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견 삼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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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 끽연

노숙견 삼월이

by 바람 그리기 2020. 8.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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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은 먹어도 되고 담배는 될 수 있는 대로 삼가고..."
 보름.
 불가능할 것 같은 일도 벌어지는 게 세상살이, 술을 안 먹은 것이 꼭 보름. 역시, 돈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 일이니까! 기십 만원까지는 아니더라도 기만 원의 시술비가 드는 거라면 내겐 불가능할 일이 어찌 가능하게 되었겠는가?


 비도 쏟아지겠다, 그간의 원풀이라도 하듯 시장 탁주 집으로 직행했을 일인데 오늘 저녁에 있을 모임이 생각나 그냥 슬겅슬겅 되돌아왔다. 이유인즉슨 딱하나, 낮술에 취해서 모임에 갔다가 행여 오줌이라도 잘못 깔겼다가 ○○성과 같이 개봉수란 뒷담화 주인공 되기 싫어서지. 이젠, 실수를 정으로 덮을 수 없는 세상이니 똘기야 말해 뭣하랴.

 치과에서 돌아와 대문을 밀치고 들어서는데 삼월이가 의자에서 폴짝  뛰어내려오며 눈치를 본다.
 꼴이 영등포역 노숙자는 신사중에 신사라 그냥 모른 척하고 코끝을 손가락으로 꼭 눌러줬다.
 '밥 먹었니?'


 아니, 개는 도대체 왜 끌고 나가는 겨? 끌고 나갔으면 한적한 곳에서 갈이를 하는 털 좀 빗겨 들어와야 할 거 아녀! 생각이 미치지 못하면, 하는 얘기 귀담아 들어야 하는 거 아닌감? 애나 어른이나 소견머리가 똑같으니…. 하긴 그러니 국그릇 밥그릇에 개털이 둥둥 떠다녀도 남 일이겠지만, 아예 끌고 나가지를 말든지. 똥구녕에 바람만 들어가서 우울증 걸린 년처럼 만들어 놓고...
 하이고…. 진짜, 털도 지 이름값 하느라고 어찌나 싼티나게  빠지는지, 사람이라 치면 알아서 코 묻은 돈까지 털어주고 싶은 정도네.


 커피를 타서 현관으로 나서려다가, 아무래도 삼월이가 의자에 올라가 있을듯싶어 까치발로 서재 창밖을 내려보니 아니나 다를까.

 


 지지배 눈치는 빡 해서, 들어오며 나무라지 않았더니 대놓고 올라가 앉았네. 이년아, 좋아할 거 없어. 그 의자에 올라가 사람 흉내 내기 시작하면 몇 해 못가더라 등신아...
 어쨌건 털 갈이 하는 꼴이 하도 측은해서 그냥 모른척하기로 양보하고 그냥 현관 문턱에 앉았다.

 



 지금 생각하니, 이따 모임에 비 온다고 택시 타고 갈 째비도 못 되고 볼 것 없이 터벅터벅 한참을 걸어갈 텐데, 그냥 시장에서 낮술 먹고 불참할걸 그랬나 보다. 가나 안 가나 딱히 아쉬워할 사람도 없는데 뭔 충성을 한다고...

 일단 라면이나 하나 삶아야것다.
 컵도 좀 닦아야겠네. 삼월이 흉 볼 형편이 아니구먼. 커피 때가 완전 찌들었네...


 아이, 지겨운 비….

 

 깨끗하게 잘 아물었다니, 우선 다행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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