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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뜨니 9시 방향으로 누워 있다.
심란한 꿈은 하루를 사리게 하는데 너무 심란하면 개꿈이라 치고 무시하고 그 정도가 더한 데다가 "길몽"의 요건에 맞는 주인공이 등장하면 예컨대, 변이나 피나, 주검 등이 등장하는 무지막지하게 심란한 꿈을 꾸고 나면 혹 '복권이라도 사야 하나?' 갸웃거리게 된다.
무지막지하게 심란한 꿈을 꾸고 일어나 어제 누님이 주신 책을 무심코 잡고 펼친 갈피.
虧
참 어려운 글자다.
사람들 북적대기 전에 담배 사다 놓으러 나갔다가 돌아오는 길.
두툼한 파카를 입은 중년 여성이 보행신호로 채 바뀌기 전에 서둘러 발을 딛는다. 그녀의 발걸음을 좇으며 그가 걸어온 한 생, 가고 있는 길, 그 길마다 열매 맺거나 낙과한 희로애락 들을 상상한다. 아직은 어둠이 더 깊은 시간. 싸늘한 공기. 그리고 자연스럽게 나에게 옮겨지는 그 언제의 나...
담배를 사 들고 대문을 밀치는데 마당 안쪽에 삼월이 언니께서 팔짱을 끼고 기다리고 있다.
"어디 갔다 와요? 어젯밤에 어디서 싸우는 소리가 요란하게 났는데 대문 여는 소리가 들려서..."
'새벽에? 밤에?'
"밤에요"
'취객들이겠지...'
12시 방향에서 잠든 게 아니라,
처음부터 9시 방향으로 누워 잠들었다.
Boots_Randolph-Smoke_Gets_In_Your_Eyes
● 虧 이지러질 휴, 이지러질 규
-by, ⓒ 詩人 성봉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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