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강아지 토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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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 끽연

똥강아지 토깽이

by 바람 그리기 2020. 9.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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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실 문 여는 소리에 삼월이가 냅다 달려와 꼬리 친다.

 

 아니 솔직히 한 5분쯤 후에 달려왔다. 눈치가 백 단이되었으니,

 "문 여는 소리가 나긴 났는데, 지금 달려가야 하나? 귀찮은데 부를 때까지 기다려야 하나?"

 그 우둔한 머리로 우리에 앉아 얼마나 고심했을까 상상한다.

 그래도 부르기 전에 알아서 점고(點考)하라고 달려왔으니 기특한 일이지.

 

 여름 나며 살이 쪽 빠지고 털갈이하느라 형편없더니...

 이젠 반지르르 윤이 나고 홀쭉한 태가 자리 잡아 보기 좋다.

 

 "뭐라도 얻어먹을 게 없을까?"

 거실 문턱에 올라서 서재의 나를 보며 꼬리 팔랑개비를 연신 돌리는데,

 참 이쁜 것이 꼭 토깽이 같다.

 미스코리아 같다.

 

 사탕 하나를 드렸더니, 입에 물고 쪼르르 우리로 내뺀다.

 '안 뺐어먹어 이 년아!'

 


 오전에 도착한 택배 배송 안내 깨똑.

 '대문 안 의자에 놓아주세요' 답신을 보내 놓고 잊고 있었다.

 의자 위에 놓인 박스를 보고도 아이들 것이려니 신경 쓰지 않았는데,

 해가 기울어도 도착하지 않는 것이 이상해 살펴보니 어느 결에 놓고 갔다.

 담배나 한 보루 보내시지...ㅎ

 '국장님, 자알 먹겠습니다'


 

 상장을 탈 때마다,

 아빠가 쓰다듬어 주는 칭찬(... 과 더불어 건네주는 용돈 천 원)을 받기 위해 뒤꿈치가 엉덩이에 닿도록 앞다투어 업장으로 달려오던 아이들.

 

■시집 『바람 그리기』에서■

 교하 일 번지의 흥부네 아이들 같은 행색을 하고도 늘 밝고 모짐 없던 아이들.

 이젠 빈 곳의 크기가 현실에 와 닿는 어른이 되어,  각자의 몫으로 내일을 채워 넣느라 애쓴다.

 

 어제 같은 십 년이 도둑 같이 흘렀다. 

 

 

 

 

 번스타인 연주/쇼팽'강아지 왈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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