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지 팔자.
본문 바로가기
낙서/┖ 끽연

그지 팔자.

by 바람 그리기 2021. 1. 22.
반응형

애국가 울리는 소리에 번쩍 눈뜨고.
눈 뜨고도 "뭔 상황"인지 감 보다.
서재 들어가 혹시 전열기 켜놨는지 확인하고 엄니 기일에 동생이 들고 온 박카스 한 병 챙겨 들고 안방으로.
양말을 훌떡 벗고 수면 내의로 환복하며 경대를 마주하니,
눈두덩에 돌아가신 큰외삼촌처럼 쌍카푸리가 느끼하게 접혔다.

원인 모를 재채기를 서너 번 연달았더니 잠이 도망갔다.
어쩔꼬...

방에 뜨끈하게 전기 넣어놓고 거실서 왜 자빠졌었는지...
우연도 거듭되면 필연이라는데, 암만해도 팔자가 그런듯싶네.

*외눈박이.
...길 잃은 선비가 뇌까리길,
"내가 살려면 호롱불일 것이요, 죽으려면 범의 눈일 것이니 모두가 하늘의 뜻이요 내 팔자니라. 그리 여기고 입술을 질끈 깨물며 불빛을 향해 걷기 시작 하얐는디…."
우리 할매가 들려주던 옛날 얘기 중에 늘 등장하던 대목인디, 모로누워 바라보이는 저 청소기 불빛이, 내 마빡에 박히는 영화속 총구 레이저 조준점 같다. 쏴라! 쏴!
반응형

'낙서 > ┖ 끽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쓰래빠 키우는 개, 삼월이.  (0) 2021.01.31
멍.  (0) 2021.01.30
잘자요.  (0) 2021.01.20
오란 C  (0) 2021.01.18
냉골회한  (0) 2021.01.18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