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름살, 내 영혼의 하얀 그림자. / 성봉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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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ㅁ마당

★~ 주름살, 내 영혼의 하얀 그림자. / 성봉수 ~★

by 바람 그리기 2021. 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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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설과 함께 새해를 맞았습니다. 반가운 마음도 하루. 얼어붙기 전에 눈을 치워야 합니다. 골바람이 드는 오래된 집 마당엔 으레 다른 곳보다 눈이 더 쌓이기 마련입니다. 대문에서 마당으로 드나드는 골목은 얼어붙을까 진작 치웠는데, 옥상에는 어느 정도 쌓였는지 살피지 않았습니다. 지난 늦가을에 방수공사를 꼼꼼하게 해 놨으니 누수에 대한 염려를 한숨 덜기도 했고, 눈을 밟아 낙상하실까 염려하던 당신이 떠나고 없으니 급한 맘이 없습니다.
 아점을 먹는 밥상머리. 금주 중에 한파와 폭설이 올 거라는 예보가 텔레비전에서 들려옵니다. 쌓인 눈 위에 또 눈이 쌓이면 치울 일이 벅찰 것 같아 그렇지 않아도 오늘쯤엔 옥상에 올라갈 볼 생각이었습니다.

 해도 중천에 걸렸고 날도 코끝이 매울 정도는 아니니, 어느 정도 녹았을 것을 기대하며 방을 나섰습니다. 장화를 신고 짝짝인 장갑을 챙겨 끼고 비와 부삽을 들고 옥상으로 올라갔습니다.
 '아...'
 기대는 보기 좋게 어긋나고 눈이 하나도 녹지 않은 채 제법 쌓여 있습니다.
 1층 옥상의 눈을 한쪽으로 쓸어모아 마당으로 던져놓고 2층 옥상으로 올라갔습니다. 면적이 넓다 보니 대비로 쓸어모으기가 벅찼어요. 몇 차례 구획을 나누어 행길 쪽으로 쓸어 모아두었습니다. 인적이 끊기는 밤이 되면 다시 올라가 집 밖 보도 위로 퍼 내리고 다시 집 밖으로 나와 옥상에서 퍼 던진 눈을 도로 쪽으로 쓸어치울 일만 남았습니다. 

 넉가래라도 만들어야 하는지, 두 군데를 치우는데 거의 시간 반은 걸린 듯싶습니다. 마당으로 내려와 1층 옥상에서 퍼 던져 놓은 눈을 다시 화단으로 치워 놓는 것으로 일단 마무리했습니다.





 세수하고 안채로 건너와 거울 앞에 서서 로션을 바릅니다.
 거울을 보면서, 어제 읽은 '주름살"에 관한 수필을 떠올렸습니다. 그리고는 얼굴을 이리 모으고 저리 모아 내 얼굴에 자리 잡은 주름살을 살펴봤습니다.
 '흠...'
 다른 곳은 흉하지 않을 만큼 내 나이에 맞게 잡혔는데 눈 밑에 진 주름이 영 거슬립니다. 마치 식은 팥죽 위에 얇게 덮인 막을 슬며시 당겨 놓은 것 같습니다.

 

 

 

음지식물陰地植物/ 성봉수

 

 

밤을 나서면

만만하던 포만은 음습한 염세의厭世 검은 피

사지 없는 몸뚱이로 까불대던 서 푼의 자해

석비레 같이 흩어지는 누런 낯이여

냉정한 역광의 어둠이여

햇살 아래에 나서면 알게 되는

아, 이 허접한 삼류三類

 

 

201310180840금

그림자/서유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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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바람 그리기'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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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봉수 저ㅣ책과나무 발간ㅣ2016ㅣ188쪽ㅣ12,000원]

 

 

 

바람 그리기 - 교보문고

한국 문단의 살아 있는 역사, 창간 61년의 현존하는 최고령 종합문예지 《백수문학》의 편집장인 성봉수 시인이, 세종특별자치시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예술창작 지원사업 작가로 선정되어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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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하나_ 물 한 잔 그대도 나처럼 그가 떠나가는 동안 걸레를 빨다가 외면 그런 날이 오겠지 걸어가니 보인다 한때의 너 그런 날이 있어요 봄비 하상욱 씨 첫눈 먼 산山을 보고 울었습니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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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봉수

한국 문단의 살아 있는 역사, 창간 61년의 현존하는 최고령 종합문예지 [백수문학]의 편집장인 성봉수 시인이, 세종특별자치시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예술창작 지원사업 작가로 선정되어 2014년에 발간했던 [너의 끈]에 이은 두 번째 시집. [월간문학],[문예운동],[백수문학],[한올문학] 등 전국의 문예지 등에 발표하였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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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문학」의 편집장인 성봉수 시인이, 세종특별자치시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예술창작 지원사업 작가로 선정되어 2014년에 발간했던 <너의 끈>에 이은 두 번째 시집를 펴냈다. 「월간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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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시를 쓸 무렵인 것 같습니다.
 많아야 하루에 서너 시간을 자며, 밥도 많아야 두 끼. 그것도 물을 말아 대충 후루룩 삼켜버리는 생활을 거듭하던 때였습니다. 어느 날 햇볕 아래에 서서야 없던 주름이 생긴 것을 자각하고 가슴이 뜨끔했더랍니다. 부실한 섭생에 불규칙한 생활로 내 몸을 던져두었던 결과인듯싶었습니다. 게다가 20대부터 안경의 렌즈를 돌(유리)로 썼으니 그 무게감이 야금야금 내 몸을 잡아먹고 있다가, 이 무렵 찾아온 노안으로 그 안경 위에 아버님이 쓰시던 돋보기를 겹쳐 쓰고 밤을 지새웠습니다. 그러니 모든 조건이 맞아떨어져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리되고 말았습니다.
 가끔은 거울 앞에서 주름진 곳을 두 손으로 당겨 펴 보기도 합니다만 부질없는 일입니다. 던져둔 몸에 생긴 대가가 어디 이 주름뿐이겠습니까만, 내 시와 바꾼 훈장, 내 영혼이 빠져나간 빈 자리쯤으로 안위할밖에요.



눈을 치우듯,

평범함 사고에 벗어난 내 고독의 사유를 밖으로 쓸어내고 범부의 생활인으로 살았더라면

이 주름살이 생기지 않았을까?

 



여기까지 온 오늘이 과연 내게서 나와 누구에게 닿기는 하였는지,
거울 속의 내게 물어봅니다.


주름살,

내 영혼의 하얀 그림자여….

 

 

 

 

 

202101021530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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