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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치고는 식전 댓바람. 문 연 곳을 찾아 시장을 기웃거리다가 개밥그릇 같은 찌그러진 양은 냄비가 조리대에 올려 있는 골목 식당에 들어가 해장으로 먹은 잔치 국수.
정성이 넘쳐 막 잡은 멸치 비린내가 진동한다.
그냥 다시다 조미료나 넣고 끓일 일이지...
"영동집 아니면 돼지 불알 냄새나서 못 먹는다"며 영업 중인 고향순대 가기를 마다했던 귀족 미각 안가 놈 제 발등을 찍었다.
과메기 먹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잔치국수를 입에 물고 우물거리느라 고생이다.
남는 짬을 이용해 역사 찻집에서 카푸치노와 아메리카노와 에스프레소를 각자 먹고,
친구를 태운 열차가 안갯속으로 사라져 갔다.
텅 빈 플랫폼에 서서 안갯속으로 멀어져 가는 열차의 꼬리에 매달려 안나를 떠올렸다.
커튼을 젖힌 서재에 앉아 식모커피를 비우고, 식모가 회장님 기사에게 타 주는 커피를 다시 타 앉았다.
이제, 라면 반 개 남긴 것 삶아 먹고 밀린 설거지하고 쌀 씻어 놓고 다시 서재로 들어올 모양이다.
한가한 일요일.
기분 좋을 만큼 쌀쌀하다.
202302121527일
James_Last-La_Play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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