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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덮고 현관문을 연다. 삼월이가 조르르 달려와 앓는 소리를 내며 엉치부터 흔든다.
애구...
미역국을 데워 밥을 한술 뜨고 따습게 국물을 헹궈 삼월이 사료 위에 끼얹어준다. 가끔 뒤돌아보며 우걱우걱 잘도 먹는다.
식모 커피를 타 담배를 문다. 라이터가 없다.
서재로 들어가 쓰지 않고 챙겨 두었던 라이터를 꺼내 들었다.
하나는 가지고 있어야 할 듯 했다.
흘러간 것으로 그냥 잊혀버리기엔 아쉬운 무엇...
폐업한 것도 얼추 십 년은 된 듯한 친구의 업장.
담배를 먹으며,
한 시절 우리가 머물던 그곳의 얼굴들을 떠올린다.
일수 찍듯 거의 매일 들려 고봉으로 잔을 채우고 혼자 자리를 지키던,
그때나 지금이나 모짐 없는 친구.
한때 우리가 머물던 그 버스 승강장...
자기가 닿고자 하는 목적지를 향해 서로 다른 버스에 올랐다.
어떤 이는 혼자 떠났고 어떤 이들은 같은 버스를, 어떤 이는 아예 오르지도 않았다.
목적지는 다를지라도 인생의 종착역은 결국 한 곳이라는 것, 이제는 모두 알고 있으리라.
어떤 버스에 올랐더라도...
아리작바리작 해야 인생 별것 없다.
그냥 지금만이 존재일 뿐이지.
기온이 떨어지는 모양이다.
차창 문을 닫고 오늘로 돌아선다.
己亥年 小雪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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