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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강한 막내 따님 짐 실어다 놓고,
어제 받아놓고도 술 먹느라 주머니에 쑤셔박혀 있는 처방전을 내밀고 약을 타서 터벅터벅 돌아오는 길.
역 광장을 가로지르는 데
햇살이 마빡 벗겨지도록 따갑다.
원래 생각은, 편의점서 담배 사고 그 옆 커피숍에서 시원한 냉커피 한 잔을 들고나오려 했는데 던이 아깝다.
담배 사는 길에 편의점 기획상품을 천 환에 사 들고,
손바닥 만 한 그늘을 찾아 앉았다.
다행스럽게 바람은 끈적거리지 않네.
신도심을 가로질러 C시로 가는 길.
가로수를 따라 꼬불꼬불 오르 내리며 이어졌던 왕복 2차로.
초등학교 보이스카웃 캠프로 공산성에 가던 길.
고등학교 때 임대한 싸이클로 친구와 하이킹을 가던 길.
지금은 로드킬의 흔적들이 예사인 편도 3차로.
늘 느끼는 거지만, 그 변화가 경천동지할 일이다.
이런 변화가 내 시대에 벌어지리라곤 상상도 못 한 일이다.
아차, 하면
그 변화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할 지경이니
겁이 날 정도다.
따라가려 애를 쓰는 것이 옳은 것인지,
세상이 이리 가건 저리 가건, 눈 꼭 감고 그냥 살던 대로 살아가는 것이 옳은 일인지 가늠할 수가 없다.
오래된 집 마당엔,
더위가 어디 있느냐는 듯 잠깐 들었던 볕도 사라졌다.
혼자, 집을 지키던 삼월이만 반갑게 맞는다.
시원하게 물이나 한번 뿌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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