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용 텐트를 합쳐 분침호를 만들고,
반짝이는 별과 스산한 밤 바람을 곁에 둔 어느 산 속에서 내게 말했었지.
"내가 말야 입학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과 선배들과 술을 먹었거든. 그런데 한 여학생 선배가 내게 그러는거야.날 처음 볼 때부터 마음에 들었다고.
아마 널사랑하게 될거 같다고..."
"대학 새내기인 내겐 너무도 큰 충격이었어. 이제 겨우 얼굴을 익힌 선배가 날 사랑한다니..."
"날 더 힘들게 한것은,그 다음 날의 그 선배의 태도였어.전날의 내게 한 고백은 표시도 없이 아무렇지도 않게 날 대했거든."
"내가 무슨 말을 해주기를 기다리는 것 같아서,무슨 말을 어찌 해 주어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아서..고민 고민하다가,
다른 남자 선배에게 심각하게 충고를 구했거든.그런데,내 말을 들은 선배가 뭐라했는지 아니?"
<하하하,너도 당했니?개 원래 그런 애야.술만 먹으면 자기 앞에 있는 사람은 다 자기 애인이고 연인이고 사랑하는 사람이야.몰랐구나.크게 신경 쓰지 마라>
무슨 이야기 끝에 그 말을 내게 해주었던건지 기억은 없지만,
신병 신고식때 <가을편지>란 노래를 불렀다가,있지도 않은 노래를 꾸며서 부른다고 놀림받은 이야기를,
그 노래를 알고 있는 내가 신병으로 배치되면서 이제야 진실이 밝혀졌다고 기뻐하던 너.
김민기의<친구>를 참 깊게 부르던 너.
<철학과>다니다 왔으니 점좀 봐달라는 수준의 사람들과, 독재 살인마의 나라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도,
문득 문득,쓸쓸한 눈빛을 보이며 말문을 닫아 버리던 너.
신병이라서 거들지도 못하고 아는것도 모른척 해야 했었지만,
네가 가장 좋아하는 시가 나도 제일 좋아하는 소월의<옛 낯>이란 말을 듣고 가슴이 뜨끔했었어.
그때까지 살아오면서,똑똑하다고...내가 인정했던 몇 안되는 사람중에 하나였던 너.
지금은 어디에서 어떻게 살고있니?
살아는 있는거니?
20대의 그 정의로운 불꽃은 끝내 꺼지지 않고,이 나라의 동냥은 되어있는거니?
아니면,너도 현실과 타협해서 1%의 삶을 살고있는거니! 앞 선 변절자들 처럼 말이야.
정치평론가가 되겠다던 너.
이젠, 네 이름이 들려 올 때가 된것도 같은데...살아 있다면.
너라고 불러서 섭하니?하하하..
동갑였던걸로 기억되는데,섭 할게 뭐있누?
살아있음 만나서 쐬주 한 잔 합시다.
거나해지거든,
그때 부르던 <돈타령> 지금 우리의 가슴에 어찌 변해 있는지 다시 한 번 불러봅시다.
이런 저런 생각의 끝에 널 만난 날이야.소월의 시처럼 말이야...
20100813금30시12분
성 이병이 김 상병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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