싹아지 없는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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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 끽연

싹아지 없는 개

by 바람 그리기 2024. 1.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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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의 아침-현장 가는 길_20240108월

 잡부에서 돌아와 대문을 밀치고 터벅터벅 장화를 끌며 골목 안으로 들어옵니다.
 마당 안쪽에서 "컹, 컹" 삼월이 짖는 소리가 딱 두 마디 울리고 멈춥니다. 장화를 벗고 슬리퍼로 갈아 신고 쇳대 챙겨 마당을 돌아 삼월이 우리 앞을 지나칩니다.
 삼월이 년이 우리 안 깊숙히 웅크리고 앉아 눈깔을 뗑굴뗑굴 굴리며 쳐다봅니다.
 그런 개집을 지나쳐 문 따느라 쇳대 짤강거리자, 삼월이가 톡 튀어나와 바깥채 문 앞에 서서 허리를 활처럼 휘며 몸을 배배 꼽니다.
 지 언니 이불 위로 좌정하게 얼른 문 열어달라는 얘기지요.

삼월이 공용 털탑시기 범벅의 삼월이 언니 요.


 반응 없이 쌩까고 안채로 들어왔습니다.
 "싸가지 없는 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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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문 앞은 고사하고 골목 입구까지라도 나와 뒷방 노인네 귀가를 반겨달라고는 바라지 않습니다.
 독거노인 귀가에 반갑게 쫓아 나와 귀를 젖히고 발랑 자빠져 한쪽 다리 쳐들고 꼬리 팔랑거려달라고도 하지 않습니다.
 적어도, 혼자 지키던 쓸쓸한 마당에 한 식구가 들어오면. 들어와서 제 집 앞까지 왔으면. 마지못해서라도 슬그머니 기어나와 마주하는 게 예의 아닙니까?
 그런 기본도 없이 웅크리고 앉아 눈깔만 꿈먹거리는 모습이 정말 싹아지 없는 개새낍니다.
 그래서 우리 앞을 지나칠 때도, 쇳대소리 듣고 나와 몸을 배배 꼴 때도,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나도 삼월이를 투명 개 취급하며 모른 척 쌩까고 부엌문을 콩 닫고 들어왔습니다. 원한 바를 못 이루고 시르죽어 제 집으로 다시 기어들어가는 모습을 상상하니,
 참 통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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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 할머님 제사 모시는데 안에서 내쫓고 개집에 묶어 놓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제사 모시는 동안 짖지도 않고 우리에 틀어박혀 꼼짝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희한합니다.
 제가 진짜 사람으로 착각하나?
 그러면, 그정도 상황이라면, 나를 진짜 개 업신여기고 있는 건가?
 

  
 202401091601화
 이선희-겨울애상
 눈 대신 비는 뿌리고,
 컨디션 다운 된 몸은 여태 복구가 아니 되고...

 -by, ⓒ 성봉수 詩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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