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구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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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 끽연

먼지구덩이.

by 바람 그리기 2019. 6.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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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출에서 돌아오며 사 들고 온 쥐잡이 끈끈이 놓고, 빨래 탁탁 털어 걷고, (내 중요한 일과인)베베 꼬인 바람 종 줄을 풀어주는데... 서재 바깥 창 방충망에 구멍이 보인다.

빨래를 우선 안에 들여놓고 테이프로 수선하려는데, 먼지가 얼마나 앉았는지 접착이 안 된다. 구멍 난 부분끼리 맞대면 될듯싶어 서재로 들어와 안 창과 바깥 창 사이에 아무렇게나 놓인 물건들을 우선 들어내는데...

지난 설부터 있던 과일 남은 것이 곤죽이 되어 초 벌레가 바글거린다. 제사 많은 집이니 그때 쓰려고 아껴둔 거려니 생각해도, 냉장고에 넣어둔 것도 아니고 곤죽이 될 정도면 이거 원. 하긴, 거기도 바늘 하나 못 들어가도록 꽉 찼으니 그곳서도 나름의 발효 작업이 진행되고 있기는 마찬가지겠고.

 

'우와~!' 먼지가...

아버님 돌아가시고 창틀 떼어내 청소한 후 손 한번 주지 않았으니 먼지 구덩이가 아니면 잘못된 거지.

미숫가루 같은 먼지가 얼마나 쌓였는지, 이거 어설피 손댈 상황이 아니다. 언제 비 오는 날을 잡아, 안쪽 창 닫아놓고 바깥 창 떼어내고 물건 다 들어내고 정리해야겄다. 딱 보니 하루 공사다.

 

곤죽 된 과일을 부엌에 집어던져 놓고, 검은 비닐에 싸있던 어머니 밥솥을 버릴 심산으로 내다 놓았다. 어머님께서 장만하셔서 아버님과 따로 진지를 챙기시던 밥솥. 와병하신 후론, 어머님께만 백미 밥을 해드려야 하니 그렇게 썼던 밥솥. 그러다가 취사 기능이 고장 나 보온으로만 사용하던 밥솥. 삼월이 언니가 함부로 버리지 못한 데는 지랄 같은 내 성격에 언제 트집이 될지 몰라서였겠지만, 그 밥솥을 내다 놓았다. 안 창과 바깥 창 사이에 있는 물건들. 대충 보니 어머니께서 팔아 놓고 콩국수를 해주시던 메주콩 남은 것부터 페트병에 가득 든 깨 판 것 그리고 아버지 살림살이와 병원에서 돌아와 풀지 않고 던져둔 어머니 병구완 물품들...

다 정리하고 버려야지.

버리기는 쉬운데...

 

외출에서 마신 식모 커피 한잔으로 산 오늘.

배고픔은 미통만큼 별것 아닌데, 허리가 자꾸 앞으로 곱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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