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함을 지우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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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2007.07.03~2023.12.30)

명함을 지우며.

by 바람 그리기 2020. 1.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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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래 보스는 말을 잘 안 하고 눈빛으로 쥑여 버린당께. 카리스마가 있는 것이 넌 보스 기질이 있어'"로 시작한 말이 얼간하게 취기가 오르면, '내가 딱 볼 때 옛날에 한가락 한 건 분명한디. 근디, 깡패는 깡팬디 논두렁 깡패였지? 맞당께, 넌 논두렁 깡패여~ ㅋㅋㅋㅋ~"
 친구 승주가 한 해에 몇 번 마주하는 술자리 때마다 알싸한 전라도 사투리를 섞어가며 내게 뱉는 말이다.


 모임을 위해 집을 나서는 내 귓전에 퇴근한 삼월이 언니가 아무개의 죽음 소식을 알린다.
 모임에 참석해서, 단칼에 울대를 따여 죽었다는 장소를 전해 듣고는 그의 마지막이 짐작이 갔다.

 

 혼술하는 내게 바뀐 명함을 건네주며 안주를 챙겨 준 것이 작년 여름 무렵이었는데,
 지방 소도시의 한 시대를 함께하며 파란만장하게도 살다 갔다.

 

" 이제 쉰 초반인 논두렁 깡패가 늙은 논두렁 깡패에게 죽었다."



20200113292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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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아가시고 호적을 정리한 후에도, 고민 끝에 해지한 전화.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톡에 친구로 추가된 어머니 전화번호.
 남자인 듯싶은데, 막상 다른 사람 이름으로 바뀐 것을 확인하니 서운한 마음을 어쩔 수 없었는데, 오늘 명함의 전화번호를 삭제하는 김에 열어봤다가 망설이다 그냥 남겨 두었다.
 그러고 보니, 근래에 고인이 되신 문인들 전번도 날을 잡아 정리해야겠는데….


 세종시 시인협회 정기 총회

- 문인협회 사무실. 18:30~

- 신임 회장 / 여규용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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