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최근 장을 보러 마트에 다녀온 부인 김윤옥씨가 "1포기에 1만원을 훌쩍 넘는 배추 값에 놀랐다"며 대통령에게 가격 폭등에 대한 우려를 전하자 이 대통령은 주방장을 직접 불러 "배추가 비싸니 내 식탁에는 배추김치 대신 양배추 김치를 올리라"고 지시했다.
이 대통령의 식단을 관리하는 청와대 관계자도 이날 오전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대통령께서 '배추 값이 너무 올라서 큰 일이다. 우리라도 값이 떨어질 때까지 배추김치를 먹지 말자'며 양배추김치를 올리라는 지시를 관저 주방장에게 내렸다"고 확인했다.
그러면서도 대통령은 청와대 직원들이 이용하는 구내식당까지 양배추 김치 배식을 강요할 필요가 없다는 뜻도 함께 전했다고 한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부터 추석 연휴를 전후로 생필품 물가가 폭등해 서민들의 고통이 커지는 상황을 공개석상에서 여러 차례 경고해 왔다.
8월 16일 국무회의에서는 "지금부터 추석물가 대비를 단단히 해야 한다"고 말했고, 9월2일 구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한 자리에서는 "곤파스 태풍을 맞아 농산물에 가장 피해가 있을 것 같다"고 우려했다. 14일 국무회의에서는 "추석물가 걱정이 많다"며 "장·차관들과 공공기관에서 추석 전에 현장을 많이 방문해서 점검해 달라"고 신신당부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의 거듭된 당부에도 불구하고 추석연휴가 끝나자마자 배추 등 채소 값이 폭등하며 정부에 대한 원성이 높아지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대통령의 이번 결정을 추석 물가를 제대로 통제하지 못한 데 대한 '자책'의 표현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배추와 양배추 가격 차 없어... 양배추 식단 효과 반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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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추' 보다 비싼 '양배추' 배추값 폭등을 의식한 이명박 대통령이 '배추김치' 대신 '양배추김치'를 식단에 올리라고 발언한 가운데, 30일 오후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배추 1포기가 8,800원에 양배추 1통은 9,480원에 팔리고 있다.
하지만 대통령이 관저에서 배추 대신 양배추를 먹는다고 해서 배추 값이 안정되는 것도 아니다. 배추와 양배추의 가격 차이가 그리 크지 않은 점도 '양배추 식단'의 효과를 반감 시키고 있다.
서울시농수산물공사의 청과물 유통정보에 따르면, 30일 서울 강서시장에서 그물망에 담긴 배추 보통등급 10kg(4~5포기)은 도매가 1만5976원, 양배추 8kg 그물망은 도매가 1만2819원에 각각 거래됐다. 전날에는 배추 1만3828원, 양배추 1만6300원으로 오히려 양배추가 배추보다 높은 가격에 팔렸다. 시중 마트에서도 배추와 양배추는 포기당 9000~10000원의 엇비슷한 가격에 팔리고 있다.
재래시장을 돌아다니며 장관들에게 "현장에 나가보라"고 지시했던 대통령으로서는 정작 시장 물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아도 할말이 없게 됐다. 청와대 관계자도 "배추 값과 양배추 값에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을 대통령도 아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 부분은 딱히 드릴 말이 없다"고 곤혹스러워 했다.
국민참여당 양순필 대변인은 "배추 값이 오른다고 해서 자기 밥상에 양배추 김치를 올리는 '쇼'는 대통령의 본분에 맞는 일이 아니다"라며 "이번 일을 통해 MB식 친서민 구호가 얼마나 천박한 발상에서 나온 것인지 알 수 있다"고 꼬집었다.
정승 농림부 2차관 "김장 한 포기 덜 담그라" 발언도 빈축
배추 값 안정을 위해 국민들에게 "김장 한 포기를 덜 담그라"고 주문한 정승 농림수산식품부 제2차관의 발언도 빈축을 사고 있다.
정 차관은 이날 오전 MBC와 CBS 등 라디오 매체들과 인터뷰에서 "수요 측면에서 우리 국민 여러분께 협조 부탁드릴 것은 조금 부족하면 한 포기 덜 담그기 해 주시면 어떻겠냐?"며 "전 가구가 한 포기만 덜 담궈도 약 3만 톤 이상의 수확증수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MBC <시선집중>의 진행자 손석희 교수는 "배추 값이 비싸 한 포기를 덜 담그는 건 하지 말라고 그래도, 해야 되는 상황이 된다"고 말했고, CBS <뉴스쇼> 진행자 이종훈씨도 "더 담궈 먹을 수도 없다. 너무 비싸서..."라고 쏘아붙였다" |
[2신 : 30일 오후 4시 17분]
"대통령 발언의 본질은 배추-양배추가 아니다"
"기사를 야리꾸리하게 써서..." 청와대 관계자, 언론에 책임 떠넘겨
청와대 관계자는 이명박 대통령의 '양배추 김치' 발언 논란에 대해 "대통령의 국민에 대한 사랑으로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날 오후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이번 건의 본질은 배추냐, 양배추냐가 아니다. 대통령으로서 할 수 있는 정책은 정책대로 하시면서 대통령 자신도 그리 하시겠다는 뜻"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기사화됐으니 말씀드리는 건데 대통령이 어디 가서 (그렇게 한다고) 말씀하고 다니신 적도 없고, 청와대 직원들도 아마 대통령이 관저에서 그렇게 하셨다는 것을 몰랐을 것"이라며 "마음이 그렇지 않냐? (대통령의 마음을) 잘 생각해보라"고 주문했다.
- 부인 김윤옥씨가 마트에 직접 가서 배추값을 확인했다는 거냐?
"그렇다. 그러나 어디 갔는지는 모르겠다."
- 양배추 값은 직접 확인하지 않으셨나?
"양배추 값이 조금... 그것 가지고 얘기하는 건 그렇지 않나? 대통령의 밥상에 그렇게 한다고 누가 신경 쓰겠냐?"
기자가 "일단 인터넷의 누리꾼 반응을 체크해본 다음에 얘기하시는 게 낫겠다"고 권하자 이 관계자는 "그런 반응이 나오도록 기사를 야리꾸리하게 써 올린 사람이 (문제)"라고 언론에 책임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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