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파일.
봉축 법회에 다녀왔습니다.
법당 마당에 마련한 천막 아래 자리에는 예전 1/4 정도의 불자님들이 손을 모두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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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방역지침에 따라 올해는 산 아래에서 법당까지의 차량 운행이 없습니다.
신도 대부분이 어르신인 사찰이니, 참석할 엄두도 못 냈지 싶습니다.
법회 마치고 스님과 인사 나누러 들린 대웅전.
법당문 아래로 펼쳐진 산의 신록이 장관이었습니다. 신록을 담아 나르는 바람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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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 둘씩 묶자니 하나가 남고 하나씩 하자니 제 주머니가 부담이고...'
"아이고 그럼! 되고말고! 걱정 마!'
어제 스님께 전화해서 셋을 한데 묶은 딸들의 등을 처음 달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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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 위치를 찾기 쉽도록 대웅전 기둥에 붙여 놓은 안내문.
어느 집은 스무 개가 넘도록 걸었습니다.
불연 어머님 생각이 났습니다.
'낳아 기르신 칠 남매. 이맘때쯤, 아버님과 내 등을 달며 서운한 마음을 에두르셨겠구나...'
코로나 시대이니, 점심 공양도 없고 법회를 마치고 공양했던 음식물이 담긴 검정 비닐을 하나씩 건네받고 싱겁게 하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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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오며 찔레나무 세 줄기를 꺾어왔습니다.
방과 거실과 서재에 한 가지씩 걸어 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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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은 장미의 계절인데, 사다 심은 해당화가 반만이라도 살았다면 지금쯤 그 향이 마당 가득할 텐데 아쉽군요.
스님의 축원 염불 중에 들린 "대한민국 코로나 극복..."
그 소리에 썩소를 지으며 속으로 중얼거렸습니다.
'참, 그지 같은 세상이네...'
부처님 오신 날.
사랑하는 모든 분께 부처님의 가피(加被)가 함께하길 빌었습니다.
(돈 없어서 등은 못 달았어도...)
불기 2565년 辛丑年 초파일에
성봉수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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