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남은 올해.
이젠 정말 한 해가 다 갔다.
지긋지긋하던 코로나와 결별하는 변곡점이 되면 좋으련만, 유감스럽게 새해에도 떠안고 건너야 하는 짐인 데다가 그 불편한 등짐을 언제 내려놓게 될지 확신이 없으니 답답하다.
두루마리로 한 귀퉁이 던져두었던 새 달력을 살핀다.
내년은 신축년(辛丑年) 소띠해다.
나는 어린 시절 소를 유난히 좋아했단다.
아버지 넥타이를 바로 손위 누이의 목에 걸고 "움메~"소리를 내며 신작로까지 끌고 다녀 동네를 웃음 바다로 만들기도 했단다. 오죽했으면 할아버지께서, "이놈아, 얼른 커서 씨름판에서 황소 끌고 오너라!"까지 하셨을까.
나이가 들면서 모든 취사의 선택이 앞선 이들을 따라가고 있음은 어쩔 수 없는 순리인듯싶다. 달력도 예외가 아니어서 보기 좋은 명화 따위의 이미지가 있는 고급스러운 달력이, 활자가 커다랗고 음력이 병기된 단순한 것에 밀리기 시작한 것이 몇 해는 되었다.
그 해에 <얼마나 많은 달력을 손에 쥐는지>를 놓고 스스로 <관계 비중의 척도>로 삼은 적도 있었지만, 특별한 고정 직장이 없는 데다가 사회생활 또한 적극적이지 못한 근래의 성향 탓에 꼭 필요한 개수 외엔 얻어 나르는 것에 흥미가 없다.
예전 같으면 단순한 달력 기능 외에도 질 좋은 종이로서의 가치로 눈에 불을 켜고 받아오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책 표지를 싸거나 싸줄 일도 없고 화장지를 대용할 일은 더더군다나 없는 일이고 게다가 어쩌다 이쁜 달력이 눈에 띄어 따님들 생각에 챙겨와도 애써 거는 일이 없다. 설령 걸어 놓았다 쳐도 길어야 봄쯤에 멈춘 시간이 한 해가 다 가도록 그대로일 정도이니 딱히 챙겨 나를 이유가 없는 불필요한 의미가 되어버렸다. ↙여기까지 쓰고 술 청 받고 나갔다.
허민영/주름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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