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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왔다는데, 가을인데...
가지를 쳐내 몽당 부엌비처럼 볼품없는 도심 은행나무 가로수와 이 계절을 맞다가,
도착한 잡부 현장.
올망졸망 조경한 나무들이 색색으로 맞는 진짜 가을이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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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 주차장의 현실 안으로 들어서기 전 마주한 그 짧은 풍경 동안, 깃을 세운 트렌치코트를 입고 고개를 숙인 여자가 가을 안으로 또각또각 천천히 걸어가는 뒷모습의 환영을 생시처럼 바라봤다.
잡부 마치고 집으로 향하는 평리 시민회관 옆 골목길로 꺾어지려는데,
길 건너 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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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서성이던 그 은행나무,
안타까우나 덤덤하게 잊히거나 잊거나 지워지고 있는 시간처럼 억지 없이 떨어지고 있는 은행잎들.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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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함없이 우리에 처박혀 칩거 중인 삼월이에게 귀가 문안 올리며 등을 쓸어주고,
옥상 올라가 배추에 물 주고 내려와 씻고.
하루 연기 시킨 치과에 들렀다가 돌아오는데 뭔가 서운하다.
은행잎이 날리던 그 길을 따라 느릿느릿 걸어 문화정원에 들러 전시 행사 들러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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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 너머 펼쳐지는 가을을 먹으며 홍차에 담긴 기억의 얼굴을 쓸쓸하게 바라보다 돌아왔다.
그러고 보니 시월 마지막 날.
한 해에 한 번은 찾는 얼굴 '이용'
올해는 그냥 떠나보냈다.
안타까우나 덤덤하게 지워지고 있는 얼굴처럼, 억지 없이 떨어지고 있는 은행잎같이...
202311010639수
노찾사-가을우체국앞에서치과
-by, ⓒ 성봉수 詩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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