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복하고 축복받는 성탄일 보내셨는지요?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당당하게 벌어지고 있는 이 어수선한 시국이 분통 터져서, 올 성탄절에는 축하 메시지를 만들어 놓고도 아무 곳에도, 누구에게도, 보내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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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낼 수 없었다는 것이 더 정확한 마음입니다.
군부 독재를 두 번이나 겪었고, 국민의 피를 재물 삼아 이룬 민주주의 국가가 도대체 왜 이토록 안하무인이고 엉망진창 개판인 정치집단에 희롱당하는지... 생각할수록 부아가 치밀고 무력해집니다.
그렇게 무기력한 뒷방 노인네 독거노인의 성탄절 저녁.
이종사촌 누이에게 문자가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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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자를 내려놓고 중얼거렸습니다.
"이 누이는 이 추운 날 뭐 하러 밖을 쏘다닌댜? 데이또라도 하는 거라면 축하할 일이지만..."
오늘은 오전 내 이것저것 꼼지락거리다가, 빵꾸난 통장에 세금 낼 돈 넣으러 오후 들어 외출했습니다. ATM기 앞에서 차례를 기다리다가, 어느 SNS에 공유된 제 시를 보았습니다.
프로필이 팬지꽃처럼 하늘거리는 모습인 그 처자가, 나름의 입장으로 공감하고 해석한 모습이 재미있어 얼른 캡처해 남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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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시에 담아 놓은 의미의 깊은 곳에는 닿지 않았어도, 그 의미의 언저리에는 닿아 있는 듯싶어 빙긋 웃으며 생각했습니다.
"직업으로 가늠하면 적어도 20대 중후반은 되었을 터이니, 그 나이에 맞는 공감과 해석이네. 나이가 더 든 어느 날 힘든 일에 마주했을 때, 다시 한번 이 시를 읊조릴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오늘은 집안이나 밖이나 추운 날이었습니다.
기울어진 해를 등지고 몸을 잔뜩 움츠려 돌아오는데, 배달 오토바이 한 대가 급하게 스쳐 지나갔습니다. 대기업 치킨 가맹점을 운영한 지 오래인 동갑내기 지인입니다.
곰처럼 옷을 껴입고 담배를 문 얼굴이 벌겋게 얼어 있었습니다. 버럭, 지독하게 춥던 그 미련했던 시절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저 친구, 돈은 많이 벌었겠지만. 그래서 여기저기 금테 두를 만큼 재미도 여유도 있겠지만. 그렇게 저승 갈 때 지고 갈 만큼 부는 축적했겠지만. 이 추위에 저렇게 얼굴 얼어가며 보내는 삶을, 가장 가까운 이들에게 고맙고 감사하게 인정받고는 있는건지..."
대문을 밀치고 들어서다가, 언뜻 스쳐 간 지인의 벌겋게 언 얼굴이 자꾸 눈에 밟혀 구시렁거렸습니다.
"그래, 내가 그때 잘 되었어도, 늙은이가 된 지금도 별수 없이 저 모습으로 살고 있겠지? 내가 지나온 흥이나 쇠나, 만남이나 이별이나, 누구를 탓할 이유도 없이 다 내 팔자대로 흘러온 거겠지."
서재 창밖 바람종이 가늠할 수 없는 파동과 세기로 바람을 그리고 있는 밤입니다.
이제 가스스토브에 잠시 불을 댕겨 온기를 채워놓고, 한 끼 챙겨 먹어야겠습니다.
안 아픈 게 최고더이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려나 합니다.
202412261911금
동요&방미-창밖을보라mix목숨2024
정작 하려던 일은 안 하고 여기서 노닥거리고 있넹 ㅋㅋㅋ
임의가입 연장 신청.
-by, ⓒ 霧刻窟浪人 詩人 성봉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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