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瑞雪 나리는 세밑의 霧刻窟1 서설(瑞雪) 내리는 세밑의 밤에. 설 차례상 장을 보고 돌아오니 허기. 산더미처럼 쌓인 설거지통의 그릇들. 달그락거리기는 귀찮고, 구정물에서 건진 다이소 냄비를 훠이 헹궈 라면을 삶는다. "이런 날은 라면에 쐬주 한 잔 곁들이면 쵝오지!" -라고, 되뇌는 건 라면으로 때우는 저녁밥을, 쐬주를 매개(媒介)로 합리화하려는 자의의 핑계임이 다분하다. 삼월이 언니 장 보는 동안 매장을 어슬렁거리다가 눈에 들어온 쐬주. 한눈에 봐도 맛있게 생겼는데, 들었다 놨다 몇 번 하다가 그냥 왔더니 그 잔상이 남은 탓도 있겠다. 사다 놓은 쐬주가 다 떨어진 줄 알았더니, 부엌 바닥에 먼지 뒤집어쓴 놈이 한 병 있다. 빨간 뚜껑 이슬이를 먹다 보니 눈에 두지 않고 지냈다. 착한 놈이다. 착하니 싱겁다. 그래서 반주로 반병만 먹으려던 것을 다 .. 2025. 1. 28. 이전 1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