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쪽팔림에 관하여 /이정록/ 성봉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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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ㅁ마당

★~ 쪽팔림에 관하여 /이정록/ 성봉수 ~★

by 바람 그리기 2021. 3.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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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0년에 등단한 내가 첫 시집(『너의 끈』)을 발간한 것이 2014년이니 꼭 14년 만의 일이다.
 "내 돈을 들여 시집을 발간할 일은 없다"는 내게의 약속을 지키기 위함이었지만, 덕분에 그 후 두 권(『바람 그리기』. 『검은 해』)의 시집을 더 발간하는 동안 수록되는 시의 많은 부분이 일종의 밀어내기였다.
 신작 시와 섞여 발간된 이런 형태는 독자에게 저자의 감정 흐름과 변모의 과정을 유추하는데 혼란을 초래했으리라 짐작되는 일이다.

 

☆~ 너의 끈 / 성봉수 / 책과나무.2014년10월01일~☆

세종특별자치시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예창작지원사업 선정 작가 성봉수 지음 ㅣ 너의 끈 성봉수 ㅣ 책과나무 ㅣ 2014.10.01 ㅣ 10.000원 2014 세종시 문화예술 창작사업 성봉수 작가 시집 발간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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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단 14년 만의 첫 시집 너의 끈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추진하고 <한국지역문화지원협의회>에서 주관하는 중앙문예진흥기금 사업에 <세종특별자치시>의 예산 50%가 더해진 "예술창작 지원사업"에 선정되어 발간했다.
 그 첫 번째 수혜자라는 상징성으로 인해 개인에게는 영광스러운 일이었지만, 내가 실무적으로 관여하던 문학단체는 제외되어(과정에 많은 사연이 있지만 여기서는 생략) 드러내어 기뻐하지 못하였다.


 그제 저녁 무렵, 막 밥상에서 물러앉는데 지역의 J 시인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술자리이거나 전주가 있었던 듯 혀가 굴러간다.
 이런저런 통화를 마치고, 대화의 꼬리를 밟아 문화재단 홈페이지에 들어갔다.
 희비가 교차했을 공모사업 선정 결과 공지물.


 문화예술 지원 사업은 중앙의 교부금과 자치단체의 예산이 합산되어 집행되는데, 자치단체의 규모와 단체장의 성향에 따라 그 규모의 크기나 방향이 영향을 받는다.
 가난한 예술가(나와 직접 관련된 '문학-개인-' 부분만 거론한다)에게는 잘만 활용한다면 자신의 작품활동에 도움이 되는 단비와 같은 제도가 아닐 수 없는데, 이번 선정 결과를 바라보며 얼굴이 달아오르고 "쪽팔린" 감정이 몰아쳤다.


 그 두 가지 이유 중에 두 번째를 먼저 말하자면, "공적 자금의 효용성에 대한 방향과 자세"다.
 적어도 내가 판단하는 "공적 자금이란" 필요한 적재적소에 배분되어야 하고 수혜의 폭이 넓어야 한다. 한번 수혜를 입었던 사람은 그것을 계기로 힘을 키워 이후의 작품활동은 자력으로 일어서기 위해 노력하고, 능력과 배경이 되는 분은 다른 이에게 기회를 양보하는 배려심이 있어야 한다. 그게 예술인으로 시대의 양심을 실천하는 최소한의 도리다.

 그런데 눈에 익은 이름이 또 보인다. 몇 몇이 격년으로 돌려먹기다. 쪽팔린다.
 먹고 살 만큼 경제력도 있고 사회적 위치도 단단한 분들이다. 재단에 기금 기부를 해도 특출날 것 없이 정상적인 모습으로 보일 판인데, 이쯤이면 "어차피 나 아녀도 누군가는 따먹을 눈먼 돈"이다.
 쪽팔린다.
 몇 푼 안 되는 그 돈을 받겠다고, 문단 경력이 오래인 사람이 자기 작품을 보내 누군가에게 심사받는다? ㅍㅎㅎㅎ~

 생각할수록 벨도 없고 쪽팔린다.
 자의의 수혜는 한번.
 그 상징성에 그쳐야 하지 않을까?
 기 천만 원의 창작지원금 수혜를 보는 진짜 공모 "아르코 창작 지원금 공모"라면 모를까...


 그리고 얼굴이 달아오르도록 쪽 팔린 가장 큰 이유는 심사평이다.

 

 세상 살다 살다 이런 심사평은 처음 봤다.
 어디 삼류 동인지 신인심사에도 이런 심사평은 본 적이 없다.
 앞서 말한 "이력 있는 사람들"과 작품의 내용이 비교되어서인지는 모를 일이지만, 이건 학생 작문지도 첨삭글 수준이다. 추측건대, 심사평을 많이 안 써본 이의 사설이다.
 '있는 그대로 적시한 것이 무슨 흠인가?'라는 반론도 있겠으나 그렇지 않다. 글에는 품격이 있어야 한다. 품격 없는 글은 시장 상인의 영업 장부만도 못하다. 심사평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이게 어디, 글 쓰는 사람이 쓴 심사평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공모 요강에 의해 공모가 가능한(글을 써 온분이 공모했을 텐데, 당사자가 받을 심리적 충격과 상처는 전혀 고민도 없는 글이다. 이 정도 글이라면 '내부 자료' 정도의 별도 기록으로 남겼어야 옳다.

 '이정록' 심사위원장.
 내가 짐작하는 그분인지는 모르겠지만, 인생 공부 한참 더 해야겠다.
 같은 글 쓰는 입장에서 너무너무 쪽팔린다.


 계제에, 지금 "문학진흥기금"이 어떻게 조성되고 있는가?
 예전엔 "극장이나 공연관람료"에 일정 부분 부과되어 조성되던 기금이 "간접세 폐지"의 명분으로 사라졌다. 노무현 대통령 때의 일이다.
 그러면 지금은 어디서 끌어올까?
 "로또(복권 판매 수익금)"다.
 문예 진흥기금을 사행산업의 판매수익금으로 조성한다는 얘기다.
 즉은, 나라 자체 예산으로 조성하는 것이 아니라는 거다.
 이게 정상인가?
 이게 그토록 자화자찬하는 k 문화의 현실이다.
 이것도 쪽팔리는 얘기다.


결론,

글쓰는 이 만이라도

 

 

"쪽팔리게 살지 맙시다"

 

 

시인 성봉수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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