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용이 날궂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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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 끽연

삼용이 날궂이

by 바람 그리기 2015. 11.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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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복대를 찾아 헤매다 병원 도착이 늦었다. 오후에 비 예보가 있으니 오전에라도 운동을 하실 겸 도보로 병원으로 모신다는 것이 그 지경이 되어버렸다.

 

여느 날과 다르게,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점심부터 챙겨 잡수시게 하고 커피를 자시며 안정을 찾고 투석이 시작되었다.

 

부탁했던 메주콩 두 말을 환우가 불편한 몸으로 룩쎅에 지고 챙겨왔다. 한 말에 45.000원. 싸전에서 상급 한 대의 금이 5.000원이었으니, 상태가 별로 좋아 보이지는 않았지만 파고 사는 데에 서로 섭섭지 않게 주고받았겠다.

 

오후가 훌쩍 지나는 동안 몇 통의 전화를 하며 기상을 살피는데 온다던 비가 기별이 없다. 어머니 운동에 슬그머니 욕심이 생긴다. '좀 더 버텨보다 귀갓길도 도보로 모셔야겠다.' 포탈을 열고 검색을 하니 다섯 시 무렵엔 오던 비도 그친다. '온다던 비도 아니 오고 투석을 마치실 무렵이면 오던 비도 그친다고 하니 차를 안 가져 와도 되겠는걸. 늦게 도착한 게 잘 된 일이네. 그럼, 이 콩을 먼저 가져다 놓고 와야지…….'

 

호기롭게 메주콩 두 자루를 들고 병원을 나섰는데 그 무계가 만만치가 않다. 아가방 앞에서 한 번. 천 보당 앞에서 또 한 번을 내려놓았다. 다시 출발하려 자루를 드는데, 건방귀와 함께 '삐직' 이룬 된장…….

숨 떨어지려면 항문부터 열린다더니, 다 되었나 보다. 설상가상으로 농협 앞 과일 노점상 앞쯤에 도착하니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도리가 없다.

'아줌마! 이것 좀 잠시 맡길게요'

서둘러 집에 와서 자전거를 끌고 가 콩을 실어왔다.

 

아침에 벗어놓은 엄마 옷을 돌침대 요 아래에 묻어두고 돌쇠와 삼월이에게 북어포 특식과 물을 챙겨주고 오점 남긴 속옷을 빨아 널고.

 

어제는 그리도 몸 상태가 좋으시더니, 오늘은 아침 수저를 들고 연신 절구질을 하셨다. 신경과 약의 용량을 올리지 일주일 쯤 되어가니, 아무래도 예상했던 현상이 나오는듯싶다.

몸 상태 좋았던 어제, 3년 전에 팔아 놓은 메주콩을 찾아내 오셨는데 문제는 작년에 팔아놓으신 것으로 착각하신 것. 그것도 가늠하지 못하고 어제저녁에 어머니가 시키는 데로 불리지도 않고 콩장을 만드는데 돌덩이다. 불을 꺼 놓고 하루를 묵혔다, 오늘 아침에 병원으로 나서기 전까지 다시 불을 지피고 간을 다시 하고…….

씁쓸한 듯싶어 물엿과 설탕을 조금 과하게 넣고 나갔어서 혹시 콩엿이 되지 않았을까 염려했더니, 푹 무르고 맛도 난다.

 

비가 그치긴 글렀다.

얼른 차가지고 나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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