어서며 생각한다. '바람종을 곁에 둔 일은 내 일생에 가장 훌륭한 선택일 거야 ' 방금 사 온 식모커피를 급하게 타서 바람종 소리가 창을 넘어서는 서재에 앉아 담배를 문다. "바람 불어 참 좋은 날이다..." 바람 불어 좋은 .. 2024. 3. 16.
중첩(重疊) 점심을 먹고 현장으로 이동하는 노정. 평일인데도 불구하고 차도 앞까지 차들이 나래비하고 있는 식당. 트럭 조수석 차창에 턱을 괸 내가 만원인 그 식당을 빠르게 지나치자마자, 마법사의 주문이라도 걸린 듯 마주 오는 풍경이 저속 재생 화면으로 늘어지고 있었다. 그렇게 존재의 현상과 기억의 허상이 뒤죽박죽 섞이고 있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나는 존재와 부존재의 어느 것에도 초점을 맞추지 못하고, 굴절 이상의 심한 난시안(亂視眼)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것은 마치 입체영화가 조사되고 있는 은막을 보정 안경 없이 바라보는 것처럼, 어슷하게 겹친 분리된 물아(物我)를 경험하는... 참으로 쓸쓸하고 혼돈스러운 일이었다. 지금은 두부모 같은 건물을 올리고 지근의 팔자 난 땅은 모두 주차장으로 늘리도록, 대기표가 당연한 것.. 2024. 3. 14.
세월은 갑디다. 콩 널은 마당에 비가 오거나 말거나, 도낏자루가 썩거나 말거나... 202403102920일 Pascal Letoublon-Friendships (Shuffle_remix) -by, ⓒ 霧刻窟 浪人 성봉수 2024. 3. 11.
서성이다. 절구질은 일상이고 이젠 꿈까지 꾸니, 서재 의자와 나는 가히 물아일체 득도의 경지에 이르렀지 않은가? 비 나리는 아침, 기억도 없는 꿈에서 나온 나는 마치 유산한 산모라도 되는 것처럼 온몸에 뼈마디가 다 늘어지고 맥이 풀린 채 오래된 마당 추적이는 빗방울을 바라보며 멍하니 서있다 들어왔거니... 미역 한 줌 담가뒀다, 조선간장 심심하게 풀어 기름기 없는 깔끔하고 칼칼한 맑은국을 끓여 보아야겠다고. 그 바닷가를 서성여야겠다고. 202403050712화봄비나리는아침 그댄봄비를무척좋아하나요mix202302100328금봄비 셋째+2日 -by, ⓒ 성봉수 詩人 2024. 3. 5.
기억의 문을 열고... 사용하지 않던 SNS 계정을 복원하자 그 안에 저장되어 있는 모텔 발렌타인의 이미지. "모텔 발렌타인"의 글귀가 들어간 시가 떠올랐습니다. 모텔 발렌타인을 마주 보는 골목 편의점 파라솔 아래에서 끄적거렸던 시가 생각났습니다. 그런데, "모텔 발렌타인"의 글귀만 생각날 뿐, 시의 제목도 내용도 생각나지 않습니다. 출간한 세 권의 시집 목차를 열고 아무리 살펴보아도 "모텔 발렌타인"이라는 글귀는 찾을 수가 없습니다. "혹시, 누가 옮겨 놓은 것은 있으려나?" 구글링해도 허사였습니다. 출간한 책에 수록한 시는 원본 문서를 따로 보관하지 않으니 확인할 방법이 없습니다. 그래서 글을 포스팅해 두었던 카테고리를 열고 하나하나 확인했습니다. 지난한 일이었지만, 새로 찾은 이 기억의 장면을 그냥 버리기에 서운했기 때문.. 2024. 3. 2.
매 맞고 사는 남편. 세 벌의 밥그릇과 세 벌의 수저와 쟁반 세 개. 그러니 "하루 한 번 설거지"를 기본으로 깔고 사는 취식 행위. 어떤 날은 하나 가지고 헹궈 쓰고, 똑같이 한 벌을 헹궈 쓰는 상황이라도 나머지 두 벌을 설거지통에 담아 놓고 한 주를 보내기도 하고, 어떤 며칠은 라면 냄비와 수저 한 벌로 보내기도 하는데... 설거지하다 보니 쟁반 하나가 사라졌다. 마침 정수기 물 뽑으러 건너온 삼월이 언니께 여쭌다. '혹시... 내 오봉 하나 바깥채로 가져갔는가?' "아뉴! 내가 이 방 물건 쓸 일이 뭐 있슈?" '이상하다? 하나가 어디 갔지?' 말꼬리를 채 되감기 전에 삼월이 언니께서 던진 표창이 뒤통수로 휘리릭 날카롭게 날아온다. "어이구! 이 건 뭐여?" '아...' 며칠 전 꽁꽁 언 김치 썰어 소분해, 녹으라고 내.. 2024. 2. 27.
봉구 씨의 하루 봉구 씨가 할 줄 아는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다. 종일 추적이며 봄비가 내리는 오늘도 봉구 씨는, 대부분의 여느 날과 다름없이 이따금 사타구니를 벅벅 긁으며 가장 잘하는 것을 하다 보니 어느덧 반나절이 얼추 기울어가고 있었다. "아, 배고프네. 뭐 좀 먹을까?" 가장 잘하는 것을 하며 시간을 흘려보내도 어김없이 찾아오는 허기. 그럴 때마다 봉구 씨는 "에너지 총량(보존)의 법칙"을 떠올리며 신기해하고는 한다. 그러면서 그가 가장 잘하는 것에 대한 당위성을 스스로에게 각인시키는 것이었다. "그래, 배가 고픈 것을 보면 분명 에너지 소모가 있었다는 것이고, 나는 그만큼 뭔가를 했다는 증거일 테니 구태여 '식충이'라고 자학할 필요는 없는 겨!" 봉구 씨는 모아두었던 김치 꽁다리를 넣고 어제저녁.. 2024. 2. 21.
잘 댕겨오세요. 도ㅑ지괴기 두어 근 끊고 씨암탉 챙겨 집사람 모시고 시골 갑니다. 갑진 설날, 똑국 많이 잡수시고요 개평에 쌈 나지 마시고 안전운전 하시며 잘 댕겨오세요. 세종시인 성봉수 합장. 2024. 2. 9.
씨불이다. 보내주신 굴비를 받은 후, 선배님 전화 받고 집을 나서 을 들고 몇 가치 담배 먹으며 담소 나누다가 친구 술청 전화 받고 자리 이동해 또 빨고 돌아오니 어두컴컴한 현관 앞 의자에 과일 상자 택배가 도착해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술자리에서 먹은 콩나물국. 시원하니 좋았습니다. 날이 많이 풀렸지만, 아직은 뜨끈한 게 쵝옵니다. 기다리던 아시안컵 4강전. 잇단 연장경기에 소진한 체력으로 애쓰는 선수들 모습이 딱하기도 했지만, "유효슈팅 수 0" ㅋㅋㅋㅋ 와우, 참 기막힌 일입니다. 라는 클린스만 감독에 대한 불만이야 저라고 다르지 않지만 각설하고욧. 가 특별하게 아쉬운 경기였습니다. 김 선수 한 명 빠졌다고 '와르르' 무너지고 우왕좌왕 갈피 잡지 못하던 수비진. 세상살이 더불어 살아가는 게 맞는 일이고, 혼자.. 2024. 2.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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