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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도 오고 날이 선선하니 국 데워놓을 일도 없고,
아점 먹자고 꼼지락거리기는 귀찮고 안 먹기엔 기운이 달리고.
냉장고 맨 위 칸, 언제인지 기억 없는 먹다 만 파전 너덧 조각. 곰팡이가 필 때쯤 됐다. 레인지에 데워 묵은지를 얹어 내 쓰레기통 안으로 처리했다.
속이 고구마다. 따끈한 녹차라도 한잔할까?
상을 밀치고 담배를 먹는데, 벽에 걸린 달력 안에 동그라미들.
저 날 무슨 약속이었지? 저 날은 무슨 약속이 있는 거지?
한참을 생각하고야 복귀되는 기억의 회로.
몸도 생각도 온통 뻑뻑 답답한 고구마다.
벌써 큰일이다. 이러니, 나도 모르게 저지르는 실수가 얼마나 잦을까?
품격있게 나이 들어가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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