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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나설 때, 차로 위에 날리는 낙엽들.
갈 곳을 잃은 미아같이, 원혼 같이….
쏟아져 날리는….
잿빛 하늘과 싸아한 기온과 날리는 낙엽 속의 우울한 침잠.
그 어느 날의 데자뷔.
돌아오는 길엔 빗방울이 뿌리기 시작했습니다.
불연, 술 생각이 났습니다.
굵어진 빗방울에, 정작 주차하고는 집으로 들어왔습니다.
비 때문에 술 생각이 났고 비 때문에 그냥 들어왔습니다.
원고 보낼 일도 있고요.
정적에 쌓인 오래된 집 마당.
삼월이도 우리에 웅크리고 꼼짝을 안 합니다.
열쇠로 문을 열고, 라면 물을 올려놓고 옷을 갈아입었습니다. 그러면서, 형광등과 전기장판을 켜고…. 커튼은 걷지 않았습니다. 비 나리는 날의 두툼한 솜이불 안의 낮잠을 생각했습니다.
피아노 재즈 소품곡을 나지막이 틀고 앉아, 27년 된 냄비에 삶은 라면을 먹었습니다.
바닥 면이 곰보처럼 파였습니다. 홈쇼핑에서 보니, 그쯤이면 알루미늄이 녹아 나와 중금속이 쌓인다던데, 곰보가 된 지 십 년도 더 되었으니 지금 내 몸은 철인 28호쯤 되어있지 싶습니다.
날리는 낙엽을 가르며 가다, 평온한 우울이 자각되었습니다. 그 우울의 데자뷔 말입니다.
우울의 평온함.
아마, 지금 나는 치유ㆍ혹은 망각의 2기쯤에 닿아 있는 듯 생각했습니다.
이별의 고통에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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