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워 지키고 앉았을 수는 없는 노릇이니, 다른 배관의 보온재가 변형되거나 화재를 염려해 두 개의 온열기 용량을 약으로 맞춰 놓고 이틀을 틀었어도 녹지 않는 배관. 하... 대책 없다.
하룻밤 언 것이니 깊게까지는 아닐 텐데 문턱을 못 넘는 느낌.
할로겐 온열기를 강으로 틀어 배관 가까이 쬐며 지키고 앉아 하루를 다 보냈다.
라인 하나만 뚫으면 되는데, 세 개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로또 뽑기다.
가장 가까이 있고 유동성이 있는 거실 배관을 선택해 집중 공략한다. 어제부터 줄곧!
온열기를 사이에 대가리를 쑤셔 박고 드라이기를 함께 돌린다.
가끔 머리털 누는 냄새가 난다.
'니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 인내의 싸움이다.
중간중간 배관 안을 쑤셔봐도 얼음에 막혀 걸린다.
하고, 또 하고, 또 하고...
엇!
라인 끝 무렵에 기포 비스름한 것이 보인다.
이제 되얐다. 이제부턴 내 주특기, "때론 무식한 게 쵝오!"
세탁소 옷걸이를 펴. "쑤셔라. 쑤셔"
온열기를 배관에 바짝 붙여 틀고 드라이기로 기포 부분부터 기약 없이 구우며 옷걸이로 사정없이 쑤시고 쑤시고!!!
짠! 뚫렸다!
같은 방법으로 나머지 두 라인도 모두 뚫었다.
새로 사다 놓은 분배기를 조립하고 차례로 밸브를 여닫아가며 보일러를 돌려본다.
다 이상 없이 된다.
혹시나 본체까지 동파되었을까 염려했는데 다행이다.
보온재 덧씌워 마무리하고 장비 정리하고 방에 들어오니 정확하게 일곱 시.
콧물 질질 흘리며 쪼그려 앉아 고생했어도 생산적인 시간이 되었으니 되었다.
돈 벌었다.
-보일러실에 이웃한 방의 공고 출신 방위병 아드님은 게임 하시느라 꼼짝을 않는다.
"내가 저걸 알아서 무엇하랴"가 아니고, '세상에 필요치 않은 것은 하나도 없으니 무슨 일이든 상황이든 눈여겨보고 기억하면 언젠가는 네게 도움 될 날이 있다'라는 내 말을 아직은 이해할 수 없는 청춘이겠지만. 그래, 널랑 돈 많이 벌어서 사람 시켜서 다 해결하면 된다.
오늘은 사랑하는 할머님 기일.
온열기를 각 방에 되돌려 놓고 탑시기 앉은 곳만 대충 씻고 서재로 들어와 음악부터 틀어 놓고.
지방을 쓸 때마다 자르는 종이.
커피를 마시다 말고 느낌대로 또 시작했다.
그냥 손에 잡힌 만큼 잘랐는데 헤아리니 아흔 장쯤 된다.
4대 조상님 여덟 분이니. 명절 차례빼고 년에 여덟 차례 기제사.
11년은 쓸 양이다.
내 나이 예순아홉까지다.
그 시간도 번개처럼 흘러가겠지만, 내 손으로 다 쓰고 가려나 모르겠다.
손 시리다.
음악을 듣다 보니, 뭐시기 님 선거 때 지지 포스팅하던 일이 떠오르넹.
마무리 자아알 하고 계시겠지만,
"뭐니 뭐니 해도 머니가 쵝오"였다는 씁쓸한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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