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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도 흐르지 않는 방.
집 왼편의 행길에서 들려오는 자동차의 덜컹거림.
집 오른편의 역에서 들려오는 기차 멈추고 출발하는 육중한 금속성.
그리고 이따금 대문을 넘어서는 오가는 사람들의 두런거림.
나를 둘러싸고 펼쳐지는 이 모든 풍광이 지금의 빈속처럼 담담하다.
작정을 한 것은 아니지만, 속을 채우려고 꼼지락거릴만큼 느끼지 못하는 필요.
풍으로 쓰러져 자리보전하다가, 어느 한날 입을 다물고 곡기를 끊은 지 일주일 만에 스스로 운명했다는 그의 아버지가 생각났다.
'그분도 이렇게 편하고 담담했을까?'
창자가 쪼그라드는 느낌이 슬슬 온다. 내리기엔 귀찮고, 식모커피라도 한잔할까? 일어서는 김에 삼월이 사료도 챙겨주고. 해가 서쪽으로 누워가는데 말 못 하는 짐승이 얼마나 배고플까? 미안하네...
속이 비니 세상도 빈 공간인듯, 유난히 크게 울리는 벽시계의 초침 소리.
아차, 오래전에 던져준 시가 생각난다. 어디에 쑤셔박혀 있지?
창을 보고 앉은 것은 좋은데, 정오만 지나면 책이 안 보이네.
불도 켤 겸, 겸사겸사 일어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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