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출산.

by 바람 그리기 2022. 1. 13.
반응형

 

 

 아침이 되었어도 불편한 속에 어항 옆에 둔 정로환 병을 또 꺼내 드는데 어항 속 수초 사이에서 뭔가가 언뜻 비친다.
 '빛이 반사되었겠지...'
 약을 덜어내고 다시 제자리에 올려두며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안경을 벗고 수초 사이를 꼼꼼하게 살펴보는데...
 '어! 이게 뭔 일이랴?'
 분명히 꼬맹이 고기다.

 

 분홍색의 똑같이 생긴 놈이 하나 있으니 그놈의 치어인듯싶은데 의아하다.
 혹시 나 없는 사이 식구 누가 얻어나 넣었나 싶어 물어봤어도 아니다.
 '알을 낳았으면 하나만 낳지 않았을 텐데 어찌 한 마리만 운 좋게 살았네?'
 '무심도 하지. 매일 먹이를 주고 틈만 나면 코를 박고 있으면서도 이렇게 크도록 몰랐네...'
 그리 생각하고 나니 또 이상하다.
 '한 마리밖에 없는데 배란까지는 이해되지만 수정이 어찌 되었지? 혹시 자웅동체인가?'

 폰을 잡고 검색을 한 후에야,
 분홍이 놈 이름이 <플래티>라는 것을 알았고 머리와 꼬리에 고추장 발라 놓은 것 같은 다른 한 놈도 같은 종류임을 알았다.
 그러니 전혀 다른 종류인 줄 알았던 그놈이 옷만 다르지 같은 족보의 수놈이었다는 얘기이고, <플래티>는 알이 아니라 치어를 낳는 '난태성' 어류라는 얘기다.

 

 딱 멸치만 한 놈이 수초 사이를 바쁘게 헤집고 돌아다니는 모습을 보니 신기하기도 하고, 새 생명이 태어났다는 사실이 기쁘다.
 어떤 이들처럼, 치어용 가두리를 만들어 주고 먹이를 따로 주는 정성은 못 베풀겠지만, 실패 없이 잘 자라주면 좋겠다.
 길 떠나기로 작정했던 발목을 잡은 배앓이가,
 나와의 인연을 출산하려는 산통인 듯도 싶고....



 참기름을 뿌리고 달걀을 간장으로 비벼 앉은 저녁상.
 곁들인 김치 앞에서 문득 떠오른 기억.
 입에 빤 김치 줄거리를 얇게 찢어 밥그릇 테두리에 붙여 주시던 엄마.
 그 김치 조각을 하나씩 얹어 먹던 꿀 같던 밥.
 상 머리를 지키고 앉아 그 모습을 바라보던 어머님의 행복한 눈빛.

 적어도 초등학교 훨씬 이전의 상황일 텐데, 이놈에 기억력은 참 쓸데없이 좋다.
 요즘, 김치를 입으로 빨아 먹이면 난리 나겠지?
 아마 아동학대로 신고한다는 소리가 나오지 싶다.

 나 어릴 때는 몰랐던 "아토피 피부염"이라는 것이, "흙 구경 못하고 너무 깨끗하게 키운 탓에 자체 면역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라는 말도 있는데,
 입으로 빨아 손으로 찢은 김치를 먹고도 이렇게 잘 살아 있으니 그 말이 헛말만은 아닌 듯도 싶다.


 병균이 전염돼도 좋으니, 우리 엄마께서 입으로 빨아 찢어주시는 김치를 먹을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202201123016수
 조영남/사랑없인난못살아요
 내용이 영 불편해 토막토막 읽다 덮곤 하던 책.
 보내주신 성의가 고마워 오늘은 작정하고 꾹 참고 앉아 몇 장 안 남았다.
 작년엔 펼치지 않고 어찌어찌 그냥 넘어갔던 난방 텐트.
 요 며칠 코가 시려 고생하다 결국 오늘은 꺼내 자리 잡아 놓았다.

 

★~詩와 音樂~★[ 시집『검은 해』] 전주역에서 / 성봉수

 전주역에서 / 성봉수  언뜻 졸고나니 전주란다  이 가까운 길이 흑산도 지나 저어 쪽의 외딴 섬보다 멀었구나  그뿐이겠나,  가난하고 홀대받았다니 그럴 만도 한 일이긴 해도  무식도 하였

sbs150127.tistory.com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