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구의 사랑 / 김만수 / 바람그리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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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ㅁ마당

☆~ 대구의 사랑 / 김만수 / 바람그리기 ~☆

by 바람 그리기 2012. 7.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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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 심야프로의 절절한 단골 사연을 들으며>

태종대의 자살바위를.

<목포는 항구다의 질퍽한 음악이 흐르는 부둣가 선술집에서

썩은 홍어와 막걸리를 마시노라는 어느 시 구절에서>

유달산 공원을.

<남원군 동면 자래리에서 유학을 온 하숙 룸메이트 선배의 말을 들으며>

월매주와 춘향주와 이몽룡주를 맛볼 수 있다는 광한루를.

 

학교를 졸업하면 꼭 다녀오겠다고 다짐하던 고교 시절,

하숙집 좁은 창문 너머로 흩뿌리는 빗방울을 보며 턱을 괴고 앉았을 때,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이 노래가 가슴을 송두리째 옭아매 버렸다.

 

 

<김만수>

요즘으로 따져도 전혀 빠지지 않는 꽃미남 가수로

70년대 중 후반을 화려하게 보낸 스타다.

방송국 10대 가수상을 수상할 만큼 많은 히트곡을 발표했고 

연예계의 다방면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랬던 그가 차츰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던 그 무렵

예전의 영광을 꿈꾸며 발표한 노래.

그전과는 전혀 다른 트롯풍의 이 노래를 듣는 순간

< 달성공원 >역시 내가 꼭 다녀와야 할 곳에 포함시키기로 했었다.

그리고 7년쯤 후 무더운 여름날,

대구 경주간의 철로 아래를 관통해 공항으로 향하는 지하차도 공사현장에 있었지만,

지역 신문사에 실을 현장 사진에 인부 대표 모델로 몇 번의 사진을 찍은 그 다음 날

서둘러 그곳을 떠나와 버렸다.

그리고 10년이 흐른 후,

취기가 부른 기억의 끈을 잡고 태종대 자살바위로 향하는 밤차에 올랐었다.

 

그 후로 다시 10여년의 세월이 물처럼 흘러가고

 

 

반백의 머리로 지팡이를 짚은 고난의 모서리에 다시 선 추운 겨울날에야 그곳을 찾아 나섰다.

한국 최초의 시비 <이상화의 나의 침실로> 앞에 마주했을 때, 

 

 

오랜 기다림의 약속 같은 비가 투둑투둑 내리기 시작했다.

 

 

파장을 준비하는 팔각정 매점 옆 파라솔에 앉아 굵어지는 빗방울을 보며

몇 병의 쐬주와 맥주에 이 노래를 섞어

잃었던 기억 저편 청춘의 한 때를 쓸쓸히 마셨다.

 

 

내가 세월에 떠밀려 약속을 잊고 지내는동안 꽃미남이던 그도 이처럼 변했다.

그는 여전히 노래를 부르고, 공연을 하고, 팬클럽 회원들의 사랑하는 꽃미남이다.

나는 그고

그는 나고

우리 모두다.

 

내 남은 생 동안 달성공원에는 늘 비가 내리리라.

 

팔공산 동화사 입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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