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찾사-가을우체국앞에서' 태그의 글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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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찾사-가을우체국앞에서2

가을, 안타까우나 덤덤하게 지워지고 있는 얼굴처럼 억지 없이 떨어지고 있는 은행잎같은... 가을이 왔다는데, 가을인데... 가지를 쳐내 몽당 부엌비처럼 볼품없는 도심 은행나무 가로수와 이 계절을 맞다가, 도착한 잡부 현장. 올망졸망 조경한 나무들이 색색으로 맞는 진짜 가을이 나타났다. 지하 주차장의 현실 안으로 들어서기 전 마주한 그 짧은 풍경 동안, 깃을 세운 트렌치코트를 입고 고개를 숙인 여자가 가을 안으로 또각또각 천천히 걸어가는 뒷모습의 환영을 생시처럼 바라봤다. 잡부 마치고 집으로 향하는 평리 시민회관 옆 골목길로 꺾어지려는데, 길 건너 거기. 내가 서성이던 그 은행나무, 안타까우나 덤덤하게 잊히거나 잊거나 지워지고 있는 시간처럼 억지 없이 떨어지고 있는 은행잎들. 아... 변함없이 우리에 처박혀 칩거 중인 삼월이에게 귀가 문안 올리며 등을 쓸어주고, 옥상 올라가 배추에 물 주고 내려.. 2023. 11. 2.
빈칸 하나 채우다. '도대체 이런걸 어디서 찾았누? 배고픔. 밥 먹고 전화함' 오후 일곱 시 반쯤 도착한 문자. 2006년 발표한 시라고 두 편을 찍어 보내며 전화 달란다. 한 편은 내가 쓴 건데 한 편은 모르겠다. '혹, 내 시가 표절이라고 보낸 건가?' 두 시를 비교하며 몇 번 읽고야 모두 내가 쓴 시였다는 걸 알겠고, 숨겨 놓았던 창작 의도 역시 알겠다. 내가 쓴 시도 이젠 기억 못 할 형편이니 참으로 한심할 지경이다. 그리고 늦은 저녁을 먹고 뭉그적거리다가 자정을 넘기며 모니터 화면을 다시 살리니 그제야 눈에 들어오는 이미지. '하...' 전화한다고 해놓고 까맣게 또 잊었다. 블로그 포스팅이라도 하며 유지하던 기억의 영역이 와르르 무너지고 있나 보다. 정도가 점점 심해지니 큰일이다. 모아 놓은 수익금을 그냥 버리기에.. 2023. 8.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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