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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힌 고추를 몰래 꺼내다 냉장고에 부딪혀 손등을 훌떡 벗겨 놓으셨어도,
장조림 간장을 푹 떠 자셔 큰소리 빽 지르게 하셨어도,
치아 닦으시라 샘으로 모셨더니,
어제 젖어서 벗어 놓았던 양발을 꼼지락거리셔서 또 핀잔을 들으셨어도.
깨우지 않았는데도 먼저 기침하셔 밥상에 앉으셨고,
새우젓이라도 사야지 영 먹을 것이 없다고 반찬 투정을 하셨고,
재촉하지 않으셨는데도 화장실 출입을 하셨고,
단장을 챙겨지고 개똥을 치우셨고,
화장실에 다시 들러 큰일을 보셨고.
이제야 엄마의 몸 상태가 정상 아니, 최상으로 복귀하셨다.
어제 건 체중을 40kg(-.5kg)으로 낮추었기 때문인지 아님, 신경계 약의 용량을 늘린 까닦인 지 더 바랄 것 없다. 이렇게만 쭈욱 유지하시면 감사 할 일인데…….
빨래를 세제 물에 담가 놓고 모처럼 커피를 내린다.
찬장에 놓인 아이들 어릴 적 사진이 눈에 들어온다.
예쁘다.
세월은 이렇게 유수같이 흘렀고 어느새 내 나이가 기억을 뜯어먹는 형편에 닿았나 보다.
하여도, 더 바랄 것이 무엔가 싶도록 만사에 감사한다.
오늘이 무슨 날이지?
안채에서 애국가를 따라부르는 엄마의 목소리가 건너온다.
커피포트 들고 어여 건너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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