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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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ㅁ사랑방

숨처럼.

by 바람 그리기 2021. 11.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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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요일 잡부 나가는 길.
 뒤통수에 따가운 눈총이 쏟아졌습니다.
 "또 그지같이 하고 나가네..."

 시공할 물건을 끙끙거리며 나르고 있는 현장,
 원청 사장이 뜬금없이 묻습니다.
 "아저씨! 신 좀 다른 거로 신으면 안 될까?"
 오야가 대답합니다.
 "저 아저씨는 신발이 장화밖에 없어서..."
 원청 사장이 되묻습니다.
 "아니 그래도... 집주인이 보면, 이상한 사람들이 와서 시공하는 거로 보일까..."
 함구한 나 대신 오야가 대답합니다.
 "잡부가 뭐... 나만 깨끗하면 됐쥬. 잡부인디..."

 

그지 봉수

 오전 작업을 마치고 점심 먹으러 들린 식당.
 오야는 먼저 들어가고, 식당 입구에서 남자 사장이 배추 포기 가르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 옆 의자에 앉아 담배를 먼저 먹고 있는데 식당 사장이 웃으며 얘기합니다.
 "언제…. (이다음 몇 마디는 못 알아들음)"
 아는 사람으로 착각하는가 싶어 그냥 빙그레 웃으며 계속 담배를 빠는데 식당 사장이 한마디 덧붙입니다.
 "요즘 너무 어려워서..."
 식사 마치고 현장으로 되돌아가며 식당 사장이 건네 얘기가 뭐였는지 곰곰 생각합니다.
 '아... 그지 동냥...'

 작업 마칠 때까지,
 혼자 실실 웃었습니다.



 "몸이 바쁘면 맘이 편할까?"  물어오셨습니다.
 '숨 같은 거'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리고,
 그 우울이 내게 술을 불렀습니다.

 

 냉장고 며루치에 하려던 생각을 바꿔 생맥주와 치킨을 시켰습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 개처럼 쓰러져 잠이 들었습니다.


흘러가는 겁니다.
모자라도 고달파도 외로워도,
지금의 나를 인정하고 안고, 물처럼 말입니다.

 


진보라/바람아구름아

 

 

 

☆~ 내 노동으로 / 신동문 ~☆

내 노동으로 / 신동문 내 노동으로 오늘을 살자고 결심을 한 것이 언제인가. 머슴살이하듯이 바친 청춘은 다 무엇인가. 돌이킬 수 없는 젊은날의 실수들은 다 무엇인가. 그 눈물을 달래던 내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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