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장하도록 향기가 좋은 난 꽃망울이 번지도 일주일은 되었나 보다.
햇빛을 못 보아선지 향기를 품지 않아 피었는지도 모르고 지냈다가 오늘에야 마당에 내다 놓았다.
미안스럽다.
안방에 고무나무 두 놈도 내다 놓고.
화단 아래 새로 나온 가지에 다닥다닥 맺혀 있는 매화도 오늘에야 보았다.
너나 나나 때도 모르고 게으른 건 매한가지다만, 너도 다 이유가 있었겠으니 푼수 같은 개화라도 고마운 일이다.
당연히 얼어 죽었거니, 맘 두지 않았던 포도 넝쿨에도 간밤의 비가 새순을 밀어 올렸다.
꽃잎 진 가지 끝에는 앵두가 내 젖꼭지만 하게 달려 있다.
화단 턱으론, 유홍초의 어린잎이 고개를 들고 거미줄 같은 넝쿨을 뽑고 있다.
이쯤이면, 얼어 죽은 장미가 서운하고 속상하다.
방으로 돌아오며 삼월이를 마주하고 쇼를 했다.
'삼월아, 손! 손!'
30대 아줌마, 삼월이 여사.
달라는 손은 안 주고 벌렁 자빠져서 뒷다리로 목덜미를 벅벅 긁는다.
ㅎㅎ 어쩌면, 지 언니랑 똑같은지 웃음이 절로 난다.
서재를 옮긴 작은방 창가에서 보는 오늘의 빛,
음지식물 같은 내 일상엔 황송하도록 감사하고 고마운 일이다.
어머니 아버지 영정을 모셔다 걸고 자리 잡은 방. 슬슬 맘이 정돈되는 것 같다.
이젠, 책상만 덧대어 달아내면 이 방에서의 자리가 잡힐듯싶은데... 안 돌아가는 머리로 방법을 찾느라고 고역이다.
화분을 내다 놓으며 손에 잡은 빗자루.
구석구석에서 뭐가 그리 화수분처럼 쏟아져 나오는지 저절로 터져 나온 추임새,
'아이, 띠부럴! 전생에 쥐였던 것이 분명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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