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시 혼례에 참석하는 길.
잡부 출장길에 종종 지나다니는 외곽도로의 원활한 교통 상황을 잘 알고 있으니, 식전 10분여를 남기고 도착할 생각으로 출발했다.
주말이니 차가 꼬리를 물기는 했어도 예정대로 잘 가고 있었는데.
아...
하필이면 토요일 낮에 절개지 옹벽 보강공사를 하느라 한 개 차선을 통제하고 있다. 나들목까지 겹쳐 있는 구간이라 정체가 한동안 계속된다. 끼어들려는 차와 틈을 주지 않으려는 차 간의 치열한 눈치 싸움.
이럴 줄 알았으면 조금 더 일찍 출발했던지 이 도로에 진입하기 전까지 빠른 속도로 올 것을, 창밖 봄 풍경을 여유 있게 두리번거리며 느긋하게 운전한 게 화근이다.
어쩌랴, 정체 구간을 벗어나자마자 까먹은 시간을 따라잡느라 풀 악셀!
돌아오는 길.
동승자도 없는 데다 오늘 남은 일정은 문서 작성하고 출력할 일만 남았으니 한결 여유롭다. 야트막한 구옥들을 드문드문 지나치는 예전에 자주 다녔던 구불구불 호젓한 소로길을 달려보고 싶다. 외곽도로 중간에서 흐릿한 기억에 의지해 네비의 안내를 무시하고 중간에서 빠졌다.
아,
기억 속의 길은 이미 효용의 가치를 다해 사람들에게 버려진 건지 잊힌 건지, 작은 마을버스 한 대가 지나간 것을 제외하고는 사람도 차도 없는 완전 내 전용도로다. 새로운 길이 위로 지나가고 옆으로 지나가고... 그런 곳마다 나타나는 교차로에는 어느 방향이건 똑같은 도착지가 쓰인 이정표가 있어 감각을 잃고 헤맨다.
결국은, 애초에 생각했던 노정에서 벗어나 중간에서 기존 도로와 합류되었다.
정체되었던 가는 길보다 돌아오는 길이 오히려 더 오래 걸렸다.
평소대로 두 아파트 사이 이면 도로에 주차하고, 저고리를 팔에 걸치고 터벅터벅 집으로 향한다.
바람이 휘리릭 몰아친다.

하루의 외출을 마감하는 풍경으로는 모자람이 없다.
마주한 풍경을 마주하며 인식한 감각 그대로 튕겨 나온 음악을 잡고 휘파람을 분다.
길은 그랬다.
마치 강 전지를 당한 나무의 뿌리가 실타래처럼 퍼져나가거나, 그늘 속의 나뭇가지가 햇볕을 찾아 한없이 웃자라는 것처럼. 내 일상에서 단절 되거나 떨어져 지내는 동안, 이상변이를 일으킨 세포처럼 따라잡을 수 없을 만큼 증식되어 퍼져나가 있었다.
시간은 그랬다.
내 것으로 동행하지 않는 동안에도 머뭇거리거나 움츠러들지 않고 쉼 없이 걸어, 이젠 범접할 수 없는 미로가 되어 또 다른 이의 기억을 직조하고 있었다.
"참 고마운 사람이었다"
202504262438토
아름다운웨딩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