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심야프로의 절절한 단골 사연을 들으며>
태종대의 자살바위를.
<목포는 항구다의 질퍽한 음악이 흐르는 부둣가 선술집에서
썩은 홍어와 막걸리를 마시노라는 어느 시 구절에서>
유달산 공원을.
<남원군 동면 자래리에서 유학을 온 하숙 룸메이트 선배의 말을 들으며>
월매주와 춘향주와 이몽룡주를 맛볼 수 있다는 광한루를.
학교를 졸업하면 꼭 다녀오겠다고 다짐하던 고교 시절,
하숙집 좁은 창문 너머로 흩뿌리는 빗방울을 보며 턱을 괴고 앉았을 때,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이 노래가 가슴을 송두리째 옭아매 버렸다.
<김만수>
요즘으로 따져도 전혀 빠지지 않는 꽃미남 가수로
70년대 중 후반을 화려하게 보낸 스타다.
방송국 10대 가수상을 수상할 만큼 많은 히트곡을 발표했고
연예계의 다방면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랬던 그가 차츰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던 그 무렵
예전의 영광을 꿈꾸며 발표한 노래.
그전과는 전혀 다른 트롯풍의 이 노래를 듣는 순간
< 달성공원 >역시 내가 꼭 다녀와야 할 곳에 포함시키기로 했었다.
그리고 7년쯤 후 무더운 여름날,
대구 경주간의 철로 아래를 관통해 공항으로 향하는 지하차도 공사현장에 있었지만,
지역 신문사에 실을 현장 사진에 인부 대표 모델로 몇 번의 사진을 찍은 그 다음 날
서둘러 그곳을 떠나와 버렸다.
그리고 10년이 흐른 후,
취기가 부른 기억의 끈을 잡고 태종대 자살바위로 향하는 밤차에 올랐었다.
반백의 머리로 지팡이를 짚은 고난의 모서리에 다시 선 추운 겨울날에야 그곳을 찾아 나섰다.
한국 최초의 시비 <이상화의 나의 침실로> 앞에 마주했을 때,
오랜 기다림의 약속 같은 비가 투둑투둑 내리기 시작했다.
내가 세월에 떠밀려 약속을 잊고 지내는동안 꽃미남이던 그도 이처럼 변했다.
그는 여전히 노래를 부르고, 공연을 하고, 팬클럽 회원들의 사랑하는 꽃미남이다.
나는 그고
그는 나고
우리 모두다.
내 남은 생 동안 달성공원에는 늘 비가 내리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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