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보다 십 여분 일찍 끝난 일정. 다리를 건너자 빗줄기가 굵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와이퍼의 속도를 올렸습니다. 닦아 내려가는 빗물처럼, 하나씩 벗겨지는 망각의 껍질들. …. 그 사람처럼, 이대로 집에 들어가기 싫었습니다. 집에 들어가기 싫다던 그 사람이 이해되었습니다. 집에 들어가지 않고, 정해 놓은 곳 없이 시간을 달렸던 그 사람을 그때를 알 것 같았습니다. …. 철 지난 바닷가가 보고 싶었습니다. 겨울 바닷가에 혼자 선 달콤한 외로움이 그리웠습니다. 망부석 같던 그 바닷가의 사람은, 포말처럼 흩어져 떠나고 없습니다. …. 나는 어느 바다로도 떠나지 못하고, 비둘기가 죽어 있는 대문을 밀치고 빈집 안으로 되돌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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