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외(敬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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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 끽연

경외(敬畏)

by 바람 그리기 2025. 3.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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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스스 일어나 발치에 홀딱 뒤집힌 재떨이를 치우며 시작하는 하루.


 잎망울이 고마리 꽃망울처럼 뽀로롱 돋은 앵두, 불두화, 보리수... 더러는 고사리순처럼 망울을 터친 놈도 보이고.
 이 모든 게 지난 밤사이 벌어진 일이니,
 그저 범접할 수 없는 대자연의 숭고한 운행을 마주하는 경외(敬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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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월이 언니께서 화단에 쌓아 놓은 지난 계절의 감잎을 긁어내고 꽃대가 서지 않은 민들레를 모두 뽑아내고(오늘 데쳐서 무쳐 먹을 맘이다) 지난해 잘라내 여기저기 쌓아 놓았던 마른 가지와 잎들 긁어 정리한 어제.
 그러고 나가서 담배와 라면 사서 들어왔는데,
 지금 생각하니 식모커피 사러 나가서 뜬금없이 라면을 들고 들어왔다.


 원뇽이 큰형님 부고.
 양친 떠나신 지도 오래고, 그 양친이 올인했던 기둥도 병들어 쓰러진 몇 해 만에 이렇게 떠났다.
 나고 죽음, 또한 다름없는 대자연의 숭고한 운행일 터이다.

 첫 커피를 탄다.
 속 쓰리다.

 

 
 202505230708일
 소리새-꽃이 피는 날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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