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열지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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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 끽연

초열지옥

by 바람 그리기 2019. 6.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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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월이의 울면서 짖는 소리.
 평소와는 확연히 다른 그 소리.
 '옳타커니, 끈끈이에 붙었구나!'
 문을 박차고 뛰어나가니 그제야 쫓아와 앓는 소리를 낸다.
 끈끈이를 접어 쥐가 반쯤 안 보이게 되어서야 무는 시도를 가끔 한다.

 

 얼뜨기...
 옆을 지키고 혀를 쭈욱 뽑아 얼마나 헐떡거리는지, 침을 한 양동이는 쏟는다.
 심장 벌렁거리는 소리가 오래된 집 울안에 메아리칠 정도니 원...
 그래도 무는 시도라도 하니 많이 발전했다.



 살피니 수놈이다.
 기운이 빠지기 전이라선지 물어보려는 삼월이에게 앙칼지게 좌우 스트레이트를 먹인다.
 집게를 가져다 끈끈이를 반으로 접는 내게도 으르렁거린다.
 '어라? 요놈 봐라!'
 그냥 깔끔하게 절명시킬 생각이 싹 달아났다.
 '그래, 네 놈이 우리 어머님 쓰시던 비누를 물고 간 놈이렷다!'
 '내가 아껴 쓰던 그 비누를 물어간 놈이렷다!!'
 '우리 엄마 냄새를 더는 못 맡게 한 놈이렷다!!!'

 

 서재에서 돋보기를 들고나왔다.
 '네 죄는 저승의 심판만으로는 모자라지. 우선, 내게서 초열지옥焦熱地獄의 맛을 보거라!'
 눈을 태우고,
 코끝을 태우고,
 양발을 태우고,
 귓속을 태우고,
 주둥이를 태우고,
 심장 언저리를 태우고...
 태우는 내내 몸을 뒤틀며 좌우 스트레이트를 날리다가 탄 눈깔에서 누린내가 나도록 다시 지지니 꼴까닥했다.
 옆에 서서 앓는 소리를 내며 할딱거리던 삼월이가 그제야 끈끈이를 물고 돌아다닌다.

 

 서생원아,
 인연 겁이 끈기지 않거들랑 후생에 원수 갚거라.
 관세음보살_()_

 

 암놈도 분명코 있을 테니 끈끈이를 더 놓아야겠어.
 해가 그리 빨리 기운다는 것을 돋보기 초점을 맞추며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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