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빠진 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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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 끽연

얼빠진 놈

by 바람 그리기 2024. 11.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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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람이 많이 불던 날.
 첫눈이 온다는 예보가 있었고.
 서울에는 예보대로 첫눈이 내렸고.
 서울 강원 지역에는 대설 주의보가 내렸지만...
 바람종만 밤새 일렁인 오래된 집 마당엔 아직 첫눈 소식이 없고.
 바람종은 여전히 일렁이고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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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26 잡부-신흥농협 앞

 바람이 거세게 불었던 하루.
 아직 손 놓지 못한 단풍잎이 가지 끝에 안간힘을 다해 매달려 펄럭거리는 모습을 아파트 현장 창 너머로 바라보며,
 "이런 날 이별하는 사람은, 이런 날 이별했던 사람은, 이런 날 어떤 관계로부터 외면받았거나 외면했던 사람은 참 힘들겠다..." 라는 생각이 문득.
 잡부가 없는 날이었다면,
 "시장 뒷골목 다래식당 근처에 앉아, 마치 내가 그런 주인공이라도 된 듯 술을 먹고 있었을 텐데..."
 "그렇게 술 먹기 딱 좋은 날인데..." 하는 생각.

 집으로 돌아와 잡부복을 훌렁 벗어 놓고 커피를 먼저 한 잔 타서 앉는데 폰이 안 보인다. 벗어 놓은 잡부복 주머니를 살펴도 없다. "육교 넘어서면서 알림 확인했으니, 어디인가 있겠지"
 커피를 마시고 담배도 피우며 TV 뉴스 한 꼭지도 다 보고 폰을 찾는데, 진짜 없다.
 "이상타?"
 대문에서 시작해서 샘으로, 부엌으,로 서재로, 안방으로, 거실로...
 씻지도 못하고 "헤이, 빅스비! 어딨니?"를 외치며 집안을 돌기를 몇 바퀴. 급기야는, 쓰레기통 안에까지 외쳐도 반응이 없다.
 허어... 난감한 일이다. 폰 찾기를 해보려고 컴을 열어도 정작 2단계 인증이 폰으로 전송되니 구글도 삼성 계정도 접근 불가 속수무책이다.
 잡부 때면 늘 바지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데, 오늘따라 추리닝 상의 주머니에 넣으며 "이러다가 나도 모르게 떨어뜨리지..."했더니, 염려가 사실이 된 게 분명하다.
 그래도 혹시 몰라 왔던 길을 되짚어 귀가하며 알림을 확인했던 육교까지 가봤어도 있을리 만무한 일이다(염병, 바람은 또 어찌도 차갑게 몰아치던지...). 다시 발길을 돌려 이웃 인쇄소에 들러 폰을 빌린다.
 "녜, OO 지구대입니다"

 -20241126화


 이러다가 불알을 떼어가도 모르겠다.
 정신 좀 차리고 살자.

 

 
 202411270638수
 동요-진주조개잡이
 준_점심/ 폰_지구대/ 가스스토브/ 윤석열 "김건희특검" 세 번째 거부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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