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년만에 쓴 시 / 성 봉 수 ~☆
본문 바로가기
낙서/ㅁ마당

☆~ 20년만에 쓴 시 / 성 봉 수 ~☆

by 바람 그리기 2012. 7. 26.
반응형

 

20년만에 쓴 시 / 성봉수

 

1993년이었으니, 정확하게 20년 전이다.

원고 청탁을 받고,

원고지가 아닌 16절 갱지 위에 시를 한 편 그려서 보냈다.

활자조판을 하는 출판사가 많았던 시절이었는지는 몰라도

꽤 규모가 있는 출판사임에도 돌아온 답은 <원본수록 불가능>이었다.

 

'우선 내용의 활자들을 미리 출력하고 원으로 표현될 글자는 한 자씩 오린 후에 배열해서 붙이고

다시 복사 해서....'

편집자의 난처한 연락을 받고 나름 방법을 제시했지만

얼마 후 되돌아온 답 역시도 불가였다.

 

지금이야 엄연한 예술의 장르로 대접받는 호시절이긴 하지만,

그때만 해도 문인화조차 서예가나 동양화가들의 심심풀이 소품정도로만  취급 받던 시절이었으니

하물며,

젊은 작가들에 의해 시도되던 해체시 계열의 실험시들이

문단 기득권층의 보수적 유명 작가들에 의해서 잡종에 별종 취급을 받던 때 이기도 했다.

상황이 그러했으니 별수가 없었다.

고료는 고사하고 글을 실을 수 있는 지면이 할당 된 것만으로도 감지덕지 한 마당에

'그냥 연으로 표현해서 편한 대로 하십시오' 란 답을 줄 밖엔.

책이 도착한 후에 보니,

원 안에 글을 넣어준 애쓴 흔적으로 감사할 뿐이었다.

 

 

그 후로는 지면으로 옮겨지지도 못할 거라고 생각되어진 많은 글을

혼자만의 낙서쯤으로 포기하고 묻어두었다가

그마저도 어느 비 오는 새벽에 모두 불살라버렸다.  

 

 

그리고 정확하게 20년이 지난 어제,

능력 없는 아비덕에 버려졌던 아이를 찾았다.

글의 완성도나 내용의 깊이는 차치하고,

해체시니 어쩌니..남의 평가나 눈치를 살필 위치도 아니고

내 처음의 의도대로 막걸릿잔 위에 내가 내 방에 써놓았다.

오랜 숙제를 해결한 것 같아 맘이 후련하다.

 

<構圖>냐 <求道>냐의 제목을 잡고 몇 날 밤을 지새우던

내 젊은 열정이 그립다.

 

 

20120725수2950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