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부기를 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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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 끽연

거부기를 달다.

by 바람 그리기 2019. 6.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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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리 기다려도 소식을 안 줍니다.
 '음... 태풍이나 몰아쳐야 바람을 그리겠구나...'
 바람 부는 정도를 알 겸 처음에는 그냥 두려고 했거든요.
 그러다 아니다 싶어 가위를 챙겨 마당으로 나가 재활용 쓰레기 모아둔 것을 뒤적거려서 거북이 한 마리를 뚝딱 잡아 매달았습니다.
 특별한 이유는 없고요, 거북이가 상서로움을 상징하는 짐승인 데다가 잉어(인지 붕어인지)는 이미 대나무 종에 달려 있어서 구색 맞출 겸 그랬습니다.


 아주 탁월한 선택이었습니다.
 거북이를 매다니 이놈이 바람을 제일 잘 그립니다.


 "아이고 심란햐! 사람 혼 빠지게 저것이 뭣이랴?"
 하시며 혀를 차는 분도 물론 계시겠죠. 그런데요, 밖으로 나가 바로 아래에서 줌인으로 녹음한 것이라서 그렇지 서재 안에서는 생각보다 안 큽니다. 게다가 저 거북이 놈은 얼마나 예민한지 다른 놈들은 미동이 없어도 혼자 바람을 그립니다. 아주 작게요. 그 정도가,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 같습니다. 물 위로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요. 그것도 조금 떨어진 곳에서 들리는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요. 이해가 가시려나? 설령 소리가 크다고 한들 상관없습니다. 저는 소리를 듣는 것이 아니라, 바람을 보는 거거든요. 그 소리에 묻어오는 세상의 모든 바람요. 바람이 그리는 것들요. 흔들리는 풀잎, 꽃잎, 신록의 파동, 물결, 날리는 머리칼, 여미는 옷섶, 종종걸음, 그리고 그 모든 끝에 닿은 그리운 것들.


 어제 마침, 유리종 세일하는 것을 발견하고 주문 했는데요 며칠 후면 도착할 겁니다.
 그 어우러진 바람 무늬들을 상상하면 아주 행복합니다.
 청소년기부터 품었던 꿈이었어요. 창가에 언제고 윈드벨이 바람을 그리는 서재를 갖는 것. 잠을 자려고 누워 눈을 감고 그 소리를 듣는 것. 꿈 하나는 이룬듯 싶습니다.


 오늘 하루도 애쓰셨습니다.
 퇴근 잘하시고, 편한 저녁시간 되세요.
 내가 오늘 몇 시간  잤지? 잤나 안 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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