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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지 봉수2

그지 봉수. 거울 앞에 선 모습이 천상 그지다. 내 자칭 별호가 [전국 노숙인연합회 박스분과 oo시협회장]이지만 참 험하다. 생긴 게 싱거워 기르기 시작한 콧셤. 젊어서는 그럭저럭 봐줄 만했더라도 이젠 흰 털이 더 많아 보이는 데다가 이틀을 다듬지 않았더니 추접스럽다. 밀어버려야 하나 어쩌나... 거울 앞에서 오래전 썼던 「면도」라는 시구가 떠올랐다. 분명 어디엔가 발표하고 시화전 패널로도 걸렸던 건데, 세 권의 시집 어디에도 없다. 이 방에는 없고, 혹 에는 있을까 싶어 살펴봤지만 없다. 면도를 할걸 그랬어요 이제서야 뻗대 나오는 서너 가닥의 (어쩌구)뿐인 줄 알았더라면 애당초 건방진 오기의 손길로라도 면도를 했어야 했나봐요 확실한 기억은 없지만 대충 이랬던 거 같은데, 20대 그 팔팔하던 날 왜 이런 시를 썼을까.. 2022. 1. 7.
숨처럼. 토요일 잡부 나가는 길. 뒤통수에 따가운 눈총이 쏟아졌습니다. "또 그지같이 하고 나가네..." 시공할 물건을 끙끙거리며 나르고 있는 현장, 원청 사장이 뜬금없이 묻습니다. "아저씨! 신 좀 다른 거로 신으면 안 될까?" 오야가 대답합니다. "저 아저씨는 신발이 장화밖에 없어서..." 원청 사장이 되묻습니다. "아니 그래도... 집주인이 보면, 이상한 사람들이 와서 시공하는 거로 보일까..." 함구한 나 대신 오야가 대답합니다. "잡부가 뭐... 나만 깨끗하면 됐쥬. 잡부인디..." 오전 작업을 마치고 점심 먹으러 들린 식당. 오야는 먼저 들어가고, 식당 입구에서 남자 사장이 배추 포기 가르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 옆 의자에 앉아 담배를 먼저 먹고 있는데 식당 사장이 웃으며 얘기합니다. "언제…. (이다.. 2021. 11.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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