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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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 끽연

담.

by 바람 그리기 2016. 1.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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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월이가 새끼를 낳은 지 일주일.

아침을 먹고 개집을 살핀 연정이가 한 마리가 이상하단다. 첫째로 낳은 놈이라 작기도 했지만, 젖도 잘 못 빨고 눈에 띄게 살집이 붙는 두 놈에게 늘 치던 터라 '따로 꺼내서 분유라도 먹여야 하나…….'생각하던 참이었는데 한발 늦었다.

쫓아가 확인하니 이미 차갑게 식어 혀를 물고 있다. 요 며칠의 혹독한 추위에 어미 품도 파고들지 못하고 치였나 보다. 세 마리 중 유일하게 돌쇠를 닮은 놈이어서 더 맘이 갔었는데…….

 

집안에 쓰레기통을 모두 비우고 마지막으로 놈을 넣어치우려-반려동물 사체를 일반 쓰레기와 함께 버리게 되어 있는 법이 조금 서운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아무 데나 매장을 하기도, 화장하기도 그렇고-개집을 여니 보이지 않는다. 삼월이 등을 한 대 패고 다리를 들어보니 그 아래에 깔렸다. 혹시나 하는 맘으로 살살 문지르는데 다리 한쪽이 파르르 떨린다. 몸은 냉장고처럼 찬데, 사후 경련인가? 다시 한 번 유심히 살펴보니 미동을 보인다.

얼른 안채 거실 스토브 앞으로 데려가서 우유와 분유를 섞어 데운 후 플라스틱 티스푼으로 조금씩 떠 넣고 몸을 쓸어주었다. 한 시간마다 계속 반복을 하였더니 횟수가 늘어날 때마다 상태가 눈에 띄게 달라졌다. 이젠 고개를 쳐들고 제법 크게 낑낑거리다 잠이 들었다. 작은 소포 상자 안에 꽁꽁 싸매고 전기장판을 틀어놓고 건너왔다. 내일 아침에도 일없이 만났으면 좋겠다.

 

놈을 두 손으로 감싸고 바닥에 앉으려 몸을 숙이는데 허리가 뜨끔하다. 그러더니 상태가 점점 심해져서 굴신을 못하겠다. 정확하게 골반과 허리가 만나는 부분에 담이 된통 들었으니 몸을 반듯하게 펴고 서지도 눕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모로 누우려니 조금만 움직여도 통증이 심하다. 강아지와 내가 그렇게 끙끙거리고 있는 사이에 연우가 슬그머니 나가 이 층 옥상과 마당의 눈을 점심 먹기 전에 말없이 치우고 들어왔다. 시키지 않았는데도 이젠 제 일이려니 말없이 비를 드는 모습이 대견도 하고 미안도 하고…….

 

밖에 화장실 세면기 수도가 얼었다.

드라이기로 녹이다가 이미 라인이 깊게 얼었는지 효과가 없어 그만두었다. 내일도 많이 춥다 하는데, 몸은 이렇고 어머님은 또 어찌 병원을 모셔야 하는지 걱정이 태산이다.

제발 아침에는 허리가 온전해야 할 텐데…….

낼은 세금도 내야 하고….

마당엔 또 눈이 쌓이고…. 애고, 이눔에 부실한 삭신!

코 시럽다. 어서 자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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